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색깔론을 우려한다

[반론] 오마이뉴스의 '비겁한 민주당, 답답한 열린우리당' 기사를 읽고

등록 2004.03.30 10:09수정 2004.03.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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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황방열 기자의 '비겁한 민주당, 답답한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사를 읽고, 당시 KBS 심야토론에 패널로 참석했던 전성철 민주당 글로벌 스탠더드 정책기획단장이 반론을 보내왔다. 전 단장은 <오마이뉴스>의 기사가 자신의 발언을 비약해서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전 단장의 글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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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겁한 민주당, 답답한 열린우리당

오마이뉴스는 지난 28일자 기사에서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후보연대 제안에 대해 색깔론으로 공격을 가하고 나섰다"며 저의 발언을 색깔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비겁하다'고 폄하했습니다.

저는 이 기사가 우선 논리의 비약에 입각했으며 저의 발언을 '구태의연한 색깔론'으로 몰아세워 이번 총선에 있어서 건전한 정책대결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그런 면에서 책임있는 보도가 아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저는 지난 27일 KBS 심야토론에서 민주노동당에 색깔론을 제기한 사실이 없습니다.

저는 분명히 토론 자리에서 '민노당은 어엿한 공당으로써 나름대로 투명한 정치를 하려고 하는 정당'임을 지적했습니다. 다만 민노당이 '급진 진보노선'을 가지고 있는 정당인 점은 분명히 지적했습니다.

'인간 상실이 자본주의 때문이고', '생산 수단을 사회화'하겠다는 정강정책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 급진 진보 정당인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나는 여기서 '급진 진보'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사실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나는 또 개인적으로 민주노동당 같은 정당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급진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유용한 역할을 민주노동당 같은 정당이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민노당이 아닙니다. 문제는 열린우리당이 그런 정강정책을 가진 당과 후보 및 정책 공조를 추진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것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우선, 이 논쟁이 나오게 된 배경을 봅시다. 이 논쟁은 '견제'라는 화두에서 출발되었습니다. 한나라당 대표가 열린우리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게 한나라당에 많은 의석을 달라고 하자 민노당 대표가 무엇을 견제한다는 말인가? '견제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제가 바로 이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저의 발언의 요지는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으로 표가 압도적으로 몰릴 것 같다. 탄핵에 대한 분노로 민심이 그 쪽으로 쏠리는 것은 이해는 한다. 그러나 이렇게 표를 몰아 주고 나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각오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앙일보는 지난 3월25일 열린우리당의 핵심 인사의 말을 인용하여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과 총선 공조 및 총선 후 공조를 하기로 했다고 보도하였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강령을 보면 '인간상실이 자본주의 때문이고 생산수단을 사회화'하겠다고 되어 있다. 열린우리당이 절대 다수를 얻고 민주노동당과 공조를 하여 그런 정책 또는 그와 유사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정책은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열린우리당에 표를 모아 주는 사람은 그런 정책적 결과에 대해 각오를 해야 한다. 즉, 열린우리당의 압승 가능성, 민주노동당과의 공조 가능성은 우리 사회를 지나치게 급진적인 진보로 몰고 갈 중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견제'가 필요한 것이다."


저의 이 견해가 일면 타당한 논리성을 가졌다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총선은 미래를 위해 하는 것입니다. 국민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한 정당에 표를 몰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표를 몰아 준 정책적 결과에 대해 미리 예상과 각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바람직한 토론의 내용입니다.


정치 토론회에서 공당의 정강을 제시하며 그것이 '진보' 또는 '보수' (또는 '급진적 진보', 또는 '극우 보수')라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고 정책을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한 평가를 '색깔론으로 덧씌우는' 것은 기존 수구단체들이 민주화세력을 향해 무조건 '빨갱이'라고 몰아세우던 행태와 별반 다를 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색깔론'이 문제인 것은 분명하나 '역(逆)색깔론' 또한 문제입니다. '색깔론'이라는 말은 진보정당의 편리한 자기방어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습니다. 더더욱 이 기사에서 민주당을 '비겁한 정당'이라고 표현 한 것은 도대체 어떤 근거, 어떤 맥락인지, 과연 한 공당의 정책 공방을 그렇게 함부로 표현해도 되는 것인지 지극히 의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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