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야당은 노대통령에게 또 걸려들었다"

[사설 분석] 중앙 "원인제공은 노 대통령"...한겨레 "탈권 쿠데타"

등록 2004.03.10 00:37수정 2004.03.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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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더리, 한심, 통탄, 침몰, 쿠데타, 탄핵 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한 주요 일간지의 반응이다. 주요 신문은 10일자(가판) 사설을 통해 국민은 아랑곳없이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 발의 사태를 몰고온 야당과 청와대 등 정치권에 거센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탄핵 사태에 이르게 된 원인과 책임 등을 바라보는 입장은 신문사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탄핵발의 책임을 둘러싼 논조는 뚜렷하게 엇갈렸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정략적인 차원에서 무모하게 탄핵을 밀어붙이는 야당에게 일차적 책임을 물었다. 반면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등은 그 빌미를 제공한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정국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조선, "야당, 잘 해야 본전밖에 안될 게임에 말려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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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0일자 사설. ⓒ 조선일보 PDF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과 야당의 총선 인질 탄핵 도박'을 통해 "'너무나 뻔한' 총선전략이 내비치는 대통령의 태도와 야당의 전술이 한심하다"고 개탄했다.

또 "대통령의 고집스런 버티기는 야당의 탄핵발의가 불법 대선자금의 오명을 짊어진 채 임기가 끝나는 국회가 오로지 다수 힘으로 대통령을 몰아가는 듯이 비쳐 총선에 불리할 게 없다고 계산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사설의 상당부분을 야당의 전술부재 문제를 지적하는데 할애했다. 즉 "대통령의 버티기 못지않게 한심한 것이 대통령의 이 불법 미끼를 탄핵발의로 덥석 물어버린 야당의 전술부재"라면서 "헌법위반이 분명한 대통령의 '재신임 투표' 발언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걸려들었던 사태의 재판(再版)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야당은 이번에도 또 노 대통령이 만든 링에 올라가서 민생을 돌보지 않는 정권의 조연으로 잘 해야 본전밖에 안될 게임에 말려든 것"이라고 전망한 조선일보는 "국정의 만사를 오로지 총선전략의 도구로 만드는 대통령과 어리석게도 여기 번번이 충동적으로 휘말려드는 야당이 벌이는 끝없는 행패 속에서 나라는 지금 침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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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대통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즉각 사과하라"

<중앙일보>는 '대통령 사과로 탄핵정국 풀어라'의 사설 제목이 말해주듯 탄핵정국을 풀 책임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대통령의 '선(先)사과'와 야당의 '후(後)철회'가 요지가 되는 셈이다.

중앙일보는 "탄핵발의의 원인을 제공한 쪽은 노 대통령"임을 전제로 "노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뒤 야당은 탄핵안 표결을 제고함으로써 사태를 매듭지을 것"을 당부했다.

중앙일보는 무엇보다 헌정과 법질서를 수호할 대통령의 의무를 강변했다. 그 사례로 중앙일보는 은폐' 혐의로 탄핵 직전 사임한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과 '위증'으로 하원의 탄핵표결이 통과된 클린턴 전 대통령을 거론했다. 즉 "미국에선 '법의 수호자여야 할 대통령이 위법을 행한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해 탄핵이 추진됐음을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알아야 한다"는 게 중앙일보의 충고이다.

중앙일보는 또 113억원의 노무현후보측 불법선거자금 및 경선자금 시비, 10분의 1 발언에 대한 야당의 책임 촉구 등을 거론하면서 "(여기에) 더해 선거법 위반을 둘러싼 탄핵 대치로 국민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 "기싸움만 계속하다간 나라가 거덜난다

동아일보는 사설 '끝내 파국으로 가자는 것인가'에서 "총선을 앞둔 정치집단의 정략"으로 탄핵정국을 풀이했다. 따라서 동아일보는 "얼마든지 정치력으로 해결할 수 있던 사안을 극한 상황까지 몰고온 정치권의 무모함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막무가내로 탄핵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두 야당이나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청와대에서 진정 나라와 국민을 염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노 대통령이 사과하고 야당은 탄핵안을 거둬들이면 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지 않고 기싸움만 계속 하다간 나라가 거덜 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물론 동아일보도 탄핵사태를 불러온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처음부터 선관위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에게 사죄했다면 지금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인데 "일전불사를 다짐하는 듯한 자세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동아일보의 해석이다.

또 야당에게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안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되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온갖 비리 의혹과 불법 대선자금으로 얼룩진 지금의 국회가 과연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있느냐"고 따졌다. 특히 탄핵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에게는 "'반노'에만 치우쳐 대통령의 거취가 걸린 중대사를 지나치게 감정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한겨레 "거야의 탈권 쿠데타에 반대"

그러나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탄핵 사태의 원인으로 정략을 앞세운 야당의 무모한 처사를 꼽았다.

한겨레는 정당성이 결여된 탄핵발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며 "국회다수의 힘을 바탕으로 노 대통령의 탈권을 겨냥한 일종의 쿠데타"로 이번 사태를 규정했다. 또 야당이 주장하는 탄핵사유가 대통령 직무집행과 아무 연관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 수준 역시 '벌하지 않는 위법' 정도의 미약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겨레는 "(이는) 탄핵사유가 되지 않아 헌법재판소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또 "최장 6개월 동안 국정공백을 감수하는 의결을 감행하는 것은 감정적 차원을 지나 균형감을 상실한 비정상적 정치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임기도 불과 2개월밖에 남지 않은 국회가 정당하게 뽑혀 국정을 수행하는 대통령을 무력화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국회 자격론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한겨레는 "의원들은 헌법기관으로서 역사를 생각하며 투표해야 할 것"이라며 "헌정수호 차원에서 그 통과를 저지하는 게 옳다"고 주문했다.

경향신문도 '야당의 탄핵발의 유감이다' 제하 사설을 통해 "탄핵정국으로 노 대통령을 깃들이겠다며 찰떡궁합을 과시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과연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 건지 한심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탄핵정국을 막지 못한 노 대통령의 책임과 함께 국정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탄핵발의를 한 야당의 신중치 못한 처신 모두에 유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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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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