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똑같은' 시인 장효문

시인 장효문 선생 정년퇴임 및 출판기념회 가져

등록 2004.02.26 04:41수정 2004.02.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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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시인 장효문 선생 시집 '부활' 출판기념회

시인 장효문 선생 시집 '부활' 출판기념회 ⓒ 김성철

죽음에 당신의 따뜻한 입술을 맞추어 주소서
부활의 눈을 뜨게 하소서
이 땅의 모든 죽음에 부활의 신비를 내리어
싱그러운 오월의 푸른 풀잎의 꿈으로 뜨겁게 살아나게 하소서

죽음에 축복을 내리소서
칠흑같은 죽음에서 해뜨는 아침을 눈부시게 하소서
무등을 제 어미처럼 한아름씩 부활의 꿈으로 죽음 속에서 끌어안고서
시대의 침묵 소에 떨어져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기다리는 그들을
삽과 가래로 단 한 반만 일어나게 하소서.


그리하여 당신의 뜻으로 두 번을 죽음에 이르게 하소서
이들을 어여삐 여기소서
죽음에서 속삭이는 이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소서

태양이 눈부신 날
쳇바퀴를 만들고 쳇 불을 매어 바늘귀 만큼한 체를 흔들어
이 땅의 모든 죽음에서 산 잔와 죽은 이를 가려내소서
가난한 사람 억압받는 사람 선량한 농민 그렇다 그렇다고
거짓을 거짓이라 말하며 죽음에 이르는 자들을

당신께서 일어나게 하시고 권력과 돈으로 사람을 능멸하고
자신의 영화를 위하여 애국을 말하는 자와 민족의 구원을

기만과 권모술수로 소리치는 자들을 죽음의 계곡으로 끌고 가시어
이 땅에서 영원히 물리쳐내시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의 부활처럼 영원한 삶을 허락해 주소서

<장효문 시인의 시 '부활'>



지난 25일 오후 4시 고흥에서 진종근 고흥군수, 김재근 고흥군교육장 등 각계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흥고 교정에서 '전봉준 유서' 시가 새겨진 와비 시비제막식을 가졌다. 이것은 이후 5시, 시인이자 교육자인 청라(靑羅) 장효문 선생 정년퇴임식 및 출판기념회(시 화집 부활)를 기념해 치러졌다.

a 시인 장효문 선생 인사말

시인 장효문 선생 인사말 ⓒ 김성철

쑥부쟁이처럼 휜 뿌리까지
통째로 끌려나와 선혈
선혈 같은 황토길 위에서
사지가 밟혀지고
석삼 년 즈믄 밤을
주검처럼 누웠다가
구천 길 벼랑에서 천둥이 치고
안개비 새벽을 핥아 실눈을 뜨면


비름이는 벌떡 일어나며 사람을 하늘(人乃天)이라
소리치는 새벽빛을 그대는 듣는가

<장효문 시 '전봉준의 유서'>


진종근 고흥군수는 이날 축사를 통해 "40여년 동안 사도의 길을 걸으면서 제자들에게 큰 가르침을 남긴 스승이었고, 문학 시인으로서 '서사시 전봉준' 은 우리나라 문단에 큰 업적을 남긴 시로 호평받고 있는데, 이는 우리 고장에서 낳은 보배요 자랑이다"라고 말했다.

시인 문병란 교수가 '장효문 시 세계'를 발표하면서 "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삶 속에 시가 들어있고, 고향의 흙과 풀을 사랑하는 세계에 있다"며 "시인 장효문은 겉과 속이 똑같은 사람이다. 정의가 있고, 의리가 있고, 이념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a 문병란 교수 축사

문병란 교수 축사 ⓒ 김성철

이어 소프라노 배현아, 바리톤 강길준씨가 출연하여 축가로 `목련처럼' `사랑은 눈물' `영혼의 새' 등 아름다운 가곡들을 불렀는데, 이 가곡들은 장효문 시에다가 이종만 작곡가가 곡을 붙였다.

장효문 선생은 작품활동과 관련 "동학사상과 체 게바라 사상을 접목시켜 실천적인 작품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며 시집 '서사시 전봉준', '전봉준을 위하여' 등의 시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창작과비평사에서 '전봉준' 관련 서사시를 5권 분량으로 나눠 새로운 시집으로 펴낼 계획이라 밝혔다.

이번에 8번째 출판한 '부활'은 7권 시집 중에서 48편을 선별하여 수록한 시집으로 아름다운 화보도 함께 만나 볼 수 있다.

a 시집 '부활'

시집 '부활' ⓒ 김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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