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론'과 '인물론' 대결 속 3파전

[4·15 총선 격전지④ 전남 나주·화순] 이례적인 무소속 약진

등록 2004.04.06 13:18수정 2004.04.13 16:29
0
원고료로 응원
a 전남 나주,화순 선거구 국회의원 후보 왼쪽부터 열린우리당 문두식 후보, 무소속 최인기 후보, 새천년민주당 배기운 후보

전남 나주,화순 선거구 국회의원 후보 왼쪽부터 열린우리당 문두식 후보, 무소속 최인기 후보, 새천년민주당 배기운 후보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전남 나주·화순은 초선 의원에 맞서 행정 전문가와 국방안보전문가를 자청하고 있는 정치신인들의 대결이 관심이다. 특히 '탄핵심판론'으로 인해 고전하는 민주당 후보와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열린우리당 후보 사이에서 무소속 후보가 약진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는 곳이다.

애초 인물론과 지역발전에 대한 정책과 비전 등이 총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었지만, 탄핵안 가결 이후 이곳 역시 탄핵심판론과 인물론이 표심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31일 실시한 KBS-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문두식 후보 33.2%, 무소속 최인기 후보 27.2%, 민주당 배기운 후보 10.5%, 한나라당 원종렬 후보 1.5% 순으로 조사됐다. (무응답 27.6%, 표본 500, 신뢰도 95%, 오차범위 ±4.4%)

이 같은 조사결과는 호남지역 다른 선거구와는 다소 상이한 결과다. 대부분의 선거구에서는 열린우리당-민주당의 대결로 가고 있지만, 이 곳은 무소속이 약진하고 있고 열린우리당 후보가 우리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인기 후보는 탄핵 심판론과 함께 반개혁공천 심판론을 내세워 양당을 모두 비판하는 동시에 '행정의 달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인물론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것이다. 최 후보는 지난 2일 화순 연설회에서 "국민들은 당리당략만 일삼는 정치권을 나무라고 있다"면서 "공천개혁과 지역주의 타파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당과 민주당 모두 일방적 하향식 공천을 했다"고 주장했다.

탄핵심판론과 인물론... 표심 어디로 흐를까

전 행자부장관, 전 전남지사 등 행정관료 출신인 최 후보는 "우리 지역은 정치적으로 힘이 없어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중앙에 말만 하면 수십억을 지역발전을 위해서 유치할 수 있는 능력 있는 후보는 5명의 후보 중 최인기"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최 후보측은 "나라를 위해서는 정당(민노당, 우리당, 민주당 등)을 선택하고 화순과 나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능력 있는 최인기를 선택해 달라"며 '1인2표제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배기운 민주당 후보는 "인물, 인물하는데 행정관료만 인물이냐, 국회의원 한 것도 능력있는 인물이다"면서 "나는 가장 젊고 개혁적인 후보다, 지난 4년간 시민단체가 선정하는 우수의원으로 평가받았고 지역발전을 위한 과제들이 많은데 초선보다는 재선이 낫다"고 '재선역할론'을 펴고 있다.

배 후보에게 가장 급한 것은 역시 탄핵심판론을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배 후보는 이미 조순형 대표 사퇴와 추미애 선대위장 체제 출범을 요구하는데 함께 했고, 추 선대위장의 광주 3보1배에 동참해 민심에 호소했다.


배 후보는 "탄핵의 바람이 많이 지나갔다, 우리당 거품이 빠지고 있고 민주당에 대한 바닥정서가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특히 추 선대위장의 3보1배를 보면서 새롭게 태어나려는 모습에 민심이 꿈틀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점점 열린우리당과 무소속의 거품이 빠지면서 결국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대결 양상으로 구도가 바뀔 것이고 실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 후보는 의정활동에 대한 시민단체의 평가와 정치권을 강타한 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두식 열린우리당 후보는 두 후보에 비해 정치신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식상해 있는 지난 시대의 지도자보다 청렴한 도덕성과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문두식 후보는 기무사령관 출신으로 국방안보전문가이면서 농수산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임하고 있다.

a  전남 화순 군민들이 한 후보의 거리유세를 경청하고 있다

전남 화순 군민들이 한 후보의 거리유세를 경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문 후보는 공천과정에서 경선을 치르지 않아 다른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다. 문 후보측은 탄핵심판론을 총선 쟁점으로 유지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문 후보의 선거사무실 임모씨는 "문두식 후보는 출발선이 늦어 다른 지역구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인기 후보나 배기운 후보에 비해 낮은 인지도에서도 앞서고 있는 것은 선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발로 열심히 뛰어다녀서 인지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방전문가로서 그리고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측은 투표성향이 인물보다는 정당에 대한 지지투표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후보에 대한 인지도 상승에 기대하고 있다.

