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와 '만수', 엎치락뒤치락 게임

[4·15 총선 격전지 ③ 부천 소사] 대통령 저격수 vs 홍보맨

등록 2004.04.07 00:44수정 2004.04.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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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저격수' 김문수 의원(한나라당)과 노 대통령 '홍보맨(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 출신)' 김만수 후보(열린우리당)가 맞붙는 부천 소사구는 경기도 49개 선거구 가운데 최대의 격전지로 꼽힌다.

부천소사는 김문수(53·한나라당), 김만수(40·열린우리당), 조영상(44·민주당) 등 세 후보가 선거전을 치르고 있지만 실제 선거구도는 (김)문수 vs (김)만수의 접전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두 김 후보의 지지율은 탄핵정국 이전과 이후 급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선거 초반인 현재까지도 어느 후보가 우위에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탄핵정국 이전, 김만수 후보를 인지도와 지지도 등에서 크게 앞섰던 김문수 후보는 탄핵정국 이후 지지도가 급격히 저하돼 급기야 당 지지도는 물론 후보 지지도에서 조차 김만수 후보에 밀리는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말 실수'와 경북에서 시작된 '박근혜 효과' 덕분에 탄핵 후폭풍을 말끔히 씻어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참에 기세를 몰아 지지율 재역전을 시도하겠다는 각오로 지역을 샅샅이 훑고 있다.

실제 3월 31일 KBS여론조사 결과 우리당 김만수 후보가 36.1%,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31.2%로 나타냈지만, 31일 MBC 조사결과에서는 김문수 39.4%, 김만수 34.2%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같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조영상 후보는 3%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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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후보자들, 냉담한 유권자

a 부천역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김문수 후보

부천역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김문수 후보 ⓒ 최준영

선거운동이 시작된 4월 2일 부천소사의 총선 후보 3인은 이른 아침부터 지역구 내 전철역에 출동했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는 첫날 유세를 부천의 상징이자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부천역에서 시작했다.

김문수 후보는 출근길의 시민들을 향해 "황사돌풍이 너무 심하니 유권자 여러분이 돌풍을 막아주시라"고 뼈 있는 주문을 하면서, "8년 동안 의정활동을 열심히 했고 낙천리스트나 비리정치인 명단에도 들지 않았으니 한번 더 기회를 주시면 이번에는 지역발전을 위해 매진 하겠다"고 호소했다.


비슷한 시각 열린우리당 김만수 후보는 역곡역에 나가 개인유세를 통해 본격적인 얼굴 알리기를 시작했다.

김만수 후보는 "이번 선거는 구시대 정치와 결별하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면서, "소사구민 여러분이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과 정치개혁의 시대적 대의를 이루기 위해 젊고 유능한 새 인물을 선택하셔야 '만수형통'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민주당 조영상 후보는 두 후보에 비해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을 만회하려는 듯 첫날부터 부천역과 역곡역을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 후보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우리당 김만수 후보 모두 정치가 직업인 직업정치인이지만 나는 인권변호사인데다 지역개발 전문가이므로 다르다"며 "생활정치를 꿈꾸고 있는 나를 찍어달라"며 유권자들을 설득했다.

분주한 후보자들과는 달리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인사하며 명함을 건네는 후보를 외면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심지어 받은 명함을 그 자리에서 내던지는 유권자도 있었다.

유세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언론에서 '선거다 뭐다' 떠들지만 솔직히 관심 없다"면서,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든데 국회의원 뽑는 일이 뭐가 중요하냐"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냈다.

또 다른 시민은 "언론에서 '부천소사'를 자주 거론해서 선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차분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하는 등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식목일 연휴 기간, 선거초반 첫 대회전

a 거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는 김만수 후보

거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는 김만수 후보 ⓒ 최준영

5일 오후 우리당 김만수 후보는 북적거리는 전철역이나 상가 밀집지역 대신 오히려 인적이 드문 소사동 소재 한 아파트단지와 재래시장을 돌고 있었다.

