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선거운동이 3일째를 맞이했다. 지금까지의 여론 흐름으로는 열린우리당의 국회 과반수 획득이 유력시된다. 그러나 투표일까지 '정동영 발언' '추미애 3보1배' 등의 돌출 변수가 나타나고, TK지역의 '박근혜 바람'이 확산될 경우 총선 판도 자체가 뒤바뀌는 지각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마이뉴스>는 어제에 이어 오늘(4일)은 1일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영남지역 판세를 분석해본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4월 2일) 이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의 경우 여론조사 기간을 명시하고 보도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규정하고 있어 본 기사는 선거법 규정을 준수한 것임을 밝혀둔다.... 편집자 주
전국 243개 지역구중에서 영남권은 30%에 약간 못 미치는 68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다. 16대 총선에서는 65개 선거구중 울산 동구(정몽준)를 제외한 64개 의석을 한나라당이 휩쓸었다. 16대 대선당시 '이회창 대세론'이 득세한 이면에는 한나라당 후보에게 몰표를 주겠다는 영남권의 기대심리가 작용했다.
박근혜 대표체제 출범이후 한나라당 바람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없지 않지만, 17대 총선의 양상이 16대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삼았던 민주당이 쇠락하고, 한나라당 역시 지지기반이 일부 붕괴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경향은 지난달 말까지 진행된 지역구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68개 지역중 혼전지역이 40개에 이르는 등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경합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정당별 우세지역 분포를 보면, 열린우리당이 우세지역 14곳중 부산경남(PK)지역 13곳에서 우세를 보인 반면, 한나라당은 대구경북(TK)지역 11곳에서만 우위를 보였다. 이는 2002년 대선까지 한나라당을 혼연일체로 지지했던 영남의 표심이 TK와 PK로 갈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식 선거운동 직전에 터져 나온 '정동영 실언'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한나라당은 "정 의장의 발언파문으로 영남지역까지 불어닥친 탄핵역풍이 잦아들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우리당은 "어차피 한나라당으로 갈 부동층에게 지지명분을 줄 뿐,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의미를 깎아 내리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연휴 3일 후 드러난 지역별 판세가 총선 당일까지 그대로 갈 것으로 본다"고 평가해 영남권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민주노동당과 국민통합21은 경남·울산에서 각각 2곳, 1곳에서 우세를 보였다. 반면, 민주당은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에도 불구하고, 영남 유권자들이 호불호의 반응조차 보이지 않아 애가 타는 심정이다.
<오마이뉴스>가 분석한 3월31일 현재 영남권의 지역별 판세는 다음과 같다.
[부산] (18개 선거구)
①혼전(11) - 중·동구, 부산진갑, 동래, 남을, 북·강서을, 해운대·기장을, 사하갑, 금정, 연제, 수영, 사상
②우리당 우세(7) - 서구, 영도, 부산진을, 남갑, 북·강서갑, 해운대·기장갑, 사하을
우리당 우세지역이 의외로 많고,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혼전지역이 많은 상황. 시간이 흐르면서 한나라당 현역의원들의 지역구(중·동구, 부산진갑, 해운대·기장을, 사하갑)에서 한나라당 우세경향이 감지되고 있지만, 양당 신인들이 맞붙은 지역(동래, 금정, 연제, 수영)은 접전 양상이다.
무소속 박찬종, 박종웅 후보가 각각 출마한 서구와 사하을처럼 한나라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의 표가 분산될 수도 있어 우리당 후보가 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잇단 설화(舌禍)로 작년 10월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물러났던 우리당 최낙정 후보(서구)가 재기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3월31일 실시된 여론조사까지 우리당 이철 후보가 한나라당 정형근 후보에게 15∼20%P 지지율 격차로 우위를 지킨 북·강서갑의 표심이 투표일까지 그대로 이어질 지도 관심거리다.
[울산] (6개 선거구)
①혼전(3) - 중구, 남갑, 울주
②우리당 우세(1) - 남을
③민노당 우세(1) - 북구
④국민통합21 우세(1) - 동구
6개 지역 중 절반이 혼전 양상이다. 분구지역 1곳(남을)을 제외한 5곳이 현역의원 지역구로, 이들 모두 '3.12 탄핵투표'에 참가했다는 것이 지역구 수성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과반수에 가까운 지지를 받는 정몽준 후보(동구) 정도가 낙승을 예상할 뿐이다. 북구의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가 민주노동당 조승수 후보에게 밀리는 등 한나라당 후보들이 모든 지역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역의원이 없는 남을에서는 울산참여연대 대표를 지낸 우리당 도광록 후보가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맡은 김기현 후보에게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바람'의 확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전당대회 직후 일주일이 넘도록 잠잠했던 한나라당 바람이 막판에 재연될 지는 미지수다.
