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석성에는 아직 서른채 정도의 민가가 남아 있습니다.구동관
단돈 1만원. 하룻밤 묵는 방값은 단지 기름값일 뿐이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한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게 세상의 인심인데, 할머니는 “어떻게 돈을 받아. 그냥 하루 묵어가지.”
그래도 그냥 묵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에 “그럼 기름값으로 1원만 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구멍가게로 방을 잡는 것을 한번은 망설였습니다. 그저 망설인 정도가 아니라 마땅한 숙소를 찾아보겠다며 그곳을 되돌아 진도읍쪽으로 한참을 갔었습니다.
그렇게 되돌아가던 발걸음을 다시 잡은 것은 초롱초롱한 별빛이었습니다. 그 구멍가게 앞에서 잠시 서성이며 올려 보았던 그 하늘의 별빛 말입니다. 바람이 거세 창문이 덜컹거릴 정도의 날씨여서 별빛이 초롱한 그곳에서 한참동안 별을 볼 수는 없을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별빛을 받는 민박에 머문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 밤. 행복은 손에 가득 무엇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쥐고 있는 손을 털고, 마음을 비우는 것을 느끼고 싶습니다. 밤이 깊어 갑니다. 하여 새벽이 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