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스무살이 갓 넘었을 때, 나는 감옥 같은 고등학교에서 탈출했다는 해방감으로 벅차 올랐다. "~하지 마라"로 끝나는 수많은 금기 사항으로부터 드디어 자유가 주어진 것이었다.
나는 졸업과 함께 주어진 자유 앞에서 너무나 신나고 기뻤다. 하지만 지나친 간섭과 제재 속에서 주체적인 판단 능력을 미처 기르지 못했던 나는 자유를 어떻게 누려야 할지 조금은 난감하기도 했다.
술도 그 자유의 일부였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술을 마실 때, 나만의 주도(酒道)를 지킨다.
나에게 처음으로 술을 따라 준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어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었다. 그 선배의 하체는 무척이나 부실했다. 하지만 하체가 부실한 만큼 근사한 상체를 가지고 있었고,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남자였다.
얼마나 그 선배가 멋있어 보였던지, 선배 옆에서 걸을 때면 나도 선배처럼 다리를 절면서 걷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 그만큼 선배는 멋진 남자였고, 콤플렉스를 극복한 사람이었다.
학력고사를 막 치르고 난 후, 우리는 늦은 시간에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선배는 내게 술을 사주면서 말했다. "술을 마실 땐 딱 하나만 지키면 돼. 마음이 약해질 땐 술을 마시지 않는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