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아이고, 그것도 하나 못 맞추냐?”

<느릿느릿 이야기> 교동면 주민 게이트볼 대회

등록 2004.02.26 14:33수정 2004.02.2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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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릿느릿 박철

우수가 지나 봄이 오는 길목, 봄을 시샘이라도 하는지 날씨가 새촘하다. 교동면민 게이트볼 대회가 26일 교동초등학교 열렸다. 아침 마을방송에서 우리 동네 지석리는 아침 9시 경기가 있다고 한다. 나는 부리나케 서둘러 교동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아침부터 너른 운동장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2년 전부터 교동에는 게이트볼 붐이 일어났다. 각 리마다 게이트볼장이 하나 둘씩 생기더니 이제는 17리마다 게이트볼장이 들어섰다. 처음에는 60대 이상 할아버지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게이트볼을 할 줄 안다. 선수가 따로 없을 정도로 실력도 비슷하다.

동네마다 아침부터 ‘딱~’ 하고 스틱으로 공을 맞추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다보면 저절로 운동이 된다. 이 경기는 30분 동안 5명이 한 팀이 되어 3개의 게이트를 통과해 중앙에 있는 폴을 맞추느냐에 따라 점수가 결정된다.

바둑이나 장기를 두듯, 상대방의 수를 다 읽어야 한다. 그리고 단체 경기이기 때문에 혼자 잘난 척해서도 안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자꾸 하다보면 기술이 생긴다. 그러나 운도 따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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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릿느릿 박철

경기에 열중하다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굴러가는 볼이 서지도 않았는데 급하게 플레이를 하면 파울을 당한고 만다. 그러니 차분하게 수를 읽으며 경기를 해야 한다. 그러면 재미와 운동을 동시에 맛 볼 수 있다. 경기규칙이 단순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9시가 조금 넘어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사람들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에 열중한다. 나는 선수들과 응원단들의 표정을 담기로 했다. 여기 저기 탄식과 환호성이 들린다.


“우형이 아빠, 6번을 맞춰!”
“한데 몰리면 위험한데 왜 자꾸 몰려. 저쪽에서 냅다 쏘면 어쩔 거야?”
“괜찮아. 아직 초반전인데 뭘 그래? 끝까지 집중하면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어.”
“플레이하는 선수 말고는 경기장 안에 들어오지 마세요. 그러면 파울 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은 점점 더 심하게 분다. 이럴 땐 따뜻한 오뎅국물이 최고인데. 큰일이다. 점심 때가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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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릿느릿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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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릿느릿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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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릿느릿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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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릿느릿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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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릿느릿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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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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