한편 나주화순은 이번 17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선거구가 통폐합돼 소지역주의에 의한 투표행태가 어떻게 나타날지가 세 후보 모두에게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나주출신으로는 배기운·최인기 후보가, 화순출신으로는 문두식 후보가 있다.

또 통폐합 결정이 최근에야 결정됨에 따라 이들 후보들은 자신의 출신 지역이 아닌 곳에서 인지도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최인기 후보와 배기운 후보는 주로 나주에서 활동해 온 터라 상대적으로 화순지역에서 인지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배기운 후보측 한 관계자는 "나주지역에서는 유세보다는 일대일 만남을 중심으로 하고 화순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차량유세에 더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구 처음으로 통폐합...'나주표' 갈림 관심

문두식 후보측으로서는 나주의 갈림 현상에 기대하고 있다. 문 후보측 임모씨는 "나주 표가 갈리면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며 "나주가 관건인데 아직까지는 한편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는 "화순사람, 나주사람 편가르면 안된다"며 "화순과 나주를 통합 발전시키겠다"고 주장했다.

탄핵정국으로 나주화순 선거에서도 별다른 지역 총선 쟁점은 없다. 이런 가운데 각 후보들은 나주와 화순의 지역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후보들의 지역공약은 크게 다른 내용은 없다는 평가다.

후보들은 영산강 유역에 대한 개발을 통한 나주의 역사문화관광 사업, 화순의 문화관광벨트 조성 등의 공약을 내걸고 있다. 또 정부지방청사의 나주유치에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 한편 나주화순에는 이들과 함께 한나라당 원종렬 후보와 자민련 구봉우 후보가 총선에 나섰지만 지지세가 크게 못미친다.

나주화순 선거구 여론조사 추이

3/27 :KBS-MR (우)문두식 32.4 (무)최인기 25.5 (민)배기운 12.7 (한)원종렬 1.5(무응답 27.9)
3/27 :<무등>-광주MBC 문두식 31.0, 최인기 22.2, 배기운11.8, 원종렬 0.2(무응답 34.8)
3/29 : MBC-KR 최인기 27.7, 문두식 26.7
3/28-30 :<광주일보> 문두식 25.5, 최인기 24.5, 배기운 8.8, 원종렬 1.0(무응답 40.3)
3/31 :KBS-MR 문두식 33.2 최인기 27.2 배기운 10.5 원종렬 1.5(무응답 27.6)

* KBS : 미디어리서치(MR) 의뢰, 5백명. 신뢰도 95%, 표본오차 ±4.4%포인트.
* MBC : 코리아리서치(KR) 의뢰, 5백명. 신뢰도 95%, 표본오차 ±4.4%포인트.
* <무등일보> :정보리서치 의뢰, 5백명. 신뢰도 95%, 표본오차 ±4.4%포인트.
* <광주일보> : 한백리서치 의뢰, 4백명. 신뢰도 95%, 표본오차 ±4.9%포인트.(전화조사)

세 후보자의 약점?

문두식 열린우리당 후보는 우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 그는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한지 3달여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의 총선 발걸음은 인지도 높이기에 두고 있다.

또 기무사령부 기무사령관 출신으로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군출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다소 부담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그런 시각이 아쉽다"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살았으면 이에 대해서 인정해 줘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문 후보측 한 관계자는 "국방전문가에 대해서 국민들이 크게 인정해 주지않는 점이 있다"면서 "한 분야에서 전문가이면 다른 분야에서도 그 만큼의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최인기 후보는 지난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나주에 출마했던 사실과 이후 민주당에 입당해 17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지만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한 '오락가락 정치행보'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 후보와 배기운 후보는 최 후보에 대해 "장관을 역임한 점이 인물로 평가 받지만 정치적 소신이 없다"면서 "양지만 쫓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는 "민주당 영입인사였지만 밀실공천이 이뤄져 탈당할 수 밖에 없었고 행정전문가로서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나섰다"고 반격했다.

배기운 후보는 탄핵심판론이 가장 곤혹스럽다. 배 후보는 "추 선대위자의 3보1배를 보면서 바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 전통 민주당 지지세력의 재결집이 어느정도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배 후보는 공천과정에 대한 논란이 부담이다. 특히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최 후보는 이를 겨냥하고 있다. 최 후보는 경선과 관련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반개혁적 공천"이라고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 후보측은 민주당의 당헌 당규에 따라 경선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3. 3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4. 4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5. 5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