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86

화벽의 주인 (4)

등록 2004.02.13 13:53수정 2004.02.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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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핫! 자네는 본좌가 화씨지벽에서 완벽이라는 말이 연유(緣由)하였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이토록 장황하게 설명하였는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소인, 공자께서 대단한 학식의 소유자라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으래? 그런데도 그랬다는 말이지? 왜 그랬는가?”


“방금 전 소인은 이만한 학식이 있다고 스스로를 자랑했습니다. 만일 소인이 사사건건 이같이 굴었다면 어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흐음! 자고로 모난 돌은 정을 맞는 법이지.”

“맞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면 존경하는 척하면서도 시기하지요. 만일 소생이 이놈의 이름을 완벽이라 지었으면 지금까지 여기에 남아 있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까?”
“그건 왜…? 으음! 자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네.”

철마당이 팔대당에 속하지만 순찰원은 분명 상위 기관이다.

그리고 철마당의 임무 가운데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순찰원 고수들이 강호를 종횡무진(縱橫無盡)할 수 있도록 잘 조련된 마필(馬匹)을 제때에 공급하는 것이다.

순찰원의 고수들에겐 특별히 대완구가 지급되는데 이상이 생기면 즉시 철마당으로 보내지고 대신 예비마가 보내진다.


이때 원래의 말보다 예비마가 더 마음에 들면 돌려보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성규(成規)상 이래서는 안 되지만 순찰원이 철마당보다 상급기관이다 보니 이런 횡포가 빚어지는 것이다.

가끔은 순찰원 소속 고수가 직접 철마당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다친 말을 반납하는 대신 제 마음에 드는 말을 골라가려는 것이다. 이것 역시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철마당에서는 원하는 말을 줄 수밖에 없다.

만일 철마당에 뛰어난 기량을 지닌 말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 순찰원에서는 너도나도 아무 이상도 없는 말을 반납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는 끝발로 밀어붙여 어떻게든 끌고 가려 할 것이다.

현재 무림천자성 최고의 말은 철기린의 애마 비룡이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 빠른 말이 있다 소문이 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도 수십, 수백 마리가 반납될 것이다.

그리고 장로와 호법들 모두 압력을 넣을 것이다. 그래서 화벽이라는 다소 괴상한 이름을 붙인 것이고 타인의 눈에 뜨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마굿간 안에서만 조련한 것이다.

그런데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던가?

나름대로 비밀 유지에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화벽의 존재를 눈치챈 무언공자는 참으로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사실 철마당 내에서도 화벽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회옥은 화벽의 이모저모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는 무언공자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철기린은 그의 외호에 걸맞게 전설의 미남자인 반안(潘安)과 자주 비견될 만큼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사실 수많은 여인들이 그에게 청백을 잃었으면서도 대놓고 항의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무림천자성의 소성주이기 때문이 아니다. 천하제일 미남자에게 첫 정을 주었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 진 무제 사마염(司馬炎)이 오(吳)를 평정하고, 연호를 태강(太康)으로 고칠 즈음 여덟 명의 걸출한 작가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삼장이륙양반일좌(三張二陸兩潘一左)라 불렀다. 장화(張華), 장재(張載), 장협(張協), 육기(陸機), 육운(陸雲), 반악(潘岳), 반니(潘尼), 좌사(左思)가 그들이다.

이 팔대가 중 반악이 세상에 가장 많이 알려졌는데 그는 뛰어난 재주로 타인을 압도했다기보다 준수한 풍채에 기인한 바 크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미남자로 일컬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용모만으로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면 옳지 않을 것이다.

못지 않게 풍부한 감정을 지녀서 아내가 죽자 도망시(悼亡詩 : 죽음을 애도하는 시)를 써 세상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반악은 위(魏)의 마지막 임금인 조방(曹芳)의 정시(正始) 팔 년에 태어나 진(晉) 혜제(惠帝) 영강(永康) 원년에 죽었다.

그의 자는 안인(安仁)이나 세간에선 반안(潘安)이라 불렸다.

진서(晉書)의 기록을 보면 반안은 젊었을 때 늘 탄궁(彈弓 : 탄알을 쏘는 활)을 끼고 마차를 몰아 서진(西晉)의 수도 낙양 거리를 지나 다녔다고 한다. 그가 지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수많은 여인들이 다투어 그를 보려했다. 그리고 소녀들은 길가에서 그의 손을 잡고 마차를 둘러 싼 채 지나가지 못하게 하였고, 유부녀들은 그의 수레에 과일을 던져 연모의 정을 표했다.

그래서 반악의 수레는 늘 과일로 가득 찼다고 한다. 이 일은 과일을 던져 수레를 채웠다하여 척가영거(擲果盈車)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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