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병원의 주인입니다"

전주의료생협 출범...환자권리장전을 마련한 의료생협

등록 2004.03.22 08:15수정 2004.03.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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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 이제 생소하지만은 않은 이름이다. 도시민들의 유기농산물 소비자조합으로 굳어지다시피 한 '생협'이라는 이름이 사회의 각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생협도 생겨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생산 현장에도 생협이 만들어져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생협도 출현하고 있다.

여기에다 생활협동조합의 약칭인 생협이 의료 분야에서 활발하게 조직되고 있다. 병·의원의 만성화된 불친절과 일방주의에 기죽어 지내야 했던 환자들의 권리를 신장하고 바른 건강과 참된 의료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일 전주에서도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이 정식으로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2001년 9월에 '전주의료생협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첫 모임을 시작한 지 근 2년 반만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10명이라는 소수의 전문 의료인들이 뜻을 모아 시작했지만 지금은 304명의 조합원이 확보되었고 자체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전주시 외곽의 동원예식장에서 열린 창립식에는 2년 반 동안 함께 활동해 온 의료생협 조합원들과 다른 지역의 의료생협 관계자 등 200여명이 모였다. 여기에다 김완주 전주시장을 비롯하여 17대 총선 입후보자들까지 축하객으로 참석한 가운데 감격적인 창립총회를 갖게 되었다.

이날의 행사장은 오랜 준비위 활동을 통해 조합원들이 서로 가까워진 탓인지 입구에는 총회 참석자들이 붙인 색색가지 환영과 축하의 쪽지글들이 알록달록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과일과 떡, 김밥 등 간단한 간식거리들을 개인 접시에 담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이 동네 잔치 같은 모습이었다.

짧지 않은 2년 반 동안 전주의료생협준비위에서는 일본 오사카에 있는 의료생협에 연수도 다녀왔을 뿐 아니라 각종 토론회와 초청 간담회, 발기인 모집, 조합원교육, 체육대회, 각종 동호회 결성, 안성과 원주 등지의 다른 지역 의료생협 견학, 거리 건강검진활동, 등반대회, 지역주민 건강강좌 등의 활동을 해왔다.

특히 작년 3월에는 전주의료생협 발기인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의료생협 창립을 향한 중요한 기반을 확보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작년 11월 22일에 전주의료생협의 첫 전문의료기관인 <무지개한의원>을 개원하면서 의료생협 건설사업에 탄력을 받았다.

1부 기념식을 거쳐 본 행사인 2부 창립총회 시간에 전주의료생협은 올해 2004년도에는 현재의 <무지개한의원>의 경영 안정의 토대를 마련할 뿐 아니라 양방의원을 개설하고 조합원을 600명 수준으로 늘이며 지역에 다양한 보건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결의하였다. 또한 조합원들을 서로 연결하는 작은 생활 공동체들을 만들고, 조합원들이 동호회나 행사를 통해서도 건강뿐 아니라 일상 생활을 활기차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현대의 의료기관과 의료 행위들이 상업적으로 흐르다 못해 이제는 비인간적인 야만을 저지르기도 하는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료생활협동조합운동이 어떻게 자신을 꽃피워 갈지 주목된다.

의료생협은 다수의 조합원이 낸 출자금을 바탕으로 1차 진료기관 성격의 병원을 설립, 운영하며 정기 건강검진 등 다양한 의료혜택을 조합원에게 제공하는 협동조합이다. 1994년 경기 안성에서 국내 최초로 설립된 데 이어 96년 인천, 2000년 안산에서 문을 열었고 작년에는 대전과 원주 지역, 그리고 서울 대림동에도 설립됐다. 이밖에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청주, 오산 등지에서도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치료보다는 예방 활동이 더 중요"
[인터뷰]전주의료생협 유성기 이사

- 이사로 선출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어느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지요?
"감사합니다. 저는 한의사입니다. 청년한의사회에 회원으로 있기도 합니다."

- 의료생협에 대해 소개 좀 해주시죠.
"환자의 권리를 충족시키고 의료 소외 지역에도 접근하여 훈훈한 인간사회 구성을 지향합니다."

- 환자의 권리라면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지요?
"환자가 병원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주의료생협의 환자권리장전에 나와 있듯이 환자로서의 알 권리 즉, 자신의 병에 대한 이해나 치료 방법뿐 아니라 절차와 사용 의약품 등에 이르기까지 다 말합니다."

- 의료생협이 하고자 하는 일을 더 말씀하신다면?
"치료보다도 예방 활동에 더 치중합니다. <건강마을 만들기> 프로그램처럼 개인의 건강과 함께 생활공동체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런 활동을 하게 됩니다."

- 조합원들을 대상으로만 하는 건가요?
"우선을 그렇습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결정에 따라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 현재 무지개 한의원이 운영 중인데 조합원이나 비조합원이나 별 차이가 없던데요?
"그것 역시 조합원들이 결정하면 됩니다. 조합원에 대해 어떤 혜택을 줄 건지 안 줄 건지 모두 조합원들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 의료생협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되나요?
"조합원들의 출자금과 차입금입니다. 병원 경영이 정상화되면서 차입금을 상환해 나갈 것입니다."

- 조합원 출자금은 어떤 기준인가요?
"1구좌 1만원씩하여 10구좌 이상씩을 조합원들이 출자합니다."

- 그럼 현재의 304명 조합원들이 다 10만원 이상씩 출자한 거네요?
"그렇습니다."

- 올해 사업을 소개해 주세요.
"조합원님들간의 소통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서 여러 소모임과 행사를 할 것이고 또 양방의원을 개설할 계획입니다. 가정의학과 의원을 올해 안에 세우고 치과도 우선적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 다른 지역에도 의료생협이 있던데요?
"네. 여러 곳에 있습니다. 의료생협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서로 교류하고 있습니다."

- 의료생협운동과 관련해서 절박하게 법제화되어야 할 사항들이 있나요?
"현재는 생협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입법 활동은 연구 중입니다."

- 생협법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라 한계가 있지 않나요?
"아닙니다. 법이 개정되어 보건의료분야까지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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