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14

신임포교

등록 2004.03.16 17:50수정 2004.03.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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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씸한 놈들!"

종사관 심지일은 포교 이순보가 간밤에 몰래 수거해온 종이 뭉치를 불태우며 분을 못 이기겠다는 듯 씩씩거렸다.


"한상원이야 아직 뭐가 뭔지 모를 터이고 틀림없이 박교선 이 녀석이 해 놓은 짓일 터인데. 이놈을 어찌해야 할꼬!"

심지일이 불에 태운 것은 포교를 구한다는 방을 붙여 놓은 것이었다. 애초 심지일은 아는 군관에게 뇌물을 받고 포교를 임용시키려 한 것이었지만, 이런 사정을 눈치 채고 있는 박교선이 보는 눈이 많도록 곳곳에 방을 붙여 놓은 것이었다. 이순보가 옆에서 약간은 우쭐거리며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도 소행이 먼저 보았기에 망정이지 포교자리 날로 먹어 보겠다고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었으면 어찌할 뻔했습니까?"

그러면서 이순보가 심지일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자기에게 어느 정도 수고비는 줘야 하지 않겠냐는 눈치였다. 심지일이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기에 엽전을 두둑이 집어주며 일렀다.

"일은 마무리까지 말끔히 해야 좋은 법이네. 이 방이 적어도 어제 하루 동안은 붙어 있었으니 입소문을 통해 오는 이들이 있을 터네. 그러니 눈치껏 돌려보내게. 물론 내 이름을 대고 찾아오는 이들은 들여보내고 말이야."


돈을 받아든 이순보는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며 연실 허리를 굽실거렸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종사관님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그 즈음 옥에서 하루 밤을 보내버린 백위길은 찬도 국도 없는 덩이 밥을 씹으며 분을 삭이고 있었다.

"아니. 어찌해서 이렇게 심문조차 늦단 말이오! 죄 없는 이를 잡아두는 것이 나라의 법이오?"

옥지기가 혀를 끌끌 차며 백위길을 위로했다.

"거 자네가 잡혀온 때가 안 좋았네. 지금 포교 하나가 없어져 포도청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네. 자네 말이 맞다면 오히려 도둑을 잡은 상을 받을 터이니 너무 심려 말게나."

옥지기의 말에 소매치가가 무슨 소리냐는 듯 먹던 밥알을 튀기며 소리쳤다.

"거 말조심하시오! 도둑은 내가 아니라 이 자요. 이자!"

"아니 그런데 이 사람이……."

백위길은 소매치기를 노려보았고 소매치기도 여기서 밀릴 수 없다는 듯 백위길을 쏘아보았다. 눈빛이 날카로운 포교 하나가 옥지기를 밀치며 대뜸 옥으로 들어왔다.

"백위길과 김장현은 나오너라. 심문이 있느니라!"

"어차피 날을 넘겼는데 먹던 밥이나 먹고 천천히 합시다. 그리고 나서 담배도 한 대 먹고 뒷간도 다녀오고……."

소매치기가 쏘아보던 눈길을 거두며 여유를 부렸지만 포교는 대뜸 발길질로 소매치기를 걷어차 버렸다.

"네 이놈! 내 포도청에서 밥을 먹은 지가 이미 십 년이 지났느니라. 너 같은 놈은 얼굴만 보아도 도둑인지 알아보겠으나 어디까지나 법이 따라야 하는 만큼 이렇게 놓아두는 것이다. 섣부른 수작을 하면 물고를 낼 것이니라!"

소매치기는 순식간에 울상이 되어 포교를 뒤따라 나섰고 백위길은 그 모양새를 보며 내심 고소해 하였다. 백위길이 따라나선 자리에는 포도대장을 위시하여 종사관들과 포교들이 엄숙히 도열해 기를 죽이고 있었다. 특히 전립에 다리 옷, 전복 목화를 갖추어 입고 손에는 등채(지휘봉)를 든 포도대장의 위엄은 보는 죄 없는 백위길조차 주눅이 들 정도였다.

"각자 이름과 사는 곳 하는 일을 대어라."

포교의 말에 백위길이 먼저 답했다.

"소인은 사대문 밖에 사는 백위길이라 하옵니다. 놋그릇을 시전에 팔아 생계를 꾸리고 있으며 가솔군관으로서 군관포를 납부하는 양인이옵니다."

"소인은 피맛골에 사는 김장현이란 놈입니다. 그저 선량하게 살고자 하는 양인이올 뿐입니다."

포교가 먼저 사건의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들은 서로 사람들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장면을 목도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다툼이 있었사옵니다. 또한 그리하여 형조판서 나으리의 행차를 막아 방해했사옵니다."

포도대장 박기풍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종사관 한상원이 도열해 있던 열에서 한 발 나와 큰 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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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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