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95

어떤 놈이야? (3)

등록 2004.03.05 14:40수정 2004.03.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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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룡대에 있던 여인들이 구출된 이후 그는 단 한번도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의 주위에는 늘 예비 대원들이 우글거리고 있기에 납치하거나 격살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도 없다.

따라서 그를 끌어낸 뒤 요절을 내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 최후의 수단인 미인계를 쓸 생각이다. 그래서 스스로 미끼가 되겠다며 나섰기에 치파오를 걸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대략 오십여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은신한 채 신호만 기다리는 사람들은 유라와 자하두, 그리고 청타족 용사들이다.

일전에 사라와 유라, 그리고 사면호협은 한운거사 초지악이 수시로 드나들던 낙룡대에 올라 더럽혀지기 일보 직전에 있던 곡부 무천장주의 여식을 구해낸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옥과도 같은 나날을 보내던 곡부 현령의 부인 등 열둘을 더 구해냈다.

초지악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려 은밀한 잠행을 하던 사면호협이 우연히 낙룡대로 오르는 기관을 발견한 덕택이었다.

그때의 그 일로 인하여 오늘 이렇게 잔뜩 웅크린 채 신호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새로 납치해온 곡부 무천장주의 여식을 기필코 정복하겠다며 입맛을 다시던 초지악은 그녀는 물론 나머지 여인들까지 모조리 사라진 것을 알고는 노발대발하였다.


즉시 비상령이 발동되었고 수련 중이던 모든 예비 정의수호대원들은 태산 전역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였다.

마침 여인들을 곡부 시진까지 데려다 주고 되돌아오던 사라와 유라, 그리고 사면호협은 그들에 의하여 발견되었고 졸지에 포위되어 버렸다.


두 여인은 그들이 일월도법을 시전하며 공격하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같은 일월도법이라면 자신들이 한 수 위일 것이므로 자신 만만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무공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아니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대단하였다.

한때 천하제일도객이라 불렸던 한운거사라는 명칭이 결코 허명(虛名)이 아니라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초지악은 수십 년 동안 도법에만 몰두한 바 있다.

일월도법 후반부를 익히지 못했기에 나름대로 후반 십팔식을 창안해내기 위함이었다. 그러는 동안 그가 익혔던 일월도법 전반 십팔식은 무려 두 단계나 향상되었다. 그렇기에 그로부터 도법을 사사받은 예비 정의수호대원들의 도법이 녹록치 않았던 것이다.

초지악과 맞부닥뜨린다 하더라도 백중 백 승리할 것이라 믿었던 사라와 유라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사면호협이라 하여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한때 무천장주로서 정의수호대원들은 휘하에 두고 있었기에 그들의 수준을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엔 대원들 다섯 정도는 능히 상대해낼 수 있었다. 하여 비록 포위를 당하기는 하였지만 수월하게 도주로를 뚫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대원들 넷의 협공에도 쩔쩔매야 하였다. 초지악이 최근의 심득을 대원들에게 전수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졸지에 포위를 당한 사라와 유라, 그리고 사면호협은 허둥대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만 허튼 생각을 해도 즉각 육시(戮屍)가 될 정도로 살벌한 공격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머리를 묶었던 끈이 풀리면서 봉두난발이 되어 버렸고, 전신은 땀과 선혈로 범벅이 되었다. 물론 걸치고 있던 것은 더 이상 의복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넝마가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그만큼 대원들의 공격이 신랄하였던 것이다.

게다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대원들까지 합류하면서 포위망은 점점 더 두터워지고 있었다.

만일 뒤늦게 당도한 초지악이 사라와 유라를 보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천참만륙을 당할 뻔한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침입자들이 포위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즉각 달려온 초지악은 두 여인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지금껏 경험했던 그 어떤 여인들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였기에 한 순간에 뇌쇄(惱殺) 당한 것이다.

게다가 둘은 금발을 휘날리는 색목인(色目人)이었다.

초지악은 한번쯤 금발미녀를 품어봤으면 하는 열망에 잠겨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전대 성주인 구린탄 때문이었다.

오래 전 화롱철신 구린탄이 아직 무림천자성 성주일 때 그는 모니가(毛妮佳)라는 여인을 품는 바람에 개망신을 당한바 있다.

금발미녀인 그녀는 탁월한 방중술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하여 완전히 매혹 당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즐기다가 그만 정실부인인 노담에게 발각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 결과 그는 소문난 공처가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그는 낙룡대를 만들려고 할 때 자랑스럽게 색목 여인의 방중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기에 초지악이 언젠가 한번쯤은 꼭 품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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