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같은 지도자 좀 없나요?

내게로 다가온 꽃들(33)

등록 2004.03.20 08:42수정 2004.03.2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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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냉이김민수
이번에는 꽃 중에서 아주 작은 꽃, 그래서 '이것도 꽃이냐?'고 하실는지 모를 꽃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어쩌면 이 꽃은 모양새보다도 꽃향기보다도 이파리와 뿌리의 냄새가 더 좋은 꽃입니다.

그런데 시국이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 무슨 한가하게 꽃 이야기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글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평온하던 마음 밭에 불청객들이 찾아와 그동안 애써 농사지은 마음 밭이 어수선해 졌거든요.


김민수
지난 12일 이후 많은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여론을 전해, 야3당 의원들이 반성을 촉구했지만 오히려 안하무인이 돼 가는 이들을 보면서 권력이 무엇이기에 저렇게 추해질 수 있는지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국민들은 분노했습니다. 권력에 눈이 멀어버린 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던 국민들, 별 볼일 없는 것 같았던 국민들이 하나 둘 모여 촛불을 밝히니 뜨끔했을 것입니다.

김민수
작은 꽃 냉이, 그 한 송이, 한 송이는 그야말로 작고 보이지도 않지만 함께 어우러져 백만송이 이상 피어나 꽃밭을 이룹니다. 생각해보니 마치 촛불시위와도 같네요.

오만방자한 이들은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니 책임을 언론사의 편파보도라고 하고, 자기들을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급진세력'이라 매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할 일 없는 백수들이라고 하니 국민들의 심기가 좋을 리 없습니다.

군사독재시절 툭하면 민주인사들을 '용공분자'라고 몰아붙이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냉이꽃을 보여주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벌깨냉이
벌깨냉이김민수
'자, 봐라! 아주 작고 작아서 별 볼일 없는 꽃이지? 그런데 봐라, 이렇게 모이고 또 모여서 피니 어떠냐? 꽃밭을 이루었어. 큰 꽃만 예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겠니.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다른 꽃에 비하면 예쁘지도 않고 꽃에 향기도 없는 듯하지만 이파리와 뿌리에는 얼마나 좋은 향기가 들어있는지 말야. 보이지 않는 생명의 향기, 이것을 정중동의 향기라고 말하지. 그런데 권좌에만 눈이 멀어 있는 너희들, 외향에만 치우쳐 있는 너희들에게는 작은 냉이꽃이 무슨 대수겠니? 그런데 우리들은 이렇게 작은 것도 소중하다고.'

아주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의 소박한 꿈까지도 빼앗아 가버리는 이들, 그들은 외향은 멋진지 몰라도 그 이파리와 뿌리, 그 속내로 들어가 보면 역겨운 냄새밖에는 나질 않습니다.


김민수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라고 뽑아주었더니 당장의 권력을 지키는 것에만 눈이 어두워 하지 말아야 할 부끄러운 일들을 하는 이들, 새도 아니면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철새 정치인들을 보면 다시는 그리 못하도록 이번엔 그 싹을 완전히 잘라 버려야겠습니다.

우리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비록 작지만 이제 당신들이 권좌에서 물러날 때까지 이들처럼 모이고 모여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국민들이 작다고 깔보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이번 탄핵안 발의에 서명을 하고 찬성하신 분들은 국민들에게 용서를 비십시오. 아직은 용서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은 남아있을 지도 모릅니다.

김민수
냉이는 생명력이 얼마나 강인한지 모릅니다. 두 해살이 풀이지만 뽑고 또 뽑아 잔뿌리들만 남아있어도 어김없이 새싹을 틔웁니다. 그 작은 꽃들마다 언제 영글었는지 여기저기 바람을 타고 날아가 피고지고를 반복합니다. 땅이 존재하고 있는 한, 흙이 있는 한 그들의 삶은 이어질 것입니다.

밭에서는 잡초라고 뽑혀나가고, 아니면 제초제에 의해 말라 죽기도 합니다. 게다가 예로부터 봄 향기를 가득 품고 있는 덕분에 봄나물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니 얼마나 많은 양의 냉이들이 뽑혀 나갔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어리석은 백성이라고 통탄해 마지않는 국민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수
사람들과 가까이 있으면서 냉이만큼 뛰어난 약성을 지닌 식물도 흔치 않다고 합니다. 냉이는 간을 튼튼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위를 튼튼하게 합니다. 또 소화가 잘 되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출혈을 멎게 하는 데 매우 좋은 효과를 지닌 약초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권력잡기에만 혈안이 된, 간 부은 정치인들에게 냉이는 꼭 권해야 할 약초군요.

좁쌀냉이
좁쌀냉이김민수
냉이는 오래 끓일수록 향이 진하게 우러난다고 합니다. 무침이나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된장국을 만들 때 넣어 푹 끓이면 그 향이 그윽한 것이 춘곤증을 이기는 데는 그만이라고 합니다.

냉이는 나생이, 나승구, 나잉개, 계심채, 정장채라고도 하고 한자로는 제채(薺菜)로 씁니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워도 '냉이'는 '냉이'입니다. 혹시 이번 탄핵안 통과 이후 국민 여론이 나빠지면서 작명소에서 다른 이름을 짓고 있을 국회의원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젠 우리 국민들도 이름 바꾼다고 해서 그 속성을 모를 정도로 우매하지 않답니다.

김민수
아이들도 아프면서 큰다고 합니다. 우리의 역사도 그렇겠지요. 고난 속에서 더욱 더 성숙해 지는 것이 역사입니다. 역사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뜨거운 사랑과 성숙함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이들에게, 우리 국민의 힘을 보여주는 축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냉이에 담아보았습니다.

국민들은 생명의 향기를 품은 작은 꽃, '냉이'같은 지도자를 원합니다.

김민수
어때요. 작은 꽃이지만 모이고 모여서 꽃밭을 이루었죠? 오늘 어둠을 밝히는 작은 촛불을 들고 작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거대한 불꽃이 어우러진 꽃밭을 만들고, 그 불꽃의 물결이 우리의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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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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