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24일 30여개 보수단체들 모임인 '북핵저지시민연대'가 대구U대회 미디어센터 앞에서 "언론과 방송은 북한에 대한 편향보도를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달 21일 광화문 동화빌딩 앞에서 열린 '노 대통령 탄핵지지 문화한마당' 중 나온 '노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 학력 비하 발언 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MBC '신강균의 사실은'에서 이날 문제의 발언내용 중 일부를 내보낸 이후 일부 보수언론은 이를 '음모론' 등으로 몰아가면서 호되게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일자 사설을 통해 각각 'MBC, 영부인 학력비하 방송 진상 밝혀라'와 '사실 왜곡한 짜깁기 방송'이란 제목으로 방송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밖에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CBS 최철 기자를 비롯, 진중권씨 등도 '사실은' 방송에 대해 질책을 한 바 있다.
이와중에 문제의 발언을 한 송만기씨는 방송이 나간 뒤 네티즌들의 비난여론으로 "투신하고 싶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송씨는 자신의 고통을 언론에 호소하며 당시 자신의 발언 전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 행사 시작 30분전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기자로서, '사실은'의 방송 내용은 다소 논란의 소지도 있지만 비판의 화살은 송씨 뿐 아니라 그날 행사에 참가한 발언자들에게도 향해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날 현장에선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들이 계속됐기 때문에 문제는 '시한폭탄'처럼 내재돼 있었다.
이번에 논란이 된 특정인사에 대한 비하 발언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집회 등 열린 공간에서 '확인되지 않는 왜곡된 사실'이 마이크를 잡은 사람들의 입에서 실제 사실인양 마구 튀어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날 행사뿐 아니라 지난 해 이후 10여 차례 이상 '우익집회'를 취재한 경험이 있는 기자는 당일 송씨가 발언했던 내용을 포함해 그 동안 들어왔던 우익인사들의 과격한 발언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송만기 "정동영은 쇼쟁이, 유시민은 정신병자"
송만기씨는 지난 3월 21일 행사에서 '문화한마당' 사회자였다. 그는 자신의 노래를 직접 불렀고 '아! 대한민국', '아름다운 강산' 등을 청중과 합창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굉장히 흥분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노 대통령과 탄핵반대자들에 대해 집중 성토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후 2시 30분께 처음 마이크를 잡은 송씨는 간단히 자신을 소개한 뒤 곧바로 "나라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노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6가지 이유를 말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참고로 송씨가 그날 현장에서 말한 6가지 이유를 다 알아듣지는 못했다. 사족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리를 해보면 실업자 문제, 이혼율, 경제파탄과 막말 등이 섞여있었던 것 같다. 송씨는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탄핵을 지지한) 국회의원들을 욕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우리 지역에서 가장 돈 많고 공부 잘하고 잘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를 대표해 탄핵을 했다. 3·12 탄핵 가결되는 날 우리당 쇼하는 것을 봐라. 정동영은 9시뉴스 앵커하던 쇼쟁이였고 유시민은 신성한 국회의원 선서식에 면바지 입고 나간 정신병자다. 나는 평소에 청바지 입고 나가는데 오늘은 여러분 보려고 이렇게 나왔다.(그는 재킷을 걸친 캐주얼 정장 차림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카메라 들이대니까 "아!"라고 절규했다. 그게 뭐 하는 짓인가. 그 쇼를 보고 젊은이들은 측은해 해서 여론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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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의 막말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송씨는 문제의 발언을 시작했다.
"남상국(전 대우건설 사장)씨를 누가 죽였나?(청중 '노무현!') 노무현? 어, 그래. 한 나라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남상국씨 실명을 거론하며 죄인 취급했다. 바로 이것이 자살로 이어지게 했다. 간접살인이다. 말로 사람을 죽였다.
권양숙 여사가 국모자격이 있나?('없어!' 등 욕설 섞인 반응이 청중에게서 나옴) 만약 내가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되겠나? 앞선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YS 여사 등은 이대출신이었는데 고등학교밖에 못 나온 여자가 국모로서 자격이 있나?(청중들은 역시 앞과 비슷한 반응) 국모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인가? 만약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권양숙 여사가 어떻게 할까? (이 즈음 '국모라고 하지마', '국모는 무슨 XX년이지' 등의 말이 청중 앞쪽에서 튀어나왔다. 곧바로 송씨는) 뭐라고? 그래, 맞아, XX년! 박수"
송씨는 이런 식으로 청중의 반응을 유도했다. 사실 기자는 이 대목에선 '참나!'라고 혀를 차며 '해도 너무 하는구나'라고 허탈함을 느꼈다. 반면 송씨는 "나도 여러분과 같이 생각하지만 그래도 교양인이니까 욕은 안 한다. 내가 여기서까지 욕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송씨는 이후에도 "조·중·동을 존경한다. 신문은 여당 편만 들 필요가 없다" "회사에서 경력자를 왜 뽑는지 안다면 열우당이 자격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무경험 신인을 총선에서 찍어야 하나"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또 마무리 부분에서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우리가 이 자리에 왜 나왔나? 자살사주, 죽음을 방조한 노무현을 탄핵해야 한다. 이는 살인이다. 남상국과 안상영씨 모두 살인이다. 탄핵 반대하는 촛불행사 초는 어디서 났나? 그거 다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