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세웅 신부오마이뉴스 남소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산파이자 양심적 사제로 평가받고 있는 함세웅 신부가 곤경에 빠졌다.
함세웅 신부가 지난 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추기경의 시국관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가 "추기경 비판" 운운하며 보도하자, 일부 천주교 신자들이 함세웅 신부에 대해 비난을 쏟아 붓고 있다.
특히 제기동성당 홈페이지, 가톨릭 서울대교구 홈페이지에서는 함 신부에 대한 원색적인 공격이 쇄도하고 있다. 또한, 함세웅 신부는 신자들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저와 뜻을 달리하는 형제자매들께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제기동성당 홈페이지에 올림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도대체 함 신부는 <오마이뉴스>에서 무슨 말을 했길래 이런 비난을 받는 것인가?
"김 추기경은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읽지 못하셨습니다. 김 추기경께 정보를 건네주는 분들의 한계입니다. 그 분의 '참으라'는 말씀은 불의한 독재시대에 권력자들이 늘 했던 표현입니다. 그분의 사고는 다소 시대착오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함 신부가 추기경과 관련해서 내뱉은 말은 이게 전부다. 물론 이 말을 김 추기경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함 신부가 "김 추기경에게 정보를 건네주는 사람들"을 언급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함 신부가 누군가? <평화방송> <평화신문> 사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교구 홍보국장을 지내기도 한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주요 성직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김 추기경을 지근에서 보좌했던, 추기경의 측근이었던 인물이다.
그런 함 신부가 추기경에게 정보를 건네주는 사람들을 언급하며, 추기경의 행동을 안타까워했다면, 함 신부가 비판의 초점을 "추기경"으로 맞춘 것이 아니라, "추기경에게 정보를 건네주는 사람"을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선배의 입장에서 현재의 추기경 보좌진들을 비판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는 말이다.
또한 함 신부가 언급한 "김 추기경께 정보를 건네주는 사람들". 여기에는 추기경 측근들뿐만 아니라, '조중동'도 포함이 될 수 있다. 인터뷰를 통해 밝힌 함 신부의 조중동관을 들여다보자.
"저는 조중동을 아예 안 봅니다. 그 신문을 보면 오히려 제 머리와 눈이 흐려지고 때가 묻을 것 같습니다. 그 신문은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저는 조중동도 ’193명 부류’에 들어가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몇몇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으나, 모든 사람을 끝까지 속이지는 못한다’라는 링컨의 말이 떠오릅니다.
70년대에도 큰 사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도 그들은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촛불집회가 있고, 한겨레가 있고, 인터넷이 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너무도 변한 아름답고 좋은 세상입니다. 저는 인터넷이 조중동을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적이 아닙니까?
조중동은 정도를 벗어났습니다. 유럽의 큰 성당들 안에는 신자들이 없는데 이것은 교회가 제 역할을 못했기에 생긴 공동화 현상으로, 이와 같이 조중동도 스스로 정화되지 않으면 인터넷 정론에 밀리게 돼 있습니다."
그렇다. 함 신부가 언급한 "김 추기경께 정보를 건네주는 사람들"에는, 추기경 측근뿐만 아니라, 조중동도 반드시 포함되는 것일 게다. 조중동이라는 거대 언론이 신자 없는 교회처럼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것은 더욱 확실해진다.
이 인터뷰 기사를 보고, 조중동이 발끈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역시 <조선일보>는 4월 2일자 조간신문을 통해, 함 신부가 조중동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은 쏙 빼고, 추기경과 측근에 대한 비판 부분만을 발췌해서, 가톨릭 신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