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 변호 전담변호사' 도입전 좌초위기

변협 "후보자 추천 거의 없어"vs 대법 "사법연수생 지정도 가능"

등록 2004.02.10 18:02수정 2004.02.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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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철

대법원이 국선변호인의 실질적인 변론을 위해 올해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국선변호 전담변호사 제도'가 2월 중순인 현재까지도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지 못하는 등 도입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어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대법원이 전담변호사에 대한 호응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사건 수임범위에 대한 예외조항을 신설하고, 고액 연봉을 제시하는 등 ‘우대’하는 내용을 담은 ‘국선변호 전담변호사 제도 시행 계획안’을 마련했지만 예상을 뒤엎고 해당 지방변호사회가 후보자 추천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한변협 관계자는 “현재 각 지방회로부터 후보자 추천을 받고 있지만 서울변회를 제외하면 (전담변호사를 두게 되는) 관할지역 지방회의 추천이 거의 없는 상태다”며 “지방회의 경우 전담변호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까지 한다”고 말했지만 어떤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는 이어 “일단 이번 주까지 후보자 추천을 받고, 내주 월요일(16일) 변협 상임이사회에서 후보자를 선정한 뒤 대법원에 추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국선 전담변호사 제도는 국선 변호가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변호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전격 도입키로 한 제도로 전담변호사는 다른 모든 사건수임이 금지되며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거나 복잡한 사건을 전담할 계획이었다.

또한 서울본원 2명, 서울 관내지역 5명 등 7명과 인천·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법원 각 1명씩 등 모두 13명의 전담 변호사를 두고 올해부터 시범 실시할 방침이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전담변호사가 호응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확대 시행하기 위해 전담변호사 제도 시행 계획안을 마련하면서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에 4명, 인천과 수원지법에 각 2명, 대전고·지법에 2명, 대구고·지법에 2명, 부산고·지법에 2명, 광주고·지법에 2명 등 16명으로 늘렸다.


특히 민·형사사건을 불문하고 국선 변호 사건 이외의 모든 사건수임을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법원장이 사전에 허가한 경우 국선 변호 이외의 사건 수임도 가능토록 예외조항까지 신설했다.

또한 전담변호사의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계약을 체결하는 방안과 7000만원의 고정급과 500만원의 성과급 등 연간 7500만원의 고액연봉까지 제시했으나 후보자 추천 부족이라는 의외의 복병에 부딪쳐 ‘찬밥’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번에 마련된 전담변호사 선발절차에 따르면 변협이 전담변호사 제도가 실시되는 법원 지역의 지방변호사회와 협의해 후보자를 대법원에 2배수 추천하면 실시되는 법원은 후보자 중 적임자라고 판단되는 변호사를 전담변호사로 지정하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기자가 “후보 추천이 없는 실시 법원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대법원 관계자에게 묻자 “후보자 추천이 정말 저조 하느냐. (호응이 좋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개인 사건수임이 줄어들기 때문이냐”고 당혹스러워하면서 “법 이론상 사법연수생이나 갓 수료한 연수생(변호사 자격 있는 자)을 임명할 수도 있으나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전담변호사는 피고인 접견 및 사건기록을 반드시 복사해 피고인의 의사를 충분히 파악한 뒤 변론을 수행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피고인의 가족 등과 연락해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항을 법정심리에 제출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있다.

또한 매월 종결된 사건별로 국선 변호 활동 내역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특히 사건수임 및 유상으로 법률상담 등 법률서비스 제공 행위가 금지될 뿐만 아니라 피고인 또는 가족으로부터 향응·금품 등 수령이 일체 금지되며 위반시 향후 국선 변호 선정에서 제외된다.

대법원은 그러나 전담변호사의 과중한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건의 난이도와 업무수행 방법 등을 고려해 매월 20∼25건의 범위내에서 사건을 맡길 예정이며, 담당사건도 피고인의 무죄주장 사건과 자백사건을 일정한 비율로 나눠 배정할 계획이다.

대법원의 전담변호사 도입은 국선변호인 제도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변호사들의 시간제약과 관심부족 등으로 실질적인 변론이 이뤄지지 못한 채 “선처를 바랍니다”라는 기계적인 변론을 일삼아 ‘앵무새 국선변호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법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법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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