상가건물에 들어가 명함을 건네는 김만수 후보는 큰 소리로 지지를 호소하거나 명함을 건네기보다는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혹여 장사에 방해가 될까 싶어서인지 손님이 있을 때는 차분히 서서 기다린 후에 조심스레 다가서서 명함을 내밀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무턱대고 덥석 손을 잡거나 고개를 넙죽 숙이는 과장된 몸짓 대신, 친근함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5일 오후 만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에게서는 노련함이 엿보였다. 유동인구가 많고 상가가 밀집해 있는 부천역 앞에서 지나는 행인들을 맞는 김 후보의 표정은 한결 자신감에 차 있었다.

김 후보가 지나가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뒤에서 응원과 인사를 함께 하던 한 여성 선거운동원은 그 자신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꼭 될 것이니 염려 말라"고 격려한다며, 특히 "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발언 이후 노인층이 결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부천역에 민주당 조영상 후보가 나타났다. 조 후보는 "언론에서 두 김 후보 간 양자 구도로 몰아가고 있지만 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지역개발의 자문역할을 해왔던 만큼 당을 떠난 개인의 인지도와 지지도는 점차 회복되고 있다"며 특히 "민주당 역시 추 의원의 3보1배 이후 좋아지고 있어서 해볼 만한 구도"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선거 초반 부천소사의 세 후보 모두 각자의 색깔과 특성에 맞는 선거운동을 전개하며 정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누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을까. 부천 소사의 선거전이 치열하기만 하다.

"이번 선거는 새정치 대 구태정치의 대결"
[인터뷰]열린우리당 김만수 후보

▲ 김만수 홈페이지

- 인지도 차이를 만회할 방법이 있나.
"인지도 차이를 인정하지만 향후 열심히 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특히 상대 후보가 8년간이나 국회의원을 했지만 지역을 위해서는 특별히 한 일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일꾼론을 내세워 관심을 환기시킬 생각이다."

- 지역일꾼론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국회의원은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 국민을 위한 정치도 해야하고 지역을 위한 일꾼이 되기도 해야 한다. 내 명함에는 이력 대신 지역발전 공약이 적혀 있다. 나를 알리기 보다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 "

- 그러면서도 선거의 구도는 인물대결보다 '정치'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대결은 개인 대 개인의 대결이 아니다. '참여정부 대 김문수', , '새정치 대 구태정치'의 대결이다. 개인의 승리를 위해서도 뛰어야 하지만 탄핵의 부당성, 거야의 횡포, 구태정치의 폐해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고 중요한 승부의 포인트다."

-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 계획인지.
"겸손하게, 그러나 젊은이다운 패기를 보여줄 것이다. 이번 선거가 역사적으로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선거인가. 3공 독재시대로 돌아가느냐 발전적 민주화의 도정에 서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당은 2, 30대 젊은이들의 지지와 독재와 권위주의시대 폭압정치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장년층 이상의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다. 눈물이나 감성을 앞세우지 않고 땀과 이성으로 승부할 것이다." / 최준영
"개혁한다고 국가가 발전하는 건 아니다"
[인터뷰]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탄핵이후 당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는데.
" 탄핵이후 무려 50%가 넘는 지지율 변화가 있었다. 역사상 없던 일이라 그저 놀랍기 만하
다. 그러나 상대(김만수) 후보는 이 지역에서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

-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탄핵철회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미 당에서 심판 받은 일이다. 대표 선거에서 진 것이 그 결과다. 진 사람이 다시 그 일을 거론하는 것은 대표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지역에서 국민의견을 겸허하게 들을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

- 저격수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밖에서는 '저격수'일지 몰라도, 당 안에서는 '사쿠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야당(한나라당)하면서 여권과 내통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노 대통령 주변인물 관련 소송과 관련해서 '반대소송'하지 않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난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지 법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 유권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젊은이들과 대화하고 싶지만 그럴 기회가 없어서 안타깝다. 개혁한다고 국가가 발전하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청년실업 등으로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없는 현실이다. 10년째 묵인 1만달러 시대에서 2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관해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다. " /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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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 남. 서울태생. 외대중국어과 중퇴. 前 한겨레신문 씨네21 영상사업기획자 2000년 신춘문예(문화일보) 시나리오부문 당선. 2002년 (재)경기문화재단 월간지 편집주간 '02-'03년. 중부일보 '중부시론' 고정칼럼리스트. 2003-04년. 경기신문 논설위원 및 정치부 차장 현재,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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