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시 보좌관 "이라크 위기 조작됐다"

전 보좌관 리차드 클라크 최신 저서 <모든 적들에 대항해서> 에서 주장

등록 2004.03.23 08:12수정 2004.04.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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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는 대 테러전 조정관이었던 나와 다른 보좌관들을 상황실로 속속 불러들였다. 부시는 "모든 것,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담 후세인이 이런 짓을 했는지 살펴보자"고 말했다. 나는 "미스터 프레지던트, (이라크가 아니라) 알카에다가 이러한 짓을 했습니다"라고 대꾸했다.

그는 "알고 있다, 알고 있다. 그러나 사담이 개입돼 있는지 살펴보자. 나는 그 어떤 (단서) 조각들을 알고 싶다"… 전쟁의 동기들 중에는 2002년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략도 들어있다. (이라크) 위기는 조작되었다. (The crisis was manufactured) 부시의 정치 보좌관 칼 로브는 공화당원들에게 전쟁을 치르도록 부추기고 있었다.


위의 내용은 현 부시 대통령 밑에서 국가안보 및 대 테러전 조정관을 지낸 리차드 클라크가 <모든 적들에 대항해서>(Against All Enemies)라는 책에서 밝힌 것이다.

클라크, 9·11과 이라크전에 대한 부시의 잘못된 대처 폭로

리차드 클라크의 이 책은 22일 미 전역의 서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워싱턴 포스트는 22일 인터넷 판에서 이 책의 내용의 대략을 보도했고 클라크는 21일 CBS방송의 시사프로 '60분'에 출연해 자신의 책에 서술된 9·11과 이라크전에 대한 부시의 잘못된 대처에 대해 폭로했다.

특히 이 책이 부시행정부의 국가안보문제 베테랑 보좌관중 하나이며 9·11 전후 부시행정부의 안보 관련 의사결정과정의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전직 고위관리에 의해 쓰여졌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리차드 클라크는 1973년 미 국방부에서 핵무기 및 유럽안보문제 분석가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2003년까지 레이건 행정부에서 정보국 부보좌관을 지냈고,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 부시 대통령 재임시에는 정치군사문제 국무보좌관이었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국가안보와 대 테러전 조정관으로 임명된 뒤 현 부시행정부에서도 이 직책을 계속 유지하다가 지난해 3월 사임했다.

이 책에서 클라크는 CIA, FBI, 백악관 간부들이 9·11이 이라크와 직접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보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이 그 사건에 개입돼 있다는 것을 입증시키기 위해 서둘렀다고 비판했다.

"알카에다의 위협에 대한 브리핑 요구 묵살당했다"

클라크는 이 책에서 부시의 취임 첫 주에 자신이 알카에다에 대한 각료급 회의를 열 것을 긴급히 요청했으며, 이후로도 알카에다의 위협에 대해 부시에게 직접 브리핑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의 8개월 동안이나 자신의 이러한 요청이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클라크는 9·11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가진 차관급 회의에서도 "우리에게 지금 적이 있다면 미국에게 즉각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되는 알카에다"라고 주장했으나, 월포위츠는 "이라크의 테러리즘은 이에 뒤지지 않는 위기"라고 말했으며 FBI와 CIA측 관리들도 (알카에다의 위협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며 자신의 주장을 반박했다고 밝혔다.

월포위츠는 20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테넷 CIA 국장과 파월 국무 장관은 이라크가 알카에다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으며, 나는 클라크가 알카에다와 이라크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무시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클라크는 또 이 책에서 9·11이 발생한 몇 분 뒤 곧바로 평상시 그의 능력을 인정해 왔던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이 그를 불러 정부의 위기 대처방안에 자문을 구해 '이라크와 9·11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으나 바로 다음날 (논의의) 주제가 이라크로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럼스펠드와 월포위치가 국가위기를 이용했다"

그는 책에서 "나는 당시 럼스펠드와 월포위츠가 이라크에 대한 그들의 계획(agenda)을 진전시키기 위해 이러한 국가적인 위기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클라크는 군사적 공격 조치에 대한 토의 자리에서 "럼스펠드는 알카에다가 탈레반의 보호 아래 있었던 (산악지대와 사막이 많고 덜 개발된) 아프가니스탄에는 포격을 가할 만한 멋진 목표물이 없다는 것에 대해 불평했으며, (대신) 이라크를 폭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클라크는 자신의 경험에 입각해서 보면 일각에서 부시를 "아둔하고 게으른 부유층 아이"(dumb, lazy rich kid) 라고 부르고 있는 것에 대해 "다소 빗나간 평가"라며 "부시는 결과 지향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으며, 어떤 문제에 직면해서 간단한 해결책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부시의 (9·11에 대한) 반응에 있어 독특했던 것은 "부시가 반미 테러에 참여해 왔던 나라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렇지 않았던 나라를 침공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이라크 침공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부시는) 이라크 침공으로 동맹국들을 잃어버렸을 뿐 아니라 아랍과 이슬람 문화권의 잠재적인 동맹국들을 격분시켰으며, 더욱 더 많은 테러리스트들을 양산하게 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클라크의 책 부시진영에 부담이 될 듯

그는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방향에서 부시행정부 충성파들에 의해 비판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그(부시)가 테러리즘에 대해서 취해온 것을 근거로 해서 이번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클라크가 이번에 내놓은 책은 대선경쟁이 막 시작되어 부시가 스스로를 전시 대통령이라며 테러전 성과를 내세우고 있고, 독립기관에 의해 곧 9·11과 이라크전 진상조사가 벌어질 예정인 가운데 발간돼 부시측에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책 내용의 진위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클라크는 워싱턴 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책에서 기록한 진술들이 "편파적이 아닌 사실적인(Factual, not polemical)" 내용들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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