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강경 논평에 시청자들 격려 쇄도

등록 2004.03.18 16:39수정 2004.03.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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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논평은 어떤 의미인가
해설위원실 회의 통해 결정

'비이성적 언론관을 개탄한다'는 제목의 MBC 논평은 어떻게 나왔을까.

신문의 사설격인 방송 논평은 해설위원실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물론 보도국 책임자들과도 의견이 같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MBC 논평은 보도국은 물론 해설위원실의 뜻이자 MBC의 공식적인 입장인 셈이다.

MBC 회사측은 아직 이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참다 참다 못해 입장을 밝힌 것"뿐이라는 정도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당과 일부 신문으로 지목된 조·중·동이 반격을 시도하면 본격적인 신문-방송 간 언론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언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MBC 최고입니다."

MBC가 편파방송 시비를 거는 2야와 일부 보수신문에 정면으로 반격을 가하는 논평을 내자 시청자들의 격려가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의견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18일 오후 2시 현재 MBC 뉴스게시판에는 "MBC보도국 여러분 굴하지 않는 모습이 찡합니다"(조인성), "MBC 그대로 밀고 나가세요"(차경석), "속이 후련합니다"(최우진) 등 전날 논평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네티즌 임미성씨는 "국회의원들만 나오면 뉴스채널 돌리기에 바빴는데 요즘은 정치뉴스만 찾아본다, 분하고 답답하던 차에 어제 <뉴스24> 해설 논평은 참으로 멋지고 통쾌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부라고 밝힌 네티즌 전형이씨도 "대다수 국민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방송을 해달라"는 바람과 함께 '공정, 엄정, 정의' 등의 요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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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부당한 압력에 맞서는 MBC를 지켜줄 것"

시민언론단체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민언련)도 18일 이와 관련, 이례적으로 격려성 논평을 발표했다.

민언련은 이날 "'의회 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이해된다"며 MBC에 격려를 보냈다. 민언련은 "MBC가 이같은 논평을 내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기에 더욱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민언련은 또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정권에 맞서 싸웠던 MBC 역사를 주목하고 "그때마다 국민들은 MBC를 지지해주었다, 이번에도 국민들은 부당한 압력에 맞서는 MBC를 지지하고 지켜줄 것"이라고 성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최승호)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승호 위원장은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방송 압력과 함께 이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방송사에 찾아와서 편파보도를 항의하는 두 야당 대표들이 정작 토론프로그램에는 아예 나오지 않거나, 나온다고 약속까지 했다가 방영 직전 불참하는 상황"이라며 "시청자에게 공지를 이미 했는데도 마음대로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을 보면 '방송을 뭘로 생각하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야당의 이같은 처사는 방송사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MBC가 이를 논평하는 것은 언론사로서 당연히 할 일"이라고 평했다.

일선 기자들 "기계적인 중립은 공정한 보도가 아니다"

일선 기자들의 생각도 노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석호(사회부) MBC 기자협회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적 여론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데 기계적인 중립에 매몰되는 것은 공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황 협회장은 먼저 조·중·동 등 일부 신문의 방송 편파성 주장에 대해 운을 뗐다. "방송의 편파, 불공정성을 비판하고 있는 조중동은 자신들이 선 자리부터 봐야 한다"고 전제한 황 협회장은 "신문들이 공정하게, 중립적으로 사안을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보라"고 반박했다.

황 협회장은 "지난 1년간, 더 나아가 DJ정부 5년동안 조중동이 어떻게 보도했는가"를 다시 묻고 "현안이 생기면 이들이 어떤 논조로 어떤 기사를 쓸지 뻔히 알 정도"라며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번 편파방송 시비에 대해서도 "때만 되면 그렇게 떠들고 으레 그러려니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협회장은 MBC 내부적으로 '공정, 중립이 뭔가'라는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기계적 중립이 진정한 공정인가'라는 게 일선 기자를 중심으로 한 MBC 보도국의 화두로 떠올랐다는 얘기이다.

황 협회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탄핵정국을 들었다. 황 회장은 "국민의 70% 이상이 탄핵에 반대하고, 30% 정도가 찬성을 하고 있는데 기계적으로 중립보도를 하는 게 공정한 보도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 맥락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이문열씨 인터뷰를 내보면서도 많은 고민과 토론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또 이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와 방송이 성숙했다는 걸 느꼈다"고 황 협회장은 밝혔다.

"공정보도 노력...국민 편에 서지 못한 과거 반성에서 시작"

황 협회장은 무엇보다 지금의 공정보도 노력이 국민 편에 서지 못했던 과거의 반성에서 시작됐음을 강조했다. 86년 MBC에 입사한 황 협회장은 "5공 시절부터 MBC가 내부적으로 민주화되는 과정을 지켜봤다"면서 "70, 80년대 독재정권 시절을 겪은 방송 기자들은 원죄의식 같은 게 있다"고 답했다.

황 협회장은 "그렇기 때문에 '그때 우리가 정말 잘못했다', '국민 편에서 독재를 비판하지 못했다'는 반성 속에 기자들이 각성해 노조를 만들고, 공정보도 노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같은 반성을 보도에 담으려는 부단한 노력이 지금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조순형 민주당 대표의 방문이 보도국과 기자들에게 미친 영향은 정말 없을까. 황 협회장은 "보도에 대해 할 말이 있는 사람은 누가 와도 좋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든 서민이든 의견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올 수 있다는 취지로 야당 대표의 방문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한편 구본홍 MBC 보도본부장은 두 야당 대표의 항의방문을 받은 직후인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MBC는 편파방송을 한 적이 없다"면서 앞으로 보도와 관련 "우리 철학과 컨셉트대로 갈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 바 있다.

다음은 민언련이 18일 발표한 관련 논평 전문이다.

MBC에 격려를 보낸다

MBC가 야당의 부당한 압력에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MBC는 17일 저녁 8시 라디오뉴스와 TV 자정 뉴스를 통해 야당의 '방송 편파성'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의회 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이해된다.

우리는 MBC가 이와 같은 논평을 내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막강한 의회 권력에 맞서겠다는 '결단' 앞에 내부적인 진통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우리는 MBC의 결심을 더욱 높이 평가하고 격려하고 싶다.

MBC 구성원들은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정권에 맞서 싸웠던 역사를 갖고 있고, 그 때마다 국민들은 MBC를 지지해주었다. 이번에도 국민들은 부당한 압력에 맞서는 MBC를 지지하고 지켜줄 것이다.

국민들을 믿고 어떤 권력의 압력에도 굽힘없이 언론자유를 위해 노력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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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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