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플로리다' 부시 공식선거전 팡파르

1만2천명 지지자들 "4년더!" 연호…"동맹군에 지나치게 의존 않겠다"

등록 2004.03.21 16:05수정 2004.03.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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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대통령이 20일 오후 1시 플로리다 올랜도의 콘벤션 센터에서 열린 첫 공식켐페인에서 연설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이 20일 오후 1시 플로리다 올랜도의 콘벤션 센터에서 열린 첫 공식켐페인에서 연설하고 있다.김명곤
이라크전 1주년을 맞아 부시 대통령이 20일 오후 1시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첫 공식 캠페인의 팡파르를 울렸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플로리다 방문은 2000년 대통령 당선 이후 20번째 방문이다. 선거 관측통들은 2000년 대선에서 부시에게 극적인 승리를 안겨다 준 플로리다는 이번에도 주요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데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현재 부시는 텃밭인 텍사스에서, 케리는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다음으로 큰 선거구인 뉴욕과 플로리다는 양측 모두에게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절대 요충지다.

이날 부시 대통령 캠페인 연설장인 올랜도 콘벤션 센터에는 3시간 전부터 공화당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입구에서는 가방 반입 등이 허용되지 않은 가운데 전자 검색대를 만들어 놓고 청중들을 입장시켰으며, 캠페인장 주변을 비롯, 연설장 외부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이라크전 1주년을 맞아 수일전부터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해 모여든 청중들도 다소 불안해 하는 기색이었다.

불안하고 위축된 바깥 모습과는 달리 캠페인장 안쪽은 활기에 차 있었고 이미 열기에 들떠 있었다. 사회자의 '연호 연습시키기'가 몇 번 시도된 후에 컨트리 싱어 빌리 사이러스가 나타나 '어메이징 그레이스'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Some gave all) 등의 노래를 불러 '텍사스 카우보이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어 청중들이 네 손가락을 펴고 '4년 더!'를 연호하는 가운데 명예의 전당에 오른 프로풋볼스타 린 스완, 오렌지 카운티 의장인 리차드 크로티, 플로리다 부 주지사 제닝스 등이 나와 부시를 지지하는 찬조연설을 해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부시는 말한대로 사는 남자"

캠페인장 안 곳곳에서는 성조기와 더불어 부시를 지지하는 피켓들로 물결을 이루었다. 이 피켓들 중에는 "케리는 겁쟁이(Kerry is scary)", "부시는 말한대로 사는 남자!(Bush, A man of His Word!)", "부시냐 파멸이냐(Bush or Bust)" 등 케리의 약점을 겨냥한 피켓으로부터 "여성을 위한 부시(Bush for Women)", "나무를 껴안지 말고 숲을 껴안아라(Don't hug tree, but Bush)", "우리는 당신의 용기를 잊지 않을 것이다(We will not forget your courage)" 등 지지성 피켓이 눈길을 끌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11시 40분경에 올랜도 국제공항에 전용기편으로 내려 곧바로 방탄승용차를 타고 10분거리인 캠페인 장소에 도착했다. 현장에서 지역 TV '채널6'을 통해 비행장 도착 장면부터 부시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던 1만2천명의 지지자들은 그가 캠페인 장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장면이 화면에 비치자 일제히 일어나 부시 대통령이 밖에서 들릴 정도로 '4년 더!'를 외쳤다.

이윽고 경쾌한 '군대행진곡'이 울려퍼지는 가운에 부시 대통령 부부가 캠페인 장소의 입구에 도달해 단에 오르자 '4년 더!'연호는 캠페인장 천정을 무너뜨릴 만한 기세로 커졌다. 부모를 따라 나선 어린아이들이 양쪽 손가락으로 귀를 막는 모습이 보였다.

연호가 끝이지 않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 부부는 연단에 올라 미리 대기하고 있던 공화당 간부들 및 지역 인사들과 포옹하고 좌우를 계속 돌아보며 지지자들에게 양손을 흔들어 댔다. 이어 플로리다 주지사이자 히스패닉계 부인을 둔 대통령 친동생 잽 부시가 먼저 단에 올라 인사하자 이번에는 히스패닉계 지지자들이 '비바 부시!' 를 외쳐댔다.

지지자들이 다소 조용해진 것은 이례적으로 퍼스트 레이디 로라 부시가 연설대 앞으로 나서고 부터였다. 코발트색 상의와 검정색 바지를 입은 로라 부시는 "정치에 관심이 없던 내가 마음을 바꾸고 이렇게 남편과 함께 나다니게 된 것은 1978년 남편이 처음으로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떨어진 다음부터"라며 "나는 그 이후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중고 쉐비차를 몰고다니며 고락을 함께 했다"고 고백해 여성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며 환호를 받았다.

부시 "당신은 4년 더 퍼스트 레디 자격있다"

"4년 더!"를 계속 외치다 기진한 두 여성 지지자가 바닥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4년 더!"를 계속 외치다 기진한 두 여성 지지자가 바닥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김명곤
이어 로라 부시가 자기 남편을 오른팔을 내뻗으며 "내 남편을 소개한다"며 부시 대통령을 소개하자 지지자들은 그 장면에 감격한 듯 발을 굴러대며 또다시 '4년 더!'를 연호했다.

