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있는 흑산홍어와 비교하면 뚜렷하게 구분이 가지요? 그래도 잘 삭히면 국산 못지 않습니다. 서민들의 영원한 벗 칠레산을 먹으려면 우리나라에서 드릴로 뚫으면 칠레 앞바다가 나옵니다. 낚시 바늘만 드리우면 잡힐까.김규환
홍탁삼합의 조화
음식 중에 대표적인 합궁(合宮)을 발휘하는 음식이 있다. 양합(兩合)도 아닌 삼합(三合)이니 이름하여 홍탁삼합(紅濁三合)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중 한 가지만 빼고 삭히는 숙성 과정을 거친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발효식품 세 가지와 식어갈수록 딱딱해지는 고깃덩이가 어울리니 미련하게 살균을 하지 않는 한 발효가 지속되어 주변 잡균과 상한 음식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해주니 이 얼마나 대단한가.
홍탁삼합을 하나씩 차례대로 풀면 네 가지가 나온다. 잘 삭힌 홍어,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 탁주, 여기에 껍질과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 삶은 것, 마지막으로 묵은 김치 또는 삭은 김치다. 홍어와 탁주가 기본이고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가 곁들여지니 꼼꼼히 들여다보면 네 가지가 맞는 셈이다.
홍어라 하면 신안군 흑산도 인근에서 10월 한로(寒露)부터 4월 한식(寒食)까지 차가운 6개월여 동안 잡힌 암컷이 최고인데 8kg 이상 되는 상품(上品)은 현지 경매가로 60만원을 호가한다. 이 때가 맛도 좋다.
현지에선 오래 삭히지 않고 신선하게 먹지만 뭍으로 나오면 삭히는 게 일반적인데 삭히기 전에 홍어 간(肝) '애'를 먼저 꺼내 소금기름에 듬뿍 찍어 고소한 불포화지방산을 음미하고 내장을 말끔히 걷어 따로 탕 감으로 두고 각 부위별로 나눠 밀가루 부대든 헝겊으로 싸서 일정한 온도-섭씨 4∼5도에서 지푸라기를 넣고 삭히면 어떤 생선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오묘한 맛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