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거는 첨 봤다고? 속 보이는 '김대중칼럼'

총선으로 노 정권 심판하자더니 이제 와 정책선거하자는 김대중 칼럼

등록 2004.03.29 01:05수정 2004.03.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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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 정치의 극치>. 이 글은 2004년 3월 29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김대중칼럼의 제목이다. 김대중 기자는 이 글에서

"이런 선거는 처음 봤다. 경제가 내리막길이고 실업이 천정부지인 데다 신용불량자 양산, 자살자 급증 등 사회 문제와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교육 정책이 천금의 무게로 국민을 짓누르고, 나라에서 바야흐로 선거가 있다는데 보이느니 '탄핵'이고 들리느니 '친노, 반노'뿐인 곳이 세계에 또 있을까?"

라고 쓰고 있다.

김대중 기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들에게 '정책을 제시하라'를 주문하는 듯 보이지만 그가 실제로 정책에 관심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이사기자는 정치 칼럼 전문가다. 그의 칼럼을 검색해 보면 <** 감상법>이라는 제목이 가장 흔하다. 이 '감상법'이라는 제목의 칼럼들은 총선, 대선을 앞두고 빈번하게 등장한다. 당연히 모두 정치적인 내용의 것들이다.

김대중 기자가 보통 칼럼니스트처럼 양비론을 폈다면 오늘날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썼다 하면 화끈했다. 92년 대선 때는 현대그룹의 처신을 조목조목 따짐으로써 오너인 정주영 후보를 역으로 공격했다. 그 글이 누구에게 유리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97년 12월 대선을 이틀 앞둔 어느 날, 김대중 기자는 또 다시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다. 당시 이인제 후보에 대해 조선일보가 악의적으로 보도했다며 조선일보사 앞에서 농성하던 국민신당 당원들 앞에 김대중 기자가 등장했다. 그리고는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것이기에) 너희들은 내일 모레면 사라질 정당들이야"라고 말했다.

정치적인 칼럼을 주로 쓴 김대중 기자는 2002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이후, 미국에서 김대중칼럼을 계속 썼다. 물론, 미국에서도 그의 관심은 대부분 한국 정치였다. 몸은 미국에 있었지만 마음만은 1년이나 남은 한국 선거에 있었던 것일까. 총선을 1년 앞둔, 2003년부터 그는 '4월 총선론'이라는 칼럼을 연속해서 썼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정치적인 칼럼을 썼던 김대중 기자가 갑자기 정치 얘기는 집어치우고 '경제'를 강조할 정도로 한국의 경제 사정이 2004년 3월에 들어와서 '갑자기' 악화됐나? 이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 경제는 전체적으로 IMF 경제 위기를 겪은 이후부터 좋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해, 경제성장률은 3.1%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이었다.

2004년 4·15 총선과 관련된 주제로 오래 전부터 칼럼을 쓴 사람도 바로 김대중 기자가 아닐까. 그가 총선과 관련해 쓴 칼럼을 몇 개 추려봤다. 총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누구였나. 이대로 4년을 더 갈 수는 없다면서 끝장을 보자는 식의 글은 누가 썼던가. 민주 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대통령 또는 권력자에 대한 관심과 논쟁은 당연하다고 주장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였나.


그런데 왜 그 주장을 폈던 사람은 뜬금없이 '친노, 반노'를 언급하며 너무 정치적이라며 질타를 날리고 있나. 자신이 내킬 때는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자고 하더니 갑자기 어조를 바꿔 '이런 나라가 세계에 또 있냐'며 정색을 한다. 독자들이 바보인 줄로 아나.

<내년 총선 어떻게 되나> 한국을 계속 관찰해온 미국 인사들이 요즘 들어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다. "내년 한국 총선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만일 노무현 정부가 참패하면 어떻게 되느냐." 8개월 넘게 남은 한국의 총선거가 미국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를 물어보면 이들의 대답은 대체로 한국의 정치 안정 때문이라고 했다.
- 2003년 8월 5일 김대중칼럼

<4월 총선으로 결판내야> 한국 정치는 이대로 4년을 더 갈 수 없다. 노무현 정권 등장 이후 지난 1년간 한국 사회는 건국 이래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분열하고 갈등해 왔다. 이처럼 내편 네편으로 극렬하게 갈려 드러내 놓고 욕하며 싸운 적이 없다. 우리는 다가오는 4월 총선을 계기로 이 자기파괴적인 분열과 갈등을 정리해야 한다.
- 2003년 12월 27일 김대중칼럼

<속 4월 총선론> 민주 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대통령 또는 권력자에 대한 관심과 논쟁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것은 곧 표현의 자유, 비판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논점과 비판이 왕성한 것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민주적이고 건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 2004년 1월 11일 김대중칼럼


경제가 강조하다 또 다시 '탄핵 이후'가 중요?

정치 얘기 그만하자, 경제 챙기자고 주장하는 김대중 기자는 그러나 정치 얘기로 글을 이끈다. 칼럼을 읽어 보면 정치에 대해 언급한 마지막 단락에 그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고, 대통령이 탄핵에서 살아오는 게 여간 신경 쓰이나 보다. '엄청난 힘과 독선과 반대자 탄압으로 지새워야 한다'고까지 악담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위선정치의 극치> 문제는 총선 이후고 '탄핵' 이후다. 총선의 결과가 여론조사대로라면 우리는 거여(巨與)를 눈앞에 두고 있다. 거기다가 탄핵 거부를 얹으면 우리는 엄청난 힘과 독선과 반대자 탄압으로 지새워야 한다. 탄핵이 수용되면 우리는 또 다른 '정치 불바다'를 겪어야 한다. 총선과 탄핵이 어떤 순열조합으로 귀결될지 모르지만 어떤 경우라도 우리가 세계의 흐름, 우리의 삶의 질 개선에 눈뜨지 않는다면 우리는 운명적으로 퇴보할 수밖에 없다
- 2004년 3월 29일 김대중칼럼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고, 대통령이 탄핵에서 살아오는 것을 저토록 걱정하며 악의적 예측을 내놓는 까닭에는 근거가 있을까. 그렇다면 김대중 기자는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고, 대통령이 파면되면 만사 해결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경제 얘기하자면서 정치로 칼럼을 마무리하는 것도 그렇지만, 근거없는 예측과 억지로 특정 정당과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또 다른 '위선'이 아닌지 묻고 싶다.

관련기사 보기- [김대중칼럼] 위선정치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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