상기된 표정의 부시 대통령이 눈가에 물기를 띤채 연설대 앞으로 다가서 감격스런 어조로 "땡큐 플로리다!, 땡큐 플로리다!" 를 연달아 외치자 청중석은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 들었다.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 부시 대통령이 자신에 찬 눈으로 좌에서 우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다 말고는 느닷없이 뒤를 돌아다 보며 로라 부시를 향해 "당신은 4년 더 퍼스트 레이디 자리를 지킬 자격이 있다"고 말하자 관중석에서 폭소가 터지며 또 한차례 환호가 터졌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지지연설을 위해 참석한 플로리다 출신의 릭 켈러와 탐 피니 하원의원, 토니 제닝스 플로리다 부 주지사 등을 포함한 10여명의 인사들에 대한 소개의 뒷끝에 "마지막으로 나의 맞상대(민주당 죤 케리)를 소개하겠다"며 케리 후보에 대한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경력이 많은 케리는 그동안 모든 이슈에 대해 양쪽 입장을 취해 왔다"면서 "케리는 처음 애국법, 북미자유무역협정, 학습지진아 지원법 등은 물론 이라크 해방전쟁에 까지 찬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케리는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분명한 하나의 의견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 불충분해 다음날로 자기의 의견을 바꿨다"며 케리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비아냥거렸다.

부시 대통령은 케리가 이라크전 수행에 필요한 870억불에 이르는 정보비용에 찬표를 던져놓고 후에 이를 반대한 사실을 다시 거론하면서 최근 케리가 "나는 실제로 그것에 반대하기전에 찬성했다"고 말한 것을 인용해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우리의 장래는 세계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면서 미국의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테러리스트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우리를 시험하고 있으며 북한과 이란 정권은 여전히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만약 미국이 이러한 시기에 허약함과 불확실성을 보여 준다면 세상은 비극을 향해 표류하게 될 것"이라면서 "내가 재임하는 한 그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대북정책에 대한 종전의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안보 동맹군에 지나치게 의존 않겠다"

당일 캠페인 장에서 판매한 '부시 3부자' 버튼
당일 캠페인 장에서 판매한 '부시 3부자' 버튼김명곤
이어 부시 대통령은 "나는 동맹 행동에 찬성해 왔고 지금껏 34개국의 동맹군들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결정을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말해 최근 동맹군들의 철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전과 대 테러전을 미국 주도하에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서 "테러리스트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전히 훈련을 받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속에서 (숨어서) 더욱 야심찬 계획을 꾸미고 있다 "면서 "9·11 테러로 야기된 혼란과 대량 살상이 일어난 후 합법적인 문서들과 함께 그들을 다루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테러리스트들과 그들의 지원자들이 9·11을 일으킨 것은 선전포고를 했다"며 미국의 대 이라크전의 정당성에 대한 증폭되고 있는 국내외의 비판 여론을 일축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독재자들과 (수수방관하고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 미국은 말하는 대로 실천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행동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악랄한 후세인 정권과 무기 프로그램들이 궤멸됐고, 리비아도 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했다"고 이라크전의 성과를 내세우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해 3년 집권동안의 성과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는 "취임당시 우리는 경기가 하강국면을 맞고 있었으며 주식시장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고 상기시키고 "나는 역사적인 세금감면 정책을 펼쳤고, 지금 경제는 어떤 산업국가보다도 매우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03년의 하반기 경제성장은 거의 20년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면서 "제조산업은 활기를 띠며 성장하고 있고, 사업투자도 증가 일로에 있으며, 인플레이션과 이율은 낮아지고, 주택 보급율은 사상최대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내세웠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캠페인은 초두에 국내외에서 갈수록 껄끄러운 이슈가 되고 있는 이라크전 문제를 비켜나 경제적인 성과를 최대한으로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 전반에 '비전'이라는 단어와 '긍정적' '낙관적' 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교차 사용하면서 경제적 성과를 집중 부각시키고 이 와중에 이라크전 성과를 중간 중간 끼어 넣는 화법을 구사했다.

그는 케리측으로부터 집중공격 당할 만한 이라크전의 정당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라크 전은 9·11로 촉발된 응전'이라고 정당화하고, 이라크전의 성과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중'이라며 "우리는 경제에서 긍정적이고 낙관적 비전을 갖고 노력해 성공해 온 것처럼 이라크전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비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상대편(케리 후보)으로부터 우리가 그동안에 듣게된 소리는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비탄과 분열조장적인 분노의 소리였다"며 "이러한 것들은 미국의 장래를 위한 일정표가 될 수 없다"고 말해 또 한차례 환호를 받았다.

부시는 약 40분간의 캠페인 연설을 마친뒤 시내 모처에서 2시간동안 더 머문 뒤 귀로에 올랐다.

"4년 더!" 연호에 "더 이상은 안돼!"

이날 부시가 연설하는 중간중간에는 "4년 더!"를 외치는 압도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에 대항해 민주당원으로 보이는 몇몇 청중들이 "더 이상은 안돼"(No more year!)를 외치자 청중들이 야유를 퍼부었고 부시대통령도 마이크를 바싹대고 "저들은 우리 가족이 아니다"고 소리를 높히는 등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에 앞서 대학생들로 보이는 5~6명의 청년들은 부시가 도착하기전에 연설장 안쪽에서 "부시는 더이상 안돼!"(No more Bush!)를 외치다가 경찰에 의해 쫓겨났으며, 건물 바깥에서는 80여명의 반 부시 그룹들이 피를 상징하는 빨간 풍선을 띄우며 부시의 이라크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캠페인에 참석한 올랜도 거주 공화당원 버들리 베이츠(61)는 오늘 행한 부시의 연설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부시 대통령이 테러전에 대해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미국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답했다.

뉴저지로부터 온 여행객 스티브 쉬로더(31)도 "인상적인 것은 앞으로도 미국이 주도권을 잡고 세계를 이끌어 가겠다고 한 점"이라면서 "민주당의 케리 후보는 부시가 한 일을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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