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에서 태극기 휘날리셨나요?"

3·1절 국기 게양률 저조…그리운 월드컵 태극 물결

등록 2004.03.02 14:07수정 2004.03.0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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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노원구 지역은 유난히 아파트가 많습니다. 그래서 국경일 등 태극기를 다는 날이면 아파트 외벽에 가지런히 휘날리는 태극기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2002년 4월에 이곳으로 이사온 저는 그 해 6월 우리 나라와 일본에서 개최된 월드컵 축구를 지역 주민과 함께 집 앞 공원에서 보면서 함께 즐거워 했습니다. 붉은 티셔츠에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목이 터져라 외쳐대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그 해 8월 광복절에는 월드컵의 여파인지 몰라도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같은 라인에도 태극기가 제법 걸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럴만한 것이 월드컵 당시 태극기의 물결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한반도를 덮고도 남을 정도로 집집마다 태극기가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월드컵이 끝나고 2년이 가까워 옵니다. 온 나라를 후끈 달궜던 월드컵 열기는 좀처럼 찾기 힘들 정도로 모두 식었습니다. 집안 옷장에 접혀 있는 땀내 스민 붉은 셔츠만이 그 날을 기억하게 합니다.

당시에는 붉은 옷을 입지 않으면 이상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낯설어 보이는 것은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들 고이 접어 옷장 속에 묻어 놓고들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온 거리에 나부끼며 휘날리던 태극기마저 최근에는 실종된 듯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3·1절 날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이번도 여느 때처럼 아침 나절에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열고 정해진 곳에 태극기를 꽂았습니다. 태극기 봉 밑둥이 꽂이와 맞지 않아 헐거워서 테이프로 고정을 할까 하다가 게으름 탓에 그냥 두었습니다.

텅빈 태극기 꽂이
텅빈 태극기 꽂이유성호
그런데 잠시 후 갑자기 강한 바람에 태극기가 뽑혀 날아갔습니다. 태극기를 찾느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상가 옥상에 떨어져 있습니다. 순간 국기에 대한 불경죄를 저지른 것 같아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위층을 올려다봤습니다. 순간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19층인데 저는 6층에 살고 있습니다. 위로 아래로 아무리 훑어 봐도 태극기가 하나도 걸려 있지 않았습니다.

황금 연휴라서 집을 일찍 비워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오늘처럼 전멸(?)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달랑 걸려 있던 저희 집 태극기마저 바람에 떨어진 것이 오히려 보기 좋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태극기를 다는 것은 자유 의지입니다. 그러나 태극기에 대한 예의는 애국의 가장 초보이며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민방위 훈련 때면 모기 같은 목소리로 불러대는 애국가며 국가 경조일에 실종된 태극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애국의 첫걸음인 것을 우리는 알면서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건설회사는 이번 3·1절을 맞아 자사 아파트 입주민들을 방문해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게양을 당부하는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벌였다고 합니다. 차제에 개인, 기업, 지자체, 정부는 각자의 자리에서 태극기 사랑 정신과 이를 홍보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작은 실천이 민의를 결집시키고 그것은 곧 민족의 저력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월드컵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다음 국기 게양일은 6월 6일 현충일입니다. 이날은 태극기 깃면 너비만큼 내려서 조기를 달아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 우리 같이 태극기를 힘차게 휘날려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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