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고등학교와, 즐거운 고딩일기의 졸업 | | | | 안녕하세요. 서강훈입니다. 저의 ‘즐거운 고딩일기’는 이번 기사를 마지막으로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기사를 씀에 앞서, 저는 많지 않은 나의 글들과 치기 어렸던 기억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단 한 가지, 마음속에서 울리는 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나마 행복한 사람이구나.’
나의 이름을 달고, 내 코너에서 주기적으로 글을 쓸 수 있었다는 점, 다른 분들께서 어찌 여기실지는 모르지만 저에게는 사실 커다란 자랑거리였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모습을 인식해 가는 나이에 나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것, 자부심을 느낄 만큼 뿌듯한 일이었으니까요.
또한 비록 온라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였지만, 글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통해 친구 같은, 선생님 같은, 부모님 같은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단 점도 저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저는 행복했습니다.
내 학창시절의 자취를 거두어, 부족하게나마, 단편적이나마 남길 수 있었다는 것도 감사할 유산입니다. 저는 행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애로사항에도 불구하고 연재를 무사히 끝마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일 것입니다. 난필인 주제에, 불안하고, 단지 고등학생이었던 저입니다.
스스로 연재를 시작함에 앞서서 사실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도중에 하차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소재가 떨어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많은 생각을 할수록 스스로 부담만을 가중시킨다는 것을 알고서, 그저 내가 가장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을 글로 쓰자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나의 삶의 진행과 함께 계속되어온 고딩일기, 그 짧은 호흡을 내쉬었다는 것 자체는 분명 행복한 일입니다.
행복감을 느꼈으니,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고딩일기의 연재 마칠 때까지 지면을 할애해 주신 오마이뉴스 편집진분들께 우선적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원래는 매주 기사를 올려야 하는데 타성에 젖은 생활과 개인의 나태로 많은 기사를 올리지 못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오타도 많았으며 호흡이 유난히 짧은 글을 재밌게 읽어주시고 가끔 쪽지와 전자메일로 격려해 주신 독자 분들께도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듯 감사와 행복의 인사를 전하면서 마지막으로 특히, 고딩독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분명, 학교 생활은 어쩌면 투쟁적인 생활로 비칠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야 하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고등학교 생활. 세상에 대한 관심보다, 사회에서 나의 입지가 어떤가에 대한 고민보다, 내 자신의 일에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 못지않게 중요한 것, 그것은 현재라는 이름입니다. 현재 학교라는 공간은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구습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을 교칙이라는 이름의 통제, 추락해 가는 공교육의 신뢰, 대학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교육풍토 등등.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으로 살아가면서 이러한 말들을 실감하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입니다.
당장 현재 학교의 문제 상황을 학생으로서 어떻게 해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사회 인식적으로 고등학생은 미래를 준비해야 하며 단지 품행이 바라야 할 통제된 존재니까요. 그러나 적어도 내가 속한 사회의 문제점이라면, 그 상황에 대한 문제인식은 가지고 있어야 하며,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큰 세상에 언젠가는 나아가야 할 것이라면, 사회 속에서 고등학생으로서의 나의 자리는 무엇인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나라는 자아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면 또한 내가 속한 학교라는 작은 사회의 일은 간과할 수 없는 것입니다.
너무도 부족했기에 이런 원론적인 말로 후배님들께 글을 올리는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모자랐던 저를 대신해서 고등학교에 대한 사회 여론의 끊임없는 환기와 교육문제에 대한 인식, 스스로의 목소리 내기를 후배님들께서 계속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고딩이 아닌 제가, 후배님들께 드리는 당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학교를 졸업했듯, 이제는 즐거운 고딩일기를 졸업해야 합니다. 짧은 호흡을 마치며, 다시 한번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졸업생 서강훈 올림. / 서강훈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