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91

화벽의 주인 (9)

등록 2004.02.25 13:42수정 2004.02.2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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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만년하수오나 인형설삼이 흔한 물건인줄 알아? 은자가 아무리 많아도 연이 닿지 않으면 구경조차 못 하는 게 그거야.”

“만년하수오는 만년쯤 묵은 하수오라는 건 알겠는데 인형설삼? 그건 또 뭐냐?”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삼(蔘)이 어디에서 나는지 알아?”

“그 정도는 나도 안다. 삼 중의 삼은 해동 땅에서만 나지. 안 그래? 그래서 진시황이 불로장생할 약초를 구하려고 사람들을 그리고 보냈잖아.”

“맞았어. 그 삼에도 종류가 많은데 뭐 뭐인지 알아?”

“하하! 녀석, 나를 뭘로 보고…? 산삼에는 천종(天種)과 지종(地種), 그리고 인종(人種)이 있지. 그중 천종은 하늘이 내린 산삼, 즉 산삼의 원종(原種 = 純粹種)을 의미하는데, 심마니들도 평생 한번 만나기가 쉽지 않은 아주 귀한 삼이지.”

“호오! 대단한 걸. 그럼 지종은?”


장일정은 이회옥의 거침없는 산삼 이야기가 대견스럽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

“어쭈! 네가 감히 우형을 시험해? 좋아, 지종은 넓게는 인삼종(人蔘種)이 순수종으로 회귀되어 가고 있는 야생삼(野生蔘)을 지칭하는데 이를 다시 좁은 의미의 지종(地種)과 산장뇌(山長腦)로 분류해. 맞지?”


“좋아, 그럼 좁은 의미의 지종과 산장뇌는 뭐지?”

“쨔식! 지종은 야생화(野生化)된 인삼종이 대(代)를 거듭하여 질적 형태적으로 천종에 근접된 산삼을 말하는데 주로 야생에서 삼 내지 사 대(代)를 거친 삼이 해당돼.”

“산장뇌는?”

“그건 아직 산삼 본래의 형태적 특성을 완전히는 갖추지 못한 야생삼으로 주로 야생에서 일 내지 이 대를 거친 삼을 말하지.”

“오우! 그 정도면 의원 해먹어도 되겠다. 좋아, 그럼 인종에 대해 설명해봐. 설명을 잘하면 우리 무천의방에 넣어줄게.”

“뭐라고? 네 밑으로 들어오라고? 어쭈, 많이 컸다 이거지?”

“하하! 농담이야. 그나저나 인종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어?”

“그래. 천종과 지종이 순수한 야생의 삼인데 비해 인종은 사람에 의해 씨가 뿌려진 산삼을 의미하는데 산양삼(山養蔘)과 씨장뇌가 있지. 산양삼은 산삼씨를 산삼이 자라기 적합한 장소에 심어 자연적으로 자라게 한 삼이고, 씨장뇌는 인삼씨를 산삼이 자라기 적합한 장소에 심어 자연적으로 자라게 한 삼이지.”

“핫핫! 훌륭해. 그럼 인형설삼도 설명해봐.”

“글세…? 그것까지는 모르겠는데?”

“하긴 의원인 나도 처음 봤는데 형이 어찌 알겠어? 인형설삼은 해동땅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건데 생긴 것이 꼭 발가벗은 여인의 나신을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거야.”

“그래? 그럼 뭐 특별한 효능이라도 있냐?”

“물론이지. 인형설삼은 천종삼이 최소한 천년 이상 묵어야 되거든. 알겠지만 산삼은 오래 묵을수록 약효가 뛰어나잖아.”

“좋아, 그럼 이번엔 환세음양단에 대해서 설명해봐.”

“그건 환세신선단(還世神仙丹)과 절륜음양단(絶倫陰陽丹)이라는 두 가지 단약의 비방(秘方)을 합쳐서 만든 거야.”

“환세신선단과 절륜음양단? 그건 또 뭐냐?”

“그건 죽어서 저승사자에게 끌려가다가도 다시 세상으로 돌아올 정도로 신묘한 약효를 지닌 단약과 하루에 백 여인을 상대해도 까딱없을 양기를 지니도록 하는 단약이지.”

“……!”

“나는 그걸 딱 세 알을 만들었는데 하나는 성주에게 줬고, 나머지 둘은 철기린과 무언공자에게 줬지. 젠장! 놈들이 원수인줄 알았다면 절대 주지 않았을 거야.”

장일정은 북명신단에 이어 환세음양단까지 구부시 일가에게 바친 것이 못내 아깝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왜 만들었고, 왜 줬는데?”

“형, 소림사 장문 방장인 영공이라는 땡초를 알지?”

“물론 알지. 그놈 속세명이 부래어라며?”

“그래. 썩은 개의 시체(狗腐屍) 앞에서 체면도 모르고 알랑방귀를 연신 뀌어 대는 아주 아주 역겨운 놈이지.”

“야, 이 대목에서 그 병신 같은 놈 얘기는 왜 해? 그놈 이야기만 들어도 재수 없다. 에이, 퉤에!”

“글쎄 들어봐! 그 미친놈이 어디서 났는지 만년하수오하고 인형설삼 한 뿌리씩을 보냈어. 그걸로 영약을 만들어 썩은 개의 시체하고 개화공자라는 개새끼에게 주라는 거야.”

“개화공자? 그게 누군데?”

“누구긴? 형하고 나한테 제왕비를 준 엿 같은 놈이지.”

“그럼, 소성주? 그가 왜 개화공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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