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라오케에서 조심해야 할 것

가라오케 독점하는 몇몇 한국인 관광객...현지인 위화감 조성

등록 2004.02.13 13:36수정 2004.02.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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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오래 부르면 죽을 수도 있다? 한국의 노래방 때문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한국의 노래방에서도 마이크를 혼자서 독점해 노래를 부르면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거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서 노래방을 혼자 전세 낸 것처럼 마이크를 놓지 않고 오랫동안 노래를 부르다간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려가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가라오케는 일본에서 시작된 문화다. 실제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처럼 가상으로 반주를 한다고 해서 ‘가라(가짜) 오케(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저렴한 비용으로 술집 또는 노래방에서 마음 놓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당연히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 가라오케에 열광했고 그 결과 전국적으로 엄청난 숫자의 노래방을 양산시켰다.

여타의 유행 산업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데 비해 노래방이 이렇게 질긴 생명력을 가지는 데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흥겨운 장단을 즐긴다는 데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흥이 나면 구성진 가락에 노래 한 곡조를 뽐내면서 술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이 있어 누군가가 한 곡조로 분위기를 잡으면 집단적으로 흥을 돋우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게 지나쳐 술 한잔의 기운을 빌려 도를 넘는 행동을 하는 사람 때문에 때로는 불상사가 나곤 한다. 국내에서는 자기들끼리 토닥거리거나 심하면 파출소에 끌려가서 훈방 조치를 받는 걸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문제는 외국에 나가서 노래방을 찾는 경우다.

a 대다수의 가라오케는 공동으로 노래를 부르도록 되어 있다

대다수의 가라오케는 공동으로 노래를 부르도록 되어 있다 ⓒ 김홍련

외국에서는 노래방을 가라오케라고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가라오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 노래방처럼 칸칸이 나누어져 있는 게 아니라 대개의 경우 홀에서 공동으로 노래를 부르게끔 되어 있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신청해서 돌아가면서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 사람들은 단체로 가라오케에 몰려와 독점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만행을 종종 저지르고 거기에서 불상사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은 노래에 좀 자신 있다 싶거나 술이 거나하게 취했을 경우에는 마이크를 독점하고 남에게 좀처럼 마이크를 넘기지 않는다. 나는 외국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현지인들에게는 불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자칫하다가는 목숨을 잃는 불상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외국의 가라오케는 값이 싸다. 술값뿐만 아니라 안주도 비싸지 않아 여행객들이 부담 없이 놀기 좋다. 하지만 간혹 한국 여행객들이 호기가 지나쳐 객기를 부리는 사례가 왕왕 있는데 이것이 사고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간의 문화적 이해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사고이다. 한국인들은 술 한잔 먹고 노래 좀 오래 불렀기로서니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곳이 우리 한국인만 있는 게 아닌 우리와는 다른 현지인들과 함께 있는 외국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지인들과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커지는 것이다.

국내 무대처럼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현지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합석해서 노래를 부를 때 지나친 고성을 내거나 마이크를 독점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는 현지인들의 불만을 야기 시켜 시비로 연결되어 불상사를 발생하게 한다.


a 너무 혼자 노래를 독점하면 엉뚱한 사고를 부를 수 있다

너무 혼자 노래를 독점하면 엉뚱한 사고를 부를 수 있다 ⓒ 김홍련

필리핀의 가라오케도 값이 무척 싸다. 맥주 한잔을 걸치고 아가씨와 함께 신나게 노래를 불러도 주머니 걱정이 안될 만큼 부담이 없다. 그래서 몇몇 한국인 관광객들은 가라오케를 점령하다시피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현지인들이 이런 모습을 보다가 자기들도 노래를 부르겠다고 하면서 시비가 발생한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더 부르겠다고 하고 현지인들은 외국인들이 독점하는 것이 보기 싫고. 그런 저런 이유로 가라오케에서 한국인들끼리, 혹은 현지인들과 시비가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필리핀의 독특한 경비체제와도 관련이 있다.

필리핀의 기업이나 사업체는 대부분 사설업체에게 경비 용역을 주고 있다. 사설업체에서 파견한 경비원들은 한국의 청원경찰처럼 별도의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데 한국의 경우와 달리 경비원들은 실탄을 지급받는다.

필리핀은 지나칠 정도로 검문검색이 빈번한데 무기가 합법적으로 휴대되기 때문에 총기사고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구에서 허름하게 옷을 입고 있는 경비원이라 하더라도 예외 없이 실탄 몇 십발은 휴대하고 있기 마련이다. 이런 사실을 가볍게 여긴 외국인들이 경비원과 충돌을 일으키고 끝내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것이다.

a M-16등으로 중무장한 필리핀 경찰

M-16등으로 중무장한 필리핀 경찰 ⓒ 김홍련


필리핀의 경비원들은 일단 상대방이 위협을 가해 올 경우 공포탄 몇발을 쏘다가 바로 실탄사격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번 총을 쏘면 무조건 연발로 확인 사살을 하는 경우가 많아 목숨을 잃게 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설마 총을 쏘겠냐 하는 생각으로 시비를 걸다간 큰일을 치를 수도 있다.

이렇게 문화적 차이와 관습의 차이로, 가볍게 시작한 술자리가 끝내 불상사를 부르는 사례가 필리핀에서 점점 늘고 있다. <오마이뉴스>에서 최근 보도한 필리핀에서 일어난 사고기사의 제목들이다

필리핀에서 잇단 한국인 관련 사고 발생
필리핀 농구장서 최악의 폭탄테러
필리핀 세부서 한국 교민 2명 피살
필리핀서 한국인 3명 총격 사망
필리핀 남부 테러추정 연쇄 폭발 100여명 사상
한국인 5명 필리핀서 사망, 실종
필리핀서 실종 정 서기관 피살돼
필리핀 한인선교사, 기관총 난사당해


a 필리핀은 무기휴대가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나라다

필리핀은 무기휴대가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나라다 ⓒ 김홍련


관광객이나 연수생, 아니면 필리핀에 눌러 살려고 하는 사람이든 간에 이 나라의 관습이나 문화를 존중하고, 너무 취하거나 지나치게 흥분해서 현지인들과 시비가 붙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필리핀에서 총기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하나의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 즐거운 여행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외국에서는 항상 조심을 해야 하며 특히 방문국의 문화를 잘 이해 하여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즐거운 여행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외국에서는 항상 조심을 해야 하며 특히 방문국의 문화를 잘 이해 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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