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형규 의원 소속 산악회 회원들, 선관위 직원 폭행

경찰, 한나라당 대의원 등 2명 구속

등록 2004.04.09 12:07수정 2004.04.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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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국회의원이 소속돼 있는 산악회 회원들이 조사를 나온 선관위 관계자를 폭행하고 증거가 담긴 사진기를 빼앗아 필름을 없애버린 사건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9일 한나라당 대의원 김아무개(57)씨와 청년당원 염아무개(35)씨를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 오후 2시30분께 한나라당 송파구갑 맹형규(57, 현역 의원) 후보가 고문을 맡고 있는 '새송파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양평군 산음리 휴양림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시산제를 지내다 이를 사진 채증작업하던 송파구 선관위 단속반원의 카메라를 빼앗고 페트병으로 머리를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사건은 산악회 회원 430여명이 '시산제'를 위해 휴양림을 찾은 가운데 이날 행사를 조사하던 선관위 직원 김정규(가명)씨가 증거 자료 확보 차원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벌어졌다.

산행을 하지 않은 회원 100여명이 사진을 찍는 김씨에게 "사기꾼이지. 열린우리당에서 왔지"라며 욕설을 퍼붓고 폭행을 했다. 김씨는 자신이 선관위 직원이라고 명함을 내밀었음에도 회원들은 계속해서 김씨를 위협했고 급기야 사진기를 뺏은 뒤 증거가 담겨있던 필름 대신 새필름으로 갈아 끼운 뒤 다시 돌려줬다. 김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당시 맹 의원은 시산제에 참석했지만 현장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 직원 "신변 위협 느꼈다... 사진기 내 줄 수밖에"


이에 대해 사건 당사자인 김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휴게소에는 술과 안주들이 펼쳐져 있었고 회원들은 술과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사진 찍을 필요가 있겠다고 느끼고 5m 정도 근접해 사진을 6장에서 7장 찍었다"며 "혹시 음식제공이 됐는지 사후에라도 조사해야했기 때문"이라고 채증작업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공공장소였기 때문에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폭언과 폭행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낀 김씨는 "결국 카메라를 빼앗겼다. 하지만 누군가 사진기를 돌려주면서 '이제 사진을 찍으려면 찍어도 된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미 음식물과 술들은 다 치워진 상태였기 때문에 버스 몇 장만 찍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이성적인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숨길 것이 없었다면 필름을 빼앗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관계자 "맹의원 산행 동참 하지만 관계없어"

이에 대해 맹 의원 측에서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산행을 같이 한 장아무개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휴게소에서 실랑이가 벌어져 뛰어가 말리기만 했다"며 "그 자리에 내가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맹 의원측과 관계가 없다는 것.

그는 "실랑이가 벌어지기 전 상황을 본 것은 전혀 없다. 선관위 직원이 신분증이 없었나보다"며 "명함을 보여줬다는데 사람들이 (선관위 직원인지) 믿지 못하고 추궁했던 것 같다"라고 그날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장 사무국장은 '그날 현장에서 술과 음식은 어떻게 준비된 것인가'라는 물음에 "사람들이 음식물을 먹는 것은 못 봤지만 개인들이 가져온 것일 것"이라고 답했다.

또 '맹 의원이 산악회 고문으로 있는 것'에 대해 "그날 맹 의원님도 산행에 참가했지만 사건이 벌어질 당시 휴게소 아닌 휴양림 안에 있었다"며 "예전에 작은 산악회에 고문으로 있었는데 여러 개의 산악회가 '새송파 산악회'로 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계속 고문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맹 의원은 매번은 아니지만 "한두번 산악회 산행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 사건과 관련, 맹 의원의 보좌관은 "사건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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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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