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에 불참했던 의원들을 대상으로 표결 참여자를 조사한 <조선일보>의 10일자 기사조선일보
거대야당이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통령 탄핵 표결을 강행할 때에도 <조선일보>는 이를 비판하기는커녕, "탄핵가결정수 육박," "3~4명만 더 있으면 승산" 등의 기사를 내보내며 정치권의 표결참여를 유도했다.
이 신문은 아예 탄핵발의에 불참했던 의원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입장을 묻는 '조사'를 통해 그 결과를 속보로 내보내기도 했다. 언론보도인지 정당활동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행위가 '독립언론'을 자임하는 언론에 의해 수행되어 온 것이다.
국민들의 예상을 뒤집고 탄핵이 표결되고, 그 결과 야당의 무모한 정치적 도박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들끓자, 야당은 그 책임을 "어리석은 백성"들과 그들을 자극한 "불공정한 방송"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용감하게도 두 야당의 대표는 소속 의원들을 이끌고 방송사를 찾아가 '국민들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킨' 죄를 물었다.
'독립언론이 포위되었다'는 <조선일보>의 분석은 정확하다.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언론기관이 "사장, 국장 나오라"고 협박하는 정치인들에 포위된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이 어처구니 없는 언론탄압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이를 엄중히 비판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후 <조선일보>에 실렸던 사설은 "방송은 이성을 찾아야 한다"와 "방송위원회는 TV도 보지 않는가"였다.
이 신문은 첫번째 사설에서 방송이 "중심을 잃고 국민을 한쪽으로 몰아가 사회를 흔들려는 시도를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럴 바에야 시청료로 공영방송을 유지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주장한다.
두번째 사설에서는 아예 방송위원회를 협박하면서, "방송위원회가 만일 살아 있는 기관이라면 일련의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 사과, 해당 프로그램 정정·중지, 편성책임자나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같은 방송위 규정에 따른 조치를 할 시늉이라도 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