▲험상궂은 표정의 금강장사가 마음을 지켜보는 듯하다.임윤수
중학교를 다닐 때 일이다. 2학년 재학 중 전학하여 처음으로 새 학교에 등교했는데 누군가 '윤수야!'하고 부른다. 알만한 사람이 없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옆에 있던 또래가 '왜'하고 대답을 한다.
그때서야 이 세상엔 나 외에 다른 '윤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동네 전부가 일가친척인 집성촌인 탓에 큰집과 작은집, 당숙과 재당숙, 외가와 사돈 등으로 얼키설키 연을 달고 있는 시골마을에서 자란 우물안 개구리인 나에게서 윤수는 이 세상에 하나 뿐인 독보적 이름인줄 알았다.
국어 책에 바둑이 친구 영희가 나오고 담임선생님 이름이 영희였지만 그것은 그냥 책에나 나오는 것이지 같은 이름을 가진 누군가를 그렇게 쉽게 만나고 함께 생활하게 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망상이 한 순간에 깨지고 말았다. 그 후에 전화번호 책을 뒤져보고 윤수란 이름이 정말 흔하다는 것을 알았다. 동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시켜준 그 친구는 중학교 2년 동안을 한 반에서 함께 생활하며 많은 우여곡절을 함께 경험해야 했다. 동명(同名)은 가끔 사람을 헛갈리고 당혹스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