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민주당, 답답한 열린우리당

[取중眞담] 민주당 전성철 단장, 민노당 등에 '색깔론' 제기

등록 2004.03.28 19:29수정 2004.03.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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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4일 민주당에 입당한 전성철 변호사.
지난 1월 4일 민주당에 입당한 전성철 변호사.연합뉴스 양현택
우리 정치사에서 '색깔론'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정치인을 꼽는다면 단연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지난 80년 북한과 연계해 내란을 획책했다는 혐의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고, 89년에는 서경원 의원의 방북사건과 관련해 북한에서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뒤 불구속 기소됐다. 대표적인 것이 이런 정도다.

김 전 대통령이 창당했던 평화민주당, 민주당,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도 선거 때마다 보수·수구세력의 색깔론 공세를 막아내는 것이 핵심 선거전략일 정도였다.

그랬던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후보연대 제안에 대해 색깔론으로 공격을 가하고 나섰다.

전성철 민주당 총선 정책기획단장은 27일 밤 <4.15 총선, 무엇이 쟁점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KBS심야토론에 패널로 출연해 열린우리당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경남지역 후보연대 제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색깔을 칠했다.

전성철 단장이 TV 토론에서 읽은 두가지

그는 우선 민주노동당의 강령일부를 소개했다. "우리는 여전히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약육강식의 사회,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인간 상실의 세상에 살고 있다. 이는 바로 자주적 민족통일국가를 좌절시킨 분단의 역사와 만물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부분이다. 또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적 소유권을 제한하고 생산수단을 사회화함으로써 삶에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는 공공의 목적에 따라 생산되도록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전 단장은 이어 <민노당 강세지역 열린우리 "공천 안해">라는 중앙일보 25일자 1면 기사를 읽었다.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가 24일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가 출마하는 경남 창원을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총선 후에 공조방침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전 단장은 이어 "취소를 했지만 열린우리당이 이런 강령을 가진 민노당과 공조하기 위해 후보를 내지 않으려 했다"며 "생산수단을 사회화하겠다는 과격한 주장을 하는 당과 공조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이 절대 과반수를 차지해 우리나라를 진보일색으로 가져가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일석이조'라고나 할까. 철천지원수처럼 돼버린 열린우리당, 그리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앞지르고 있는 민주노동당을 한꺼번에 '불순한 사상을 가진 집단'과 '그에 동조하는 집단'으로 몰아버린 것이다.


민주노동당 "다른 당도 아닌 민주당... 당황스럽다"

"한나라당이나 자민련이 그런 말을 하면 모르겠지만, 색깔론으로 가장 피해를 입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들었고 아직도 정신적 지주인 민주당이 색깔론을 들고 나와 당황스럽다"는 김종철 민노당 대변인의 반박에 대해 전 단장은 "이것은 색깔론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나 색깔론이 아니려면, 전 단장은 민노당의 강령과 정책 그 자체에 대해 말했어야 한다. '현실성이 없다'거나 '이미 역사적으로 실패한 내용'이라는 등의 비판이라면 그럴 수 있는 것이다. 그 정도는 돼야 각 당을 대표해서 나온 출연자들의 격에 어울리는 토론이라 할 수 있지 않겠나.

KBS심야토론의 게시판에는 그의 발언에 대해 "색깔론으로 치중해 할말이 없다", "아직도 탄핵에 대한 민의를 읽지 못하고 색깔론 등을 내세우는 등 총선 전략의 부재를 거꾸로 보여주는 듯하다"는 등의 비판글이 올라와 있다. 전 단장은 민노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정당이라는 것을 잊은 듯하다.

정세균 의원의 궁색한 답변 "오보다"

이에 대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의 대응도 옹색하기 짝이 없다. "중앙일보 보도는 오보"라는 것이었다. "열린우리당이 그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것은 당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는 전 단장의 추궁에 정 의원은 "언론의 보도가 모두 사실이라고 믿느냐"고 되물었다.

김두관 열린우리당 경남도당 대표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후보연대를 제안한 것을 비롯해 여러차례의 공식·비공식 제안이 있었다. 또 이부영 상임중앙위원도 이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민노당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며 관심도 없다'는 입장이었고, 열린우리당은 24일까지도 창원을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가 '우리-민노 정책공조 방침'이라는 기사가 나가자 결국 이를 백지화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정 의원이건만, '오보'라는 궁색한 대답으로 이를 피해가려 했다. 결국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 강세지역에 대한 공천포기 방침을 철회한 이유는 보수세력의 색깔론 공세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위기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50년 정통야당의 맥을 이어왔다'는 자부심과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 장인의 좌익활동 경력을 문제삼아 선거에 이용했던 이인제 후보를 걸러낸 민주당이기에 더욱 그렇다.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의 주류를 교체하겠다'고 선언한 정당이 '약발'도 떨어진 색깔론에 주춤거려서야 체면이 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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