[경남] (17개 선거구)
①혼전(11) - 마산갑, 마산을, 진주갑, 진주을, 진해, 사천, 밀양·창녕, 거제, 의령·함안·합천, 남해·하동, 함양·거창·산청
②우리당 우세(5) - 창원갑, 통영·고성, 김해갑, 김해을, 양산
③민노당 우세(1) - 창원을
17개 지역중 11곳이 혼전 양상이다. 한나라당 텃밭이었던 진주, 마산, 진해, 의령·함안·합천, 함양·거창·산청이 사정권 안에 들어있다. 보건부 차관 출신 우리당 김용문 후보가 극우보수성향의 김용갑 후보(한나라당)를 맹추격하는 반면, 진주을은 하순봉 의원의 불출마로 한나라당 김재경 후보가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해놓은 상황이다.
우리당 장상훈, 김두관 후보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김기춘, 박희태 후보의 지역구(거제와 남해·하동)는 경남의 최대 접전지역으로 떠올랐다.
국회의원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 송인배 후보가 출마한 양산과 '대통령의 고향' 김해에서는 우리당이 일단 우위를 점했다. 우리당이 지명도 높은 인사들을 투입한 창원갑, 통영·고성에서도 우리당 공민배, 정해주 후보가 한나라당 권경석, 김명주 후보를 각각 압도하고 있다.
창원을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우리당 후보 출마'라는 표 분산 악재를 만났지만, 지난달 28일까지 40%를 넘는 지지율을 유지해 한나라당 이주영 후보를 크게 앞섰다.
[대구] (12개 선거구)
①혼전(7) - 중·남구, 동갑, 동을, 서구, 북을, 달서갑, 달서병
②한나라당 우세(5) - 북갑, 수성갑, 수성을, 달서을, 달성
12개 지역구중 한나라당이 5곳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혼전지역도 7곳에 이른다. 박근혜대표가 촉발시킨 '박정희 향수'가 확산될 지가 앞으로의 변수로 남아있다.
북갑, 동을, 수성갑, 수성을, 달서을 등 한나라당 후보들이 선거초반 기선을 제압한 지역에서는 낙승을 예상하고 있다. 대구 달성에 출마한 박근혜 후보는 29일 SBS 여론조사에서 이미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 지역구 선거운동이 따로 필요 없는 상황이 됐다.
예상외로 거센 탄핵역풍을 맞아 선거초반부터 우리당 후보들과 접전을 벌인 한나라당 현역의원들(서구의 강재섭, 북을의 안택수, 달서갑의 박종근)도 "대구는 결국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낙관하는 모습이다.
우리당은 "TK를 대표하는 박근혜 대표의 당선으로 어려워진 지역 판세가 '정동영 발언'이라는 악재까지 만났다"며 곤혹스러워하는 모습. 그러나 지역감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젊은 유권자들을 집중 접촉하며 '한나라당 불패 신화'를 깨겠다는 각오다. 우리당은 특히 2002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약 40%의 득표를 올린 이재용 후보(중·남구)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경북] (15개 선거구)
①혼전(8) - 포항남·울릉, 구미갑, 구미을, 영천, 문경·예천, 고령·성주·칠곡, 군위·의성·청송, 영양·영덕·봉화·울진
②한나라당 우세(6) - 포항북, 경주, 김천, 안동, 상주, 경산·청도
③우리당 우세(1) - 영주
15개 지역중 구미갑·을 등 8곳이 혼전양상이지만, 한나라당 우세경향(6곳)도 뚜렷한 지역이다. 특히 포항북(이병석), 김천(임인배), 상주(이상배)에서는 한나라당 현역의원들의 낙승이 예견된다.
최대 접전지역은 우리당 박기환 후보(전 포항시장)와 한나라당 이상득 후보(전 사무총장)가 맞붙은 포항남·울릉. 3월25일부터 31일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1.9∼3.9%포인트 차이로 1∼2위간의 순위가 수시로 바뀌고 있어 최후까지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곳이다.
탄핵역풍에 힘입어 우리당 후보가 선전했던 경산·청도, 영천, 고령·성주·칠곡은 한나라당 지지층이 결집하며 우리당 지지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우리당이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을 투입한 경북 영주는 TK지역 유일의 우리당 우세지역으로 꼽혀왔지만, '정동영 실언 파문'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이 재결집해 혼전 양상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이 후보는 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문의 신속한 진화에 주력하고 있다.
문경·예천은 한나라당 신영국 후보와 무소속 신국환 후보(전 산업자원부 장관)가 접전을 펼치고 있다. 신 전 장관이 선전할 경우 이 지역은 전남 나주·화순(최인기 전 행정자치부 장관 무소속 출마)과 더불어 전국 유이(有二)의 무소속 당선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영양·영덕·봉화·울진은 한나라당 김광원 후보와 우리당 박영무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중권 후보의 득표력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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