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둔 쌍용차의 어제와 오늘

중국 란싱 그룹에 인수될 듯 …대우· 채권단 이어 셋째 주인 맞을 운명

등록 2004.03.04 11:59수정 2004.03.0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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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4일 창립 16주년을 맞았다.

빠르면 올 상반기에 중국 란싱 그룹으로 인수될 것으로 보이는 쌍용차는 현재 쌍용차 노조와 사측, 채권단이 지속적으로 만나 쌍용차 매각에 대해 협의·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까지 노조는 란싱 그룹으로 매각되는 것을 반대해 왔지만 채권단의 설득과 워크아웃 기업으로서 회사 매각 외엔 대안이 없다는 여론에 밀려 최근 한발짝 뒤로 물러선 분위기다. 이에 따라 지난 달 말엔 란싱 그룹 관계자들이 평택 공장 생산라인과 연구소를 방문하는 것을 노조가 수용해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실사가 진행됐다.

란싱으로 쌍용차가 넘어가면 98년 대우그룹으로 인수, 2000년 채권금융기관 관리 체제에 이어 또 다시 타 기업에 목숨줄을 맡기게 되는 셈이 된다.

2002년 말 기준 쌍용차 총 자산은 2조1천974억원, 부채 1조5811억원이다. 사업장은 경기도 평택(본사, 공장)과 경상남도 창원(지점, 공장), 서울 사무소가 있다. 임직원은 7146명. 주요 주주는 채권단 54%, 대우계열사 12%, 기타 34%다.

지난해 쌍용차는 내수 판매 13만1283대, 수출 2만3024대를 기록하고 총매출액은 3조2800억원, 영업이익 2890억원, 당기 순이익 5890억원을 올려 3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시장에서 쌍용차가 39.4%의 점유율을 기록해 SUV 명가다운 실적을 보였다.

쌍용차의 우울했던 과거

쌍용차의 역사는 1954년 하동환 자동차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75년 하동환 자동차공업㈜가 기업 공개된 후 각종 특수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77년 동아자동차㈜로 상호를 변경하고 79년 평택 공장을 준공한다. 이후 84년 거화㈜를 인수해 지프생산에 돌입, 레저용 차량(RV) 시대를 여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86년 쌍용그룹이 동아자동차 경영권을 인수, 88년 지금의 쌍용자동차㈜로 상호를 변경했다.


쌍용차는 벤츠와 기술제휴를 해 선진 자동차 기술을 발빠르게 받아들여 자동차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부의 자동차 산업 재편 및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쌍용차는 대우자동차에 인수됐다. 당시 DJ정부는 현대차와 대우차 양대 구도로 국내 자동차 산업 지도를 그리려 했다. 따라서 현대차는 기아차 및 아시아차, 현대정공을, 대우차는 쌍용차와 삼성차를 흡수해 경쟁력을 키우길 바랐다.

그러나 대우그룹의 몰락으로 정부의 차 산업 구도는 깨져버렸다. 삼성차는 르노그룹에 흡수됐고 쌍용차는 대우 브랜드로 2년을 버티다 2000년 4월 분리, 채권 금융기관에 넘어가게 됐다. 이 와중에 쌍용차 직원들의 이직이 잇따랐고 쌍용차 서울 사무소는 이사만 5회 이상 하는 설움을 당했다. 특히 대우그룹에 통합됐다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회사의 중요 문서 등이 분실되기도 했다.


a 뉴 렉스턴

뉴 렉스턴 ⓒ 쌍용자동차

그러나 쌍용차는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만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차 판매를 대우자동차판매㈜에만 의존하던 것을 자체 판매망을 구축, 현재 전국 209개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다 2001년 최고급 SUV ‘렉스턴’을 개발해 시판, 고급 SUV 돌풍을 이끌었고 2002년 '무쏘SUT’를 내놓아 자영업자 및 레저 마니아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또 지난해 하반기엔 자체 개발한 첨단 디젤엔진을 장착한 ‘뉴렉스턴'을 출시해 기술력이 더욱 진보하고 있음을 세상에 알렸다.

란싱 매각 현황

쌍용차의 매각우선협상자로 란싱그룹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말. 다양한 업체들이 쌍용차에 관심을 보였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가장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곳이 란싱이다. 란싱은 인수제안 가격과 조건이 가장 높았고 종업원 고용보장, 국내 생산설비 활용, 시장 개척 등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채권단에게서 협상 1순위 대상자로 선정됐다.

쌍용자동차 주요 연혁

1954. 하동환자동차설립
1977. 동아자동차(주)로 상호변경
1979. 평택 공장 준공
1984. (주)거화 인수, 지프생산 참여
1986. 쌍용그룹 경영권 인수
1988. 쌍용자동차(주)로 상호변경
1988. 스테이션웨건형 '코란도훼미리' 생산개시
1991.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사와 기술 제휴
1992. 중앙 연구소 설립
1993. 벤츠와 5% 자본 합작
1993. 웨건형 4륜구동 '무쏘' 생산
1994. 창원 엔진공장 준공
1995. 천안부품물류센터 준공
1995. '이스타나' 생산
1996. '코란도' 출시
1997. '체어맨' 출시
1998. 대우그룹 경영권 인수
1998. '코란도 소프트탑' 출시
1999. '뉴무쏘' 7인승 출시
1999. 기업개선작업 약정 체결
2000. 대우그룹 계열 분리
2001.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관 4륜구동부문 브랜드파워 1위
2001. '렉스턴' 출시
2002. 무쏘SUT 출시
2003. '뉴체어맨' 출시
2003. '뉴렉스턴' 출시
2003. 중국 란싱그룹 매각우선협상대상자 선정
2004. 란싱, 쌍용차 실사
그러나 란싱그룹에 매각하려는 작업이 순조로운 편은 아니다. 노조는 중국 기업으로 회사가 인수될 경우 차 기술력이 유출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해 왔다. 머지 않아 중국으로 공장이 이전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증폭돼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 때문에 란싱 관계자들이 입국해 평택 공장을 실사하려던 것을 봉쇄하기도 했다.

소진관 쌍용차 사장은 “마음이 착잡하지만 워크아웃 기업으로 매각 외엔 대안이 없다”고 전제하고 “란싱외엔 현재 쌍용차에 크게 관심을 두는 기업이 없는 상황인 점을 이해해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란싱은 최종입찰서는 이 달 말까지 제출하기로 돼 있지만 채권단에 연기를 요청해 놓은 상황이다. 란싱 관계자의 쌍용차 공장 실사를 노조가 반대해 일정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란싱으로 매각되면

쌍용차가 란싱으로 매각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가 가장 주목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쌍용차에 란싱 그룹이 7억달러(약 8400억원)를 당장 투자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란싱은 자동차 전문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쌍용차의 경영에 깊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종업원 고용승계는 약속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은 쌍용차로선 나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즉 쌍용차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세계적인 자동차사에 흡수돼 단순한 자동차 조립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보다 낫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은 현재 자동차 산업이 급속히 확장되는 시점인데다 자동차 판매 성장에 비해 차가 제대로 달릴 수 있는 도로 인프라는 부족한 상황이어서 쌍용차의 SUV가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빠른 시간 내에 중국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김소림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자본은 란싱이 대고 제품은 쌍용차가 만든다는 기본 틀이 지켜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란싱으로 쌍용차가 인수되는 것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하고, “쌍용차 브랜드를 세계 시장으로 넓힌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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