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MBC '사실은...' 비판 정당한가

[주장] 언론자유에 방송은 해당 안 되나?

등록 2004.04.01 12:24수정 2004.04.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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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MBC TV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이하 '사실은...')을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4월 1일자 사설 'MBC, 영부인 학력 비하 방송 진상 밝혀라'에서 방송이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탄핵지지 문화행사에서 나온 발언을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필름 전모를 공개해 진위규명을 하자는 요구까지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조선데스크> 코너를 통해서도 '사실은...'을 거세게 비판했다.

a 조선닷컴에 실린 4월 1일자 사설. 조선일보 배달판에는 제목이 'MBC, 영부인 학력 비하 방송 진상 밝혀라'로 돼 있다.

조선닷컴에 실린 4월 1일자 사설. 조선일보 배달판에는 제목이 'MBC, 영부인 학력 비하 방송 진상 밝혀라'로 돼 있다.

조선일보의 현장필름 공개 요구는 방송이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방송시간 등 여러 이유로 인해 '편집'을 할 수밖에 없는 방송에게 편집 전의 필름을 요구하는 것은 방송의 자율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은...'의 담당PD 역시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서 "시사 프로그램에 있어 편집은 필수적인 것인데 일일이 시비를 걸고 원본을 공개하라고 하면 한도 끝도 없다"며 그와 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사실은...>의 자의적 편집논란은 4월 1일자 '조중동' 지면에 비중 있게 다뤄졌다. 조선과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동아일보는 기자칼럼을 통해 각각 비판했다. 차이가 있다면 <중앙일보>가 "시간과 지면의 제약을 받고 있는 미디어들은 축약이라는 기술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편집은 어디까지나 진실을 훼손하거나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는 식의 점잖은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 또한 기자칼럼에서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은 '잘못된 보도는 바로잡고 부족한 뉴스는 보충해 준다'고 제작 취지를 내세워 왔다. 그러나 방송 내용으로 보아 이 프로그램이 과연 이 같은 취지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다"는 일반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접근방식부터가 다르다. 사설을 통해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이 방송의 자의적인 편집에 대한 의혹인지 아니면 노 대통령의 '언어살인'인지 헷갈린다. 조선일보가 이런 식의 의도적 부각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사회자가 대통령의 '언어적 살인'이라고 말한 대목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주고…"했던 발언을 가리키는 것임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 <조선일보> 4월 1일자 사설 중에서

지난 22일 전 대우건설 사장의 시신이 발견됐을 때도 다른 언론과 달리 조선일보는 "남 전 사장은 지난 11일 자신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발언을 한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시청한 뒤 '내가 모두 짊어지고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했다"고 보도했다. '공개적인 모욕'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보도한 신문은 <조선일보> 이외에 없었다.


다른 신문과 방송에서는 자살의 원인은 보도하지 않고 시신이 발견된 경위만 밝혔든가, 자살의 원인을 보도한 몇몇 매체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시청한 직후'라는 사실(fact)만 언급할 따름이다.

조선일보와 같이 대통령의 발언이 자살의 직접원인이라고 명시한 언론은 없었다. 조선일보의 그와 같은 보도를 보고 격분한 네티즌들은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노골적으로 그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식으로 모는 보도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a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으로부터 '편집방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신강균의 사실은'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으로부터 '편집방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신강균의 사실은'


조선일보, 방송 편성권 침해할 권리 있나

조선일보가 누리는 언론의 자유에 방송, 특히 조선일보가 거세게 비판하고 있는 MBC도 포함된다. '사실은...' 담당PD는 꼭 밝혀야 될 상황에서라면 밝히겠지만 현장필름에는 공개하기 민망한 내용이 더 많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참석했던 네티즌의 증언도 MBC PD의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특정 목적을 가지고 악의적인 편집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인터넷 웹진 <미디어몹>에 현장 참가기를 올린 최내현씨는 영부인 학력발언 이외에도 당시 더 심각한 발언들이 많았음을 증언하고 있다. 최씨는 "(당시 행사에서 연설을 했던) 신혜식씨는 '촛불집회가 김정일과 내통하고 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면서 북한 조평통인가에서 내놓은 성명서를 인용했다"며 "촛불집회를 옹호하는 성명 내용이었고, 이것을 그대로 읽으면서 '봐라 비슷하지 않느냐'는 쪽으로 분위기를 유도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씨는 "(권양숙 여사의 학벌을 문제삼았던 사회자를 언급하며) 내가 보기에는 '예를 든다'는 걸 빙자해서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그 얘기를 굉장히 즐긴 측면도 분명히 있었다. 전체 맥락을 까먹어서 잊어버릴 정도로…"라고 느낌을 밝힌 뒤 "홈페이지에서 <사실은...> VOD를 봤다. 나름의 결론은 'MBC가 과도하게 편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편파방송이라 할 수는 없다'라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최근 연달아 방송의 편파성을 공격한 바 있다. 이번 MBC '사실은…'에 대한 공격도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선일보는 다른 언론보다 유별나게 언론자유, 보도자유를 내세우며 정부를 비판해 왔다. 그 ‘언론자유’라는 범주에는 방송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 조선일보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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