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길 뻔한 우리 옛신 제작 명맥 이어졌다

문화재청, 화혜장 황해봉씨 무형문화재 지정

등록 2004.02.17 00:07수정 2004.02.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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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혜장 황해봉 씨.
화혜장 황해봉 씨.문화재청
텔레비전 사극에서 사대부들이 뒷짐을 지고 팔자걸음을 걸으면 불룩 나온 배만큼 눈에 띄는 것이 신고 있는 신발이다. 과거에는 갖바치라고 해서 가죽을 다루는 이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것들이다.

요즘은 누가 그런 것을 만들까 하지만 우리 나라도 갖바치의 명맥이 이어지게 됐다. 문화재청은 최근 문화재위원회(무형문화재분과) 심의를 거쳐 전통 신을 제작하는 기술인 '화혜장(靴鞋匠)'을 중요무형문화재 제116호로 지정하고 기능 전수자인 황해봉씨를 장인으로 인정했다.


황 장인의 지정은 자칫 할아버지 대에서 끊길 뻔한 전통을 손자가 이었다는 데 의의가 크다. 현대에 들어 전통 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자 정부는 지난 1970년 맥을 잇게 하기 위해 서둘러 기능보유자인 황한갑씨를 중요무형문화재 '화장'으로 지정했다. 황한갑씨는 바로 황 장인의 할아버지다.

손자 황 장인은 16세 때부터 할아버지 어깨너머로 화혜장 일을 배우다 군대를 제대한 직후인 73년 아예 업(業)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할아버지가 80대 노인이 됐는데 아무도 대를 잇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나 아니면 한국에서 화혜장이 없어지겠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

자동차 수리공이던 황 장인의 아버지도 이 일을 배우긴 했지만 제대로 전수받기에는 나이가 많았고 불행히도 고혈압으로 78년 일찍 세상을 떠났다.

황 장인은 옛 문헌과 복식학자의 도움을 얻어 사라진 전통신 재현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옛 신발을 되살려내 1999년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사대부 신발 태사혜
사대부 신발 태사혜문화재청
이번에 황 장인이 지정 받은 기술인 '화혜장'이란 이전에 ‘화장'과 ‘혜장'으로 활동하였던 장인을 통칭한 것이다. 전통신발은 크게 신목이 없는 혜(鞋)와 신목이 길게 있는 화(靴)로 나뉜다. 조선시대의 경우 '화'와 '혜'를 만드는 장인이 따로 있을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


전통 신의 대표격인 태사혜(太史鞋)는 주로 사대부가 남자들이 신던 신발로 신코에 장식이 있어 화려한 것이 특징. 신의 운두가 깊지 않고 둘레의 울에 무늬가 없는 비단이나 양피를 대서 만들었다.

주로 사대부의 나이든 사람이 평복에 신었고 조선 말기에는 왕도 평상복에 신었다. 가죽신에 천으로 겉을 대었고 뒤축에는 흰 무늬를 새겨 넣었다.


이밖에 우리 전통 신에는 발막신, 여성용으로 당혜, 운혜, 수혜, 궁혜, 남녀공용으로 진신(유혜), 목화, 협금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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