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독립영화제를 만나다

전주시민영화제 23일 개막...조시돈 조직위원장 인터뷰

등록 2004.03.24 13:19수정 2004.03.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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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민영화제의 포스터
전주시민영화제의 포스터
"뜨거운 지성을 조율하고
대안에 대해 언제나 이야기하며
거짓된 열정은 지워버려요.
당신 자신을, 당신의 나날을, 당신의 시대를 리부트 하세요."


이번 전주시민영화제에서 내세우는 표제어다. 23일 전주시민영화제(www.jcff.or.kr)가 닷새 일정으로 개막되었다. 개막작으로 김동원 감독의 <송환>이 상영되었는데 이 영화의 높은 명성을 반영하듯 상영 반 시간 전부터 자리가 다 차서 통로 계단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이마저도 불가능했던 50여명은 아쉬운 발길을 돌리기도 하였다.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북송 기록을 12년에 걸쳐 완성한 영화감독 김동원씨도 참석하여 인사를 했고 송환되지 못한 장기수 할아버지들도 함께 영화를 보았다. 이 자리에서 만난 전주독립영화협회 대표이자 효문여중 현직 교사인 조시돈 전주시민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만났다.

- 개막식에 사람들이 참 많이 왔네요?
"네. 되돌아가신 분들께 너무 죄송합니다.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미처 몰랐습니다."

- 몇 분이나 오신 것 같은가요?
"좌석수가 180석이라고 하니까요. 통로에도 꽉 차고 서서 보신 분들조차 계시니까 돌아가신 분들 포함하면 상당히 많은 분들이 오신 것 같습니다."

- 주로 어떤 분들이 오셨나요?
"전북에 장기수 할아버지 모임이 있는데 여덟 분 중에 다섯 분이 오셨구요. 서울에서 제2차 장기수 할아버지들 송환운동을 하시는, 역시 장기수 출신이신 김영식 선생님도 오시고 김동원 감독님이나 그 외에 독립영화 관련자분들과 지역 자치단체 관계자분들도 왔지만 일반 시민들이 참 많이 왔습니다."

조시돈 조직위원장
조시돈 조직위원장전희식
- 개막작을 <송환>으로 정하신 특별한 이유라도?
"김동원 감독님은 우리나라 독립영화의 대표적인 분이신데다 <송환>이 독립영화의 특징과 성격을 잘 보여 주었다는 점입니다. 또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

- ‘선댄스 영화제’가 뭔가요? 좀 생소하네요.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우리처럼 주민들 스스로가 생활을 주제로 하여 영상물을 제작 해 영화제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대표적인 독립영화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많은 영화제 중에서 전주시민영화제가 내세우는 것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영상산업이나 영상문화가 시민들 생활 속에 확산되고 시민들이 영상물의 소비자로서만 아니라 창조적 생산자로서의 위치를 동시에 가지자는 취지입니다. 영화를 일상 속에 끌어들이고 영상문화발전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

- 그런 영화제는 전주시민영화제 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런 시도는 전주시민영화제가 처음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전주시민영화제 뿐입니다. 2000년 이전에는 마음이 있어도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컴퓨터 편집이 가능해지면서 시민들 스스로가 서툴지만 영상물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공중파 방송에서도 시청자들이 제작한 영상물이 나오던데요?
"그것을 ‘퍼블릭 액세스’라고 하는데요. 요즘은 방송사들이 일정비율을 시청자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이번 영화제에서 대표적인 상영작들은 어떤 게 있나요?
"우리 지역에서 출품된 작품들이 금, 토 이틀간 집중해서 상영되구요. 대구나 부산, 대전지역의 우수한 독립영화들도 상영됩니다. 특히 부천애니메이션 대표작도 상영되지만 홍콩과 태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가 상영되는 게 올해의 새로운 모습입니다."

- 독립영화라는 점이 강조되는데 독립영화를 어떤 영화로 이해하면 될까요?
"흔히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와 다른 것으로 이야기되는데요. 일반 상업영화는 시장에 진출하여 돈을 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독립영화는 자본과 배급망, 그리고 정치적 목적에서 독립한 영화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 각종 검열이나 표현의 제약으로부터도 독립을 추구하나요?
"그렇습니다.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추구합니다. 그것이 독립영화의 지향입니다. "

- 그렇다면 <송환>과 같이 사회성 짙은 작품들만 찍는 게 아니라 특정의 소재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적이기를 바랍니다."

- 작품 하나만 추천 해 주세요.
"이거 아주 어려운데요. 양인화 선생님의 <암과 대머리>라는 작품을 추천합니다. 120분짜리 장편인데요. 암에 걸린 가장이 가족과 정리를 해 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 작품입니다. 부제가 <40대를 위하여>라고 되어 있는데 가족이나 부부, 직장에 대한 의미를 담백하게 새겨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 정작 40대분들이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요? 회사에 일할 시간인데?
“심야상영이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심야상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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