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경쟁 촉발 장본인은 신문협회장"

한겨레 · 경향 등 5개사 입장 발표...가격할인 나선 중앙·조선 비난

등록 2004.03.08 03:31수정 2004.03.08 14:20
0
원고료로 응원
a <국민일보> 1면에 실린 공동 알림.

<국민일보> 1면에 실린 공동 알림. ⓒ 국민일보 PDF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구독료 할인으로 촉발된 판촉경쟁이 메이저 대 마이너 신문사간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등 5개 일간지는 8일자 가판을 통해 '최근 신문구독료 할인경쟁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알림을 동시에 내보냈다.

이들은 자동이체를 조건으로 한 중앙과 조선의 구독료 할인이 과점신문사간 덤핑경쟁을 촉발, 신문판매시장을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입장 표명에는 5개 신문사 공동출자로 설립한 공동배달제 회사인 한국신문서비스도 참여했다.

이들은 가장 먼저 가격할인 실시로 진흙땅 싸움을 벌이게 만든 중앙일보의 책임부터 따졌다. 편법할인이자 원가 이하 수준의 가격덤핑인 중앙일보의 이번 행사는 결국 신문시장을 독식하려는 횡포라는 게 이들의 해석이다.

따라서 중앙일보는 구독료 인하를 홍보하는 과정에서도 '자동이체, 무가기간·판촉물 없음'이라는 전제조건보다 '구독료 월1만원'만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중앙일보 일부 지국에서는 "2∼6개월 무가지와 고가경품 제공 등 불·탈법 판촉이 계속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들은 밝혔다. 더불어 2년의 장기약정 역시 "신문시장 우위를 차지하려는 덤핑전략"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들 신문사는 무엇보다 덤핑경쟁을 촉발한 장본인이 신문협회장이라는 사실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신문협회 산하 판매협의회의 거듭된 해명과 시정요구도 묵살하고 있는 홍석현 회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신문사들은 공배제 정착 등 신문판매시장 정상화 및 독자서비스 향상에 대한 약속도 잊지 않았다.


한편, 한겨레신문은 8일자 사설과 기획 기사 등에서 경품, 가격할인을 동원한 출혈경쟁으로 신문시장이 또다시 혼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신문 ‘덤핑 경쟁’과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제는 자본력이 막강한 신문사들의 덤핑 경쟁이 단순히 판매시장의 혼란에 그치지 않고 저널리즘의 위기를 불러온다는 데 있다"면서 불공정거래행위를 방관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했다.


자사 비판은 왜 외면하나
조선닷컴, 중앙 비난에 열올려

5개 신문사 등이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구독료 할인경쟁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조선닷컴은 중앙일보 비난 부분을 유난히 부각시켜 보도했다.

조선닷컴은 7일 저녁 '경향 등 5개신문사, 중앙일보 구독료 할인행사 비난'이라는 제목 아래 "(5개 신문사가) 중앙일보의 최근 구독료 할인 행사를 비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구독료 할인을 비판한 대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 5개 신문사는 '입장'에서 "조선일보사는 지난해 11월 구독료를 월1만4000원으로 2000원 인상했다가, 올1월 중앙일보사의 행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정책을 바꾸어 중앙일보사와 비슷한 조건의 덤핑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기존의 고가경품, 장기 무가지 제공에 '가격덤핑'이라는 상품을 하나 더 얹어주는 제살깎기 경쟁이 신문 판매시장에서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이들 5개 신문사가 가격 덤핑경쟁으로 문제삼은 신문사는 중앙일보만이 아니라 조선일보도 분명 포함돼 있다. 어느 신문사 혼자서 '경쟁'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5개 신문사가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 전문이다.

최근 신문구독료 할인 경쟁에 대한 우리의 입장

신문 판매시장이 다시 혼탁해지고 있습니다. 유명 백화 입점의 상품권이나 가전제품, 고급냄비 등 고가 경품을 사용한 불법 판촉이 다시 시작되는가 싶더니, 급기야 “자동이체 독자에 한해 구독료를 인하해 준다”는 명분을 내세워 독자를 현혹하고 신문 판매시장을 왜곡시키는 이른바 ‘가격 덤핑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 중앙일보사의 구독료 할인 행사의 실상은 이렇습니다.

중앙일보사는 최근 품질로 승부하고 경품 판촉을 지양한다는 등의 명분을 내세워 ‘자동이체 독자 구독료 월 1만원’이라는 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일보사는 홍보과정에서 ‘자동이체, 무가기간 없음, 판촉물 없음’이라는 전제조건보다는 ‘구독료 월 1만원’만을 돋보이게 강조하고 있으며 중앙일보사의 일부 지국에서는 2∼6개월 무가지 제공 및 고가 경품 판촉의 구태를 계속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중앙일보사는 이번 행사에서 구독기간을 길게는 2년으로 약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약정을 통해 구독자의 신상정보를 확보하는 동시에 이들을 장기독자로 묶어두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는 결국 국민들의 신문 선택의 자유와 다양한 알 권리를 제한해서라도 신문시장에서 양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가격 덤핑전략’의 산물에 불과한 것입니다.

1. ‘구독료 할인’은 과점 신문사간 덤핑 경쟁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사의 이번 행사는 위에서 살펴본 대로 구독료의 편법 할인이며 원가 이하 수준의 가격 덤핑을 통해 신문시장을 독식하려는 횡포로 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신문시장을 과점해온 몇몇 신문사가 덤핑 경쟁에 가세해 진흙탕 싸움을 벌이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전체 신문시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혼탁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선일보사는 신문원가에 반영되는 재료비 및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11월 구독료를 월 1만4000원으로 2000원 인상했다가, 올 1월 중앙일보사의 행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정책을 바꾸어 중앙일보사와 비슷한 조건의 덤핑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고가 경품, 장기 무가지 제공에 ‘가격 덤핑’이라는 상품을 하나 더 얹어주는 제살깎기 경쟁이 신문 판매시장에서 시작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1. 덤핑 경쟁을 촉발한 장본인은 바로 신문협회 회장입니다.

신문사는 구독료와 광고료 수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광고료 수입 비중이 너무 높아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많다는 지적을 전문가들로부터 받아온 게 사실입니다.

그런 탓인지 현재 신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도 우리나라 신문시장이 조기에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로 ‘신문 가격이 너무 싸다’ ‘무가지 비율이 너무 높다’ ‘신문 발행면수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홍 회장은 자신의 평소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번 행사를 시작한 뒤 신문협회 산하 중앙지 및 지방지 판매협의회의 거듭된 해명 및 시정 요구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1. 독자 여러분에게 좀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등 5개 신문사는 신문시장의 혼탁함을 해소하고 건전한 신문시장 육성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지난해 가을 공동배달회사인 한국신문서비스(주)를 설립하였습니다. 공동배달제는 신문사간 과당경쟁에 의한 부작용과 독자 불편을 최소화해 신문의 질과 독자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현재 유럽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가 도입돼 안착된다면 독자 여러분을 혼란스럽게 해온 신문사간 과당경쟁은 머잖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 5개 신문사와 한국신문서비스(주)는 이 제도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신문 판매시장 정상화 및 독자 서비스 향상에 앞장설 것임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계속적인 질정과 격려를 당부 드립니다.

2004. 3. 8
경향신문사, 국민일보사, 문화일보사, 세계일보사, 한겨레신문사, 한국신문서비스(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2. 2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3. 3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