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06

시작된 정의구현 (4)

등록 2004.04.02 13:39수정 2004.04.02 15:03
0
원고료로 응원
같은 순간, 재차 짓쳐 들면서 회심의 일격을 가함으로써 초지악의 목숨을 끊으려던 보타신니는 순간적으로 멈칫거렸다.

바닥에 누운 채 연신 선혈을 토하고 있는 여인 때문이었다.


방금 전, 초지악이 보타신니의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설 때 물컹하는 촉감을 느끼게 한 것은 혈도를 제압 당해 꼼짝도 할 수 없던 사라의 교구(嬌軀)였다.

고수끼리 대결할 때엔 언제, 어느 방향에서, 어떤 공격이 있을지 몰라 모든 내력을 끌어올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법이다.

따라서 겉으로 보기엔 가벼운 발걸음 같지만 상황에 따라 천근추(千斤鎚)와 같은 수법이 시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대의 강력한 수법에 의하여 균형을 잃게 되면 즉각적인 공격을 당하게 되고 그것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살생을 금하는 불법이 몸에 배서 그런지 보타신니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 초지악의 신형은 섬전의 속도로 다가서고 있었다. 동시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살을 찢어발길 듯 예리한 도풍이 보타신니의 전신을 향하여 폭사되어갔다.


“죽엇! 일도양단!”
쐐에에에에에엑!

“아앗! 보타불영(寶陀佛影)!”
고오오오오오!


“어어엇!”
퍼엉―!
“으으으윽! 이런 간악한…!”

느닷없는 장력에 격중된 초지악은 또 다시 선혈을 토하며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치 못했던 상대의 반응에 당황하여 또 다시 당한 것이다.

보타신니에게는 보타검법이라는 상승검법 이외에도 보타불장(普陀佛掌)이라는 희대의 장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불문의 비구니이면서도 무림의 고수로 이름난 것이다. 오른 손으로는 검법을 펼치면서 왼손으로 장법을 펼치니 웬만한 상대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무인은 검법이면 검법, 장법이면 장법만을 구사한다. 따라서 두 가지 이상의 수법을 섞어 사용하는 상대를 만나면 쩔쩔매게 된다. 두 가지 공격이 한꺼번에 이루어지거나 느닷없이 공격 방법을 바꾸면 갑작스런 변화에 미처 적응하지 못하여 헤매게 되기 때문이다. 방금 전의 상황이 바로 그랬다.

자신의 공격을 검으로 막으려 할 줄 알고 변식을 일으켜 상대의 의표를 찌르려던 순간 갑자기 장풍이 쇄도하자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잠시 머뭇거렸고, 그 결과 내상을 입은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타신니 역시 일도양단의 흉폭한 기세에 놀랐다는 것이다. 하여 얼떨결에 장력을 떨쳐냈기에 제 위력의 반도 보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위력은 결코 작은 것은 아니었다. 하여 내장이 진탕되었고 그 결과 내상을 입은 것이다.

“으드득! 이런 더러운 계집! 어디서 암수를… 죽엇!”

두 번이나 당한 것에 분노한 초지악은 나직이 이를 갈고는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길길이 날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무림의 성녀라는 칭호를 얻은 보타신니는 결코 하수가 아니었다.

제 아무리 흉폭한 공격을 가해도 어렵지 않게 피하거나 막아냈으며, 같은 빈도로 날카로운 공격을 가해 초지악으로 하여금 순간 순간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같은 순간, 와룡곡은 여전히 혼전 중에 있었다.

예비대원들의 수효는 불과 일천여 명 정도이다. 반면 청타족의 수효는 대략 이천여 명 정도 되었고, 보타신니와 함께 온 사람들도 거의 삼천여 명 정도 되었다.

인원수로만 따지면 일대 오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중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예비대원들의 무공 수위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 군웅들의 수효가 제아무리 많아도 개개인의 무공만 놓고 따지면 그들이 월등하기에 균형이 깨지면 전세가 급속도로 기울게 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런 가운데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유난히도 눈에 뜨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는 몹시도 뚱뚱하여 굴러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여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치 제비처럼 날씬한 여인이었다.

금릉무천장주의 일점혈육인 백만근 천애화와 일지매 여옥혜가 그 장본인이다. 그런 그녀들의 뒤에서 한 자루 철부를 휘두르며 예비대원들을 핍박하는 장한은 역발산이라는 외호로 불리는 정의문 총관 왕구명이다.

이외에도 복면을 한 십여 명의 여인들이 있었는데 그녀들의 실력은 그야말로 발군(拔群)이라 할 수 있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경찰까지 출동한 대학가... '퇴진 국민투표' 제지에 밤샘농성 경찰까지 출동한 대학가... '퇴진 국민투표' 제지에 밤샘농성
  2. 2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3. 3 윤석열 정부가 싫어한 영화... 시민들 후원금이 향한 곳 윤석열 정부가 싫어한 영화... 시민들 후원금이 향한 곳
  4. 4 명태균, 가이드라인 제시? "계좌 추적하면 금방 해결" 명태균, 가이드라인 제시? "계좌 추적하면 금방 해결"
  5. 5 [단독] "가면 뒈진다" 명태균, "청와대 터 흉지" 글도 써 [단독] "가면 뒈진다" 명태균, "청와대 터 흉지" 글도 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