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바로알기 공식 학교 교육

제주도교육청, 4년 조사 끝에 제주4·3자료집 발간

등록 2004.03.08 18:17수정 2004.03.0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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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이 공식적으로 제주 4·3사건 바로 알기 교육을 실시한다.

최근 도교육청은 4년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제주 4·3사건 교육 자료집 <아픔을 딛고 선 제주>를 발간했다. 2000년 4월 자체 교육피해와 체험학습 조사팀을 구성하여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마다 피해현장을 답사하고 위치와 상황, 증언을 채록한 끝에 나온 결과다.

지금까지 4·3피해조사는 그동안 제주도의 전반적 상황에서 이뤄져 교육방향에 대한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4·3발단과 전개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지식인 계급, 특히 교육계의 발자취와 현장을 되짚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도교육청의 4·3자료집은 큰 의미가 있다.

결과적으로 도교육청의 4·3사건 교육자료집 <아픔을 딛고 선 제주>는 2000년 1월 제정된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 위원회가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수렴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31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희생된 것'과 '국가 권력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를 했다. 반세기만에 표명한 정부를 대표한 대통령의 공식사과 표명인 셈이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의 제주4·3교육도 보다 전향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사실 종전까지 도교육청은 공식적으로 4·3에 대한 언급을 회피해왔다. 정부의 최종 방침이 결정되지 않아 사실상 이전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4·3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하면 도교육청도 두 차례의 공식발간 책자를 통해 4·3을 왜곡시켜왔다.

1979년 유신정권시절 처음 만들어진 '제주교육사'는 4·3을 단적으로 "공산당 극렬분자에 의한 공산폭동"으로 규정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99년 두 번째 발간된 '제주교육사'도 마찬가지다. 공산폭동이라는 언급은 사라졌지만 좌우익의 이념대립으로 발생하여 교육계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정도의 기술에 그쳤다.


4·3교육자료집 발간과정에서 제주 4.3사건 교육자료 개발위원회는 "1979년 도교육청이 발간한 제주교육사에서 '4·3사건은 남로당의 치밀한 주민선동 공작에 의해 촉발된 사건'이라고 기술된 부분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펴는 등 비교적 전향적인 자세를 피력하기도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자료집은 각급 학교의 4·3교육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지속적으로 보완하여 명실상부한 제주도 역사교육 자료집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4·3자료집 무얼 담고 있나

제주4·3사건교육자료집 <아픔을 딛고 선 제주>의 기술배경은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진상조사보고서의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 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란 정의를 수용한 것이다.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2만5천명 이상의 주민이 희생된 사건임에도 남로당에 의해 주도된 공산폭동으로 규정되었던 종전의 기술을 바꾼 셈이다.

또 이번 자료집에는 진상조사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하여 "8․15 광복 이후 제주의 정세에서부터 신탁통치 논쟁, 이데올로기 대립, 좌·파 정당·단체의 태동, 콜레라 등의 질병과 식량난으로 흉흉한 민심 등이 한데 어우러져 4·3사건의 도화선과 전개과정"이 나타나 있다.

이 책은 제주4·3사건의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7개 지역별로 '잃어버린 마을', '집단인명 희생지', '피신·은둔지', '무장대와 토벌대에 의한 희생지' 등의 현장을 담고 있다.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에서는 제주시의 곤흘동, 웃인다라, 함박이굴 등과 서귀포 영남마을, 북군 물터진골, 다랑쉬마을, 원동, 자리왓, 빌레못, 남군의 무등이왓 등과 관련한 자료들이 수록됐다.

'인권유린 현장(집단인명 희생지)을 찾아서'에선 제주시 정뜨르비행장, 북군 북촌 옴팡밭, 학원동 비학동산, 서귀포의 천제연과 정방폭포, 남군의 성산포 우뭇개와 표선리 버들못, 섯앗오름 등이 수록됐다.

또 관음사 숙영지와 시오름 주둔소, 낙선동 성터 등 무장대와 토벌대가 벌인 격전의 현장과 다랑쉬굴, 빌레못굴, 도틀굴, 큰넓궤 등 피신과 운둔의 장소, 제주4·3평화공원과 해원방사탑, 백조일손지묘 등 해원과 추모의 현장을 찾았다.

도교육청 측은 각급 학생들은 재량활동시간이나 특별활동, 교과학습시간을 활용하여 제주4·3 체험학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이번 자료집을 제대로 활용할 지가 4·3 역사 바로알기의 열쇠다.

일선 교사들이 자체 연구 자료를 발굴하여 교재로 쓸 수 있는 폭을 제한하여 창의적이고 심층적인 4·3교육을 하는데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도교육청이 펴낸 자료집을 토대로 하되 관련 교육 교사들에게 일정한 재량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제주타임스에 게재되는 원고입니다.

덧붙이는 글 제주타임스에 게재되는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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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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