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총선 앞두고 탄핵정국 해법 고민되네'

민주노총-전농-민노당 공동행보, 수구보수정치 청산·진보정치 실현

등록 2004.03.18 16:59수정 2004.03.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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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등 민중운동진영이 55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탄핵무효·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에 참여하면서도 탄핵정국과 관련해 고민이 크다. 실제 탄핵소추안 가결이후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급상승한 반면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7%대에서 5%대로 하락했기 때문.

또한 지난 대선때 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철회로 민주노동당 지지표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동정표'로 몰린 선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와 일반 시민들의 여론이 한민공조 비판으로 흐르면서 결과론적으로 열린우리당 지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꺼낸 것도 탄핵정국으로 민주노동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연기, 개헌 등이 진행되면 더 큰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7일 열린 '민주노총 전국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장'에서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반노동자적 정책'을 펼쳐온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놓고 소위 '찬탁-반탁' 논쟁을 벌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a 민주노총은 지난 16일 탄핵정국과 관련한 '전국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6일 탄핵정국과 관련한 '전국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박신용철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민중진영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수구정치세력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총선겨냥 정치적 게임이라는데 공감하고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후퇴시킨 의회쿠데타라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지난 1년간 보여준 국정이 신자유주의정책으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도 수구보수 부패정치권일 뿐이라는 것.

이날 결의대회에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해 반노동자적, 반민중적인 작태를 보이고 국민의 뜻을 외면한채 한·칠레 FTA, 이라크 파병안 등을 강행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 자격을 갖춘 집단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또다른 역사 왜곡속에서 뒤틀리는 상황에서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며 "차분히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역사적 상황을 올바로 이해하고 나갈 방향을 정리하고 함께 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명쾌하지 않고 분명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진보정치 승리를 위해 현 시국을 타고 넘을 수 밖에 없다"는 발언은 민주노총 등 민중진영이 총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터진 탄핵정국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단위노조 대표자들의 탄핵정국에 대한 인식은 노동자 계급성에 초점을 맞춰 '노무현 정권의 반노동자성'을 들어 찬탄을 동의하는 부류와 '노무현 정권의 반노동자성'은 인정하지만 자격이 없는 한민공조로 진행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은 반민주주의 행태이기 때문에 탄핵은 무효'라고 맞선 부류로 나뉘었다.


또한 탄핵정국과 연계될 수 밖에 없는 총선 대응에 대한 이견도 분분했다. '탄핵무효·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에 참여해 전국민적인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는 부류와 현재 정국을 '친노-반노' 구도로 귀결되는 것을 우려, 민주노총-민주노동당-전농의 독자적인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요구하는 부류로 구분됐다. 이와 관련 '탄핵무효와 부패정치청산'을 주장하는 범국민행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손배가압류·비정규직 차별로 인한 노동자들의 분신정국, 한칠레FTA. 이라크 파병동의안, 파견법·집시법 개악 등에서 보여진 노무현 정권의 '반노동자적 행태'는 묵과할 수 없는 지점이다. 즉, 시민단체들의 '탄핵무효'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민주당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까지 포괄해 '수구보수 부패정치세력'으로 규정하고 '국회해산과 진보정치 실현'을 기치로 내걸어야 한다는 것.


a 민주노총-전농-민주노동당은 지난 16일 저녁 광화문에서 '탄핵사태 민생파탄 부패정치청산 진보정치 실현 민중 대표자 비상시국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전농-민주노동당은 지난 16일 저녁 광화문에서 '탄핵사태 민생파탄 부패정치청산 진보정치 실현 민중 대표자 비상시국대회'를 열었다. ⓒ 박신용철


이태훈 현대자동차 노조 부위원장은 "'탄핵무효'는 이중적 주장 아닌가. 노 정권이 취했던 반노동자, 반민중적 행태에서 탄핵무효를 요구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모두 공격 대상을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방희(건설산업연맹)씨는 "민주노동당-민주노총이 강력히 국회해산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민주노총 대표자와 민주노동당 총선후보들이 삭발투쟁 등을 통해 엄중한 시기에 나서지 않으면 진보정당을 대한민국에 세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노동당-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국민을 이끌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결단을 내려 반드시 국회를 해산시켜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박종권 대전지역본부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이 좀더 냉정해져야 한다. 탄핵국면의 가장 큰 정치적 수혜자는 누구인가. 탄핵후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10%이상 상승했지만 민노당 지지율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어설픈 연대에 참여해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이득을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비상시국회의와 촛불시위에 참여하면 저들의 목소리에 묻힐 것이다. 독자적 연대기구 결성과 독자적 투쟁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헌정(경기노조)씨는 "2004년 탄핵정국은 415총선에서 민노당 후보당선 결과가 중요하다"며 "열린우리당의 고도 전략전술에 움직이는 상황에서 조합원 정서가 '친노-반노'로 흐르지 않도록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임대훈 금속연맹 대구지부장은 "탄핵찬성에 답답하다. 한나라당 등 수구보수진영이 국민을 무시하고 소추안을 통과시켜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면서 "한나라당, 민주당 등 수구냉전 보수세력이 '친노-반노' 구도를 통해 보수주의 대집결을 꾀하고 있고 노무현도 합리적 보수주의 대집결을 꾀하고 있다. 이런 점을 국민도 헷갈려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원규 전교조 편집실장도 "역동적인 공간속에서 민생파탄, 보수정치 심판을 충분히 해나가면 된다"며 탄핵무효 활동에 참여할 것을 주문했고 강신구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기본 원칙은 정체성을 바로잡아 국민 70∼80%의 집단적 요구를 민주노총이 제대로 배치하지 않으면 열린우리당 정국으로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수호 위원장도 "'탄핵무효과 부패정치청산'이 배치된다는 지적은 온당하다"면서도 "탄핵은 역사적 과정이니 시민단체와 분노를 함께 하기 위해 최소한 수준에게 함께 가야한다. 중심은 부패보수정치청산"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탄핵무효·국회해산은 한나라당, 민주당의 총선연기, 개헌을 막는 것으로 국민여론에 동참해 정면 돌파하여 총선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장이 될 것"이라고 범국민행동 참여를 통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노총 대표자들의 위기의식은 범국민행동이 "탄핵가결을 비판하는 국민적 여론은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와 구분되는 것"이라고 공표했지만 일반 여론은 반한민공조에 따른 반사작용으로 열린우리당 지지로 나타나고 있데 따른 것.

민주노총은 지난 12일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해 현 국면을 "총제적 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정체개혁과 진보정치 실현을 위해 민주노총-전농-민주노동당이 연대"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이 탄핵국면에서 탄핵무효·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과 공동행보를 하면서도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실현하기 위한 고민은 깊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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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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