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 야바위쇼", "이건 사기야, 사기"

[현장 스케치] 2일 국회 본회의 '정치관계법' 상정에서 부결까지

등록 2004.03.03 01:33수정 2004.03.0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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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일 밤 양승부 민주당 의원의 선거구획정안 수정안이 기습상정되고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의 찬성요청 쪽지가 돌려지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석에 몰려가 항의했지만 박관용 의장이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다.

2일 밤 양승부 민주당 의원의 선거구획정안 수정안이 기습상정되고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의 찬성요청 쪽지가 돌려지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석에 몰려가 항의했지만 박관용 의장이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홍 총무, 부끄러운 줄 알아!"(김영춘 의원)
"들어가, 들어가!"(한나라당 좌석)
"이재오 위원장이 여야 합의 이끌어낸대로 해요!"(이부영 의원)
"입 다물어!"(한나라당 좌석)
"입 다물라니! 부끄러운줄을 알아야지..."(이부영 의원)


국회 본회의가 재개된 2일 밤 11시30분, 이후 불과 30분만에 2월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끝나면서 정치관계법 처리가 자동적으로 무산됐다. 애초 여야는 이날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촉박한 시한 탓에 정치관계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승부 민주당 의원이 소속 의원 60명의 서명을 받아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현역의원으로 있는 전북지역 일부 지역구를 바꾸는 수정동의안을 갑작스럽게 제출하면서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여기에 홍사덕 총무가 "민주당 수정안에 찬성하라"는 쪽지를 돌린 사실이 들통나 상황은 급변했다.

수정동의안의 기습 상정으로 '무주·진안·장수'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원은 회의 종료 15분을 남겨두고 신상발언을 신청했다. 그러나 박 의장이 촉박한 시간을 이유로 표결 처리를 강행하려 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흥분해 "기만극"이라며 의사 진행을 막고 나서 순식간에 본회의장은 고성과 욕설로 뒤덮였다.

정세균 의원을 비롯한 임종석, 김근태, 이강래 의원 등은 국회의장 단상 앞으로 몰려나와 신상발언 시간을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장영달 의원은 의장석까지 올라가 의사 진행을 막았다.

김영춘 의원은 홍 총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홍 총무,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소리쳤으며, 정동영 의장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의장, 마지막 오점을 남기지 말라"고 외쳤다. 장영달 의원도 "이건 사기치는 것"이라며 거세게 항의했고, 송영길 의원은 "한-민 공조 야바위쇼"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부영 의원은 "이재오 위원장이 여야 합의를 이끌어낸대로 진행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이처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서자, 한나라당 의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한 의원은 우리당 의원들을 비난하며 "들어가라"고 외쳤고, 다른 의원은 이부영 의원을 향해 "입 다물라"고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비난의 대상이 된 홍사덕 총무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앉아 있다 본회의가 산회되자마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장내가 이처럼 아수라장이 되자 박 의장과 국회 직원들이 혼동해 의사진행 순서를 뒤바꾸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17대 총선을 불과 44일 남겨둔 시점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는 가장 시급한 현안인 정치관계법안을 표결에도 부치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


a 정세균 의원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달라며 박관용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정세균 의원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달라며 박관용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 소속 의원 살리려 '합의 파기'... 한나라 자연스럽게 '한-민 공조'

한편 민주당이 이같은 수정안을 제출한 이유는 당 소속 김태식 의원에게 지역구를 배정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소속 의원을 살리기 위해 선거구획정위가 확정한 획정안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수정안을 기습 제출했고, 한나라당은 자연스럽게 '한-민 공조'를 해 준 꼴이다.

이에 대해 김부겸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는 "전형적인 게리멘더링이며 사기협잡"이라며 "선거구획정위를 민간위원으로 구성하는 것은 현역 의원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해서 선거구획정을 하기 때문인데, 선거구획정위에서 만들어 온 획정안을 소속 의원을 살리려고 바꿀 수 있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a 2일 밤 양승부 민주당 의원의 선거구획정수정안 기습상정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격렬한 항의로 정치관계법 수정안이 처리 시한을 넘긴 채 국회 본회의가 산회되자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2일 밤 양승부 민주당 의원의 선거구획정수정안 기습상정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격렬한 항의로 정치관계법 수정안이 처리 시한을 넘긴 채 국회 본회의가 산회되자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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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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