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 공조 국민적 저항 부닥칠 것"

강원 민심 르포

등록 2004.03.14 17:05수정 2004.03.1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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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통령 탄핵 안 가결에 저항하는 뜻에서 국회와 대한민국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대통령 탄핵 안 가결에 저항하는 뜻에서 국회와 대한민국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 김경목

"의회 쿠테타에 맞서 저항해야"

12일 밤 9시께 강릉 대학로 네거리에선 장송곡이 하늘을 울리고 있었다. 강릉청년회, 노사모 회원 등 10여 명이 주축이 돼 '근조 16대 국회'의 장례를 치렀기 때문이다.

이날 이들과 시민들은 '16대 국회해산 범국민 행동의 날'을 선포하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에 대한 항의를 온 몸으로 보여줬다. 입은 마스크로, 몸은 '제2의 정치 쿠데타', '수구보수세력 심판하자'는 글귀가 적힌 포대를 뒤집어쓴 채 통곡의 눈물을 흘리며 시민들과 함께 부패한 국회의원들의 내란음모에 맞서 싸울 것을 결의했다.

장례를 준비한 김장회(37, 작가)씨는 "언젠가 이런 일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의회쿠데타에 맞서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한·민 성명서 공방
경찰, 한·민 경비 병력 투입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민주당은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성명서 공방을 펼치며 긴 하루를 보냈다.

우리당 강원도지부는 비통한 분위기 속에서 '권력 찬탈에 눈먼 한·민 양당의 헌정파괴 의회 쿠데타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비상 체제로 돌입했다.

백태열(60) 수석부지부장은 "우리당의 지지율 상승에 초조한 나머지 한·민이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로 대통령 직무 정상화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한·민은 '노무현 정권의 무능과 오만이 오늘의 사태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후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편 강원지방경찰청은 한·민 도지부에 긴급 경계병력을 투입한 가운데 ▲야당사 경비강화 ▲집회 및 시위 특별관리를 도내시군 경찰서에 지시했다.
과거 전두환 정권 때 의문사한 아들을 둔 민가협 어머니 전영희(66)여사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에 너무나 분통한 나머지 하루종일 울었다고 한다.

"성수가 죽은 뒤에도 이토록 못된 짓거리를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가. 이들은 4월 15일 뒤엔 설자리가 없을 것이다. 작은 모래알이 모여 '민주의 성'을 만들 듯, 국민의 힘이 하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 여사는 "비 온 뒤 땅이 굳듯, 노 대통령의 험난한 여정이 민주화를 더욱 더 튼튼히 앞당길 것이다"고 내다봤다. 전 여사는 또 언론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의문사도 언론이 침묵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번엔 기필코 언론이 잠자지 말기 바란다"며 "언론은 진실의 역사를 보도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춘천에서도 '노 대통령 탄핵 결정'에 항의하는 집회가 있었다. 탄핵 결정 안이 오전 11시50분께 통과되자 열린우리당 춘천시지구당은 '민주주의 대학살, 쿠데타 음모 분쇄하자'는 긴급 성명을 발표한 후 오후 1시30분께 지구당사 앞에서 당원·시민 2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집회를 가졌다.


집회에 나선 우리당 춘천시 국회의원 후보자 변지량(46)씨는 "헌정중단, 국기 흔든 한·민 합작의 쿠데타는 구태 정치의 정형을 보여준 것이다"며 "서민경제에 치명타를 입힌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강총련 소속 대학생 10여 명은 한나라당 강원도지부 앞에서 경찰과 대치를 하는 등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다.


원주에서는 '원주시민센터'가 성명서를 통해 "반 개혁적·반역사적 집단에 의해 민주주의가 좌초될 수 없다"며 "부패 세력에 도난 당한 권리를 찾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원주교수협의회',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도 '쿠데타 일으킨 국회는 즉각 해체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는 등 종일 탄핵정국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a 대통령 탄핵 안이 찬성193, 반대 2표로 가결됐다.

대통령 탄핵 안이 찬성193, 반대 2표로 가결됐다. ⓒ 김경목

12일 오전 11시50분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안 가결' 뉴스가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전해지자 춘천시외버스터미널은 일순간 '분노와 침묵'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시민들 대다수는 그늘진 표정이었고, 일부는 무관심했다.

김재우(57·자영업)씨는 "헌법기관인 국회서 결정한 일인데, 국민으로서 존중해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통치력 부재 등의 잘못한 부분에 대해 국민들한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1년 재임기간 동안 오류는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임기는 보장 됐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털어 났다.

김희연(69·역술인)씨는 "탄핵은 잘된 것이다"며 "총선이 끝난 뒤에 상정했어도 됐을 텐데, 너무 서두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로 인해 국민불안과 경제불황이 심화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반면 터미널에서 만난 젊은 대학생들은 정쟁만 일삼는 정치가 싫다고 말했다. 강원대학교에 입학한 지 이제 11일째가 된 황승욱(20·기계공학)씨는 "정치 관심 없다. 그러나 탄핵은 잘못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을 젊은 보수라고 소개한 한림대학교 문경재(23·의예과)씨는 "한나라,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대통령을 탄핵했다지만, 당리당략을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a 시민들은 '분노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시민들은 '분노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 김경목

횡성 면온 휴게소에서 오징어 판매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김병용(46), 김영희(46)씨 부부는 "수로 밀어붙인 총성 없는 쿠데타이다"고 규정하며 "우리 손으로 찍어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저들이 쫓아낼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부부는 또 "진실은 통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좋은 소식이 들려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라를 지켜야죠, 장사가 문젠가요"

"전 국민적 저항운동 펼칠 것"
열린우리당 이창복 국회의원

13일 열린 '우리당' 강릉 선거구 경선 대회장을 찾은 이창복(66·원주)국회의원에게 탄핵정국의 전망을 들어봤다.

"시민사회·종교단체 등과 연대해 전 국민적 저항 캠페인을 펼칠 것입니다."

지난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결의안'이 통과된 후 우리당은 탄핵 소추 안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법안 발의 과정에서 절차법이 무시됐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우리 의원들이 투표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칙 있는 비밀투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소추 안 결정은 무효이다"고 말했다. 이 이원은 또 헌법재판소 결정과 관련해, "오래가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총선 전까지는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춘천 우리당 집회에서는 생업을 마다한 채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도 상당수 보였다. 횟집을 경영하는 김선희(34)씨는 텔레비전 방송을 보다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아 수소문 끝에 우리당 춘천시 지구당까지 왔다. 그녀는 당원도 노사모 회원도 아니다. 그야말로 시민이다. 그러나 그녀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다. 깨끗한 사람, 대통령이 돼야 할 사람 같아서다.

그녀는 "법에 의한 결정이라 어쩔 수 없지만, 이 같은 행동은 잘못된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또 "비록 힘없는 국민의 한 사람이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 동의하는 이들과 함께 싸울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하는 국민들이 도와줘야 한다"며 "너무 강해도 부러질 수 있어 안 돼지만, 약해져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집회를 마친 후 그녀는 여의도로 못간 게 끝내 아쉽다고 기자에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a 김선희(34)씨는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하는 국민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희(34)씨는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하는 국민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 김경목


a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경찰은 긴급 민주당 도지부 경계에 들어갔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경찰은 긴급 민주당 도지부 경계에 들어갔다 ⓒ 김경목


a 근조 국회분노한 춘천시 우리당 당원과 시민들이 국회를 성토하고 있다.

근조 국회분노한 춘천시 우리당 당원과 시민들이 국회를 성토하고 있다. ⓒ 김경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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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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