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된 용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소목장'이란다

소목-예술의 경지까지 간다

등록 2004.02.13 04:08수정 2004.02.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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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 틀을 조립하는 모습
경상 틀을 조립하는 모습책의 표지
마음 가는 곳에 눈이 가는 걸까. 아니면 눈 가는 곳, 몸 가는 곳에 마음이 갈까? 내가 이 소목장(小木匠)을 손에 넣게 된 과정을 돌이켜 보면 이게 아주 알쏭달쏭해진다.

마음속으로 꼭 요런 책 한 권 나온 게 없을까 여러 번 생각만 하고 서점에는 못 가 봤는데 정말 우연히 찾아간 후배의 사무실에서 그것도 산더미로 쌓여있는 책들 맨 위에 이 책이 있었다.


내가 도착하기 바로 10여 분 전에 우체부 아저씨가 배달해 준 것이라는 점에서 인연은 인연이었다. 이 책은 출간 된 지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파는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내가 인연을 들먹이게 된다.

소목.

나는 2년 전 집을 지을 때 소목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는 대목(大木)보다 솜씨가 좀 처지는 목수를 소목이라 하는 줄 알았다. 나중에야 대목과 소목은 솜씨 차이로 나누는 것이 아니고 일의 분야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지만 역시 집안일로 나무 다루기에서는 대목보다 소목이다.

이 책에서도 소목은 나무로 된 가구나 나무로 된 각종 용품들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장롱이나 창문 같은 걸 만들고 가마나 수레, 농기구를 만드는 사람이 다 소목이다. 반면에 대목은 건축물을 짓는 사람이다.

내가 집을 지을 때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요즘은 전기동력으로 공구를 작동하는데 전기가 없던 시절 옛날 목수들은 어떻게 일일이 손으로 톱질 대패질을 했을까가 아니다. 내 궁금증은 문틀에 정확한 간격과 깊이로 홈을 판다든가 압착한 베니어 판이 아닌 원목을 어떻게 켜서 얇디얇은 2mm 3mm짜리 판자를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비법도 큰 궁금증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모든 게 다 풀렸다.


우리 선조들이 사용하던 손공구들도 일일이 소개되어 있었다. 목척·탕개톱·각도자·모밀이·변탕·그므개·대패 등등. 이름도 곰살궂었다. 활비비니 옥각귀니 호비칼이니 하는 연장은 너무 귀엽고 감탄스러웠다.

나무도 활엽수와 침엽수로 나누어 목재의 재질과 용도별로 설명이 되어 있어서 이미 알고 있던 나무라도 새삼스레 내가 나무들에게서 한 그루씩 자기소개를 받는 기분이 들어 친근감이 더 커졌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는 DVD로 제작된 60분 짜리 동영상이 있어서 책에 나오는 정지된 이미지들과 설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가구의 제작 과정이 제일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소목이 갖춰야 하는 모든 기술을 망라하는 차원에서 경상만들기와 각게수리 만들기, 2층짜리 장농 만들기, 옷장 만들기로 잘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현존하는 중요무형문화재이신 분들이 하나씩 맡아 만드는 과정이 담긴 동영상은 아하 바로 저것이로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하는 대목이 참 많았다.

집 한 채 짓고는 자칭 목수랍시고 이것저것 걸쩍대던 나는 이 책 한 권을 목 마를 때 냉수 한 사발 들이킨 기분으로 읽었다. 알게 모르게 입에 밴 일본식 명칭들도 아름다운 우리말로 잘 정비되어 있어서 읽기 좋았다. 호장테 뽑기나 풍혈, 알갱이, 족통 만드는 과정은 예술작품이 따로 없었다. 3중 호장선과 5중 호장선으로 씨박이를 하여 만든 아(亞)자문 호장테는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목수의 정성이 대패밥 한 줄기에까지 서려 있는 것이 바로 호장테이다. 이미 고인이 된 송추만, 천상원, 강대규 할아버지의 기술을 전승하고 있는 후계자들의 계보도 책 뒷 부분에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고 유일한 생존자인 초기 무형문화재이신 설석천 할아버지는 동영상에 잘 나오고 있다.

이 책을 혹 목공 교본으로 이해하면 안된다. 제목처럼 소목이 뭔지에 대해 개괄적으로 이해하게 하고 생활목공에 대한 상식을 전해 주는 책이다. 공방 같은 데라도 가서 직접 나무로 뭔가를 만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대로, 또 전혀 해 보지는 않았어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대로 이해가 쉽게 만들었다.

이왕이면 칠이나 설계분야도 다룬 책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층 장농을 짜는 데는 아주 정교한 설계도가 없이는 엄두도 못낼 텐데 전혀 언급이 없었다. 전통 설계과정이 어땠는지가 못내 궁금함으로 남는다.

덧붙이는 글 | 제목 : 소목장
글 : 김삼대자 홍익대 교수
펴낸 곳 : 국립문화재연구소
출판사 : 예맥 출판사

덧붙이는 글 제목 : 소목장
글 : 김삼대자 홍익대 교수
펴낸 곳 : 국립문화재연구소
출판사 : 예맥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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