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산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개집에 깔아 준 수건을 갈갈이 찢어 놓았다.전희식
새날이와 새들이가 전날 각자 자기 학교로 돌아가면서 새끼 낳는 걸 못보고 간다고 그렇게 애통해 했는데 그네들이 가자마자 이렇게 새끼를 낳으니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애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싶었던 것이다. 나는 세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새끼 낳는 광경을 찍었다. 어릴 때 송아지 낳는 건 봤는데 강아지 낳는 것은 처음 보았다. 개는 주로 마루 밑에 어둑어둑한 곳에서 새끼를 낳았었고 어머니가 애들은 얼씬도 못하게 했기 때문에 그렇다.
'금이'는 10분에서 30분 간격으로 새끼를 낳았는데 네 마리 째 낳고나서는 몹시 지치는지 축 늘어져서 숨을 헐떡거렸다. 눈을 스르르 감고 맥을 놓고 있을 때도 새끼들이 깨갱거리면서 젖꼭지를 파고들면 눈을 번쩍 뜨고는 본능적으로 새끼들을 핥아 주었다.
그러다가 다시 '금이'는 신음소리와 함께 산통을 시작하고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새끼를 낳았다.
지난 겨울방학 때 집에 있던 새날이와 새들이가 '금이' 짝짓기 하는 걸 봤다고 하기에 그렇잖아도 '금이'를 시집보낼 때가 되었는데 생리를 하나 어쩌나 살피던 중이여서 어느새 짝짓기를 다 했나 싶어 여간 반갑지가 않았었다.
그런데 새날이 이야기가 걸작이었다. 수캐가 누구네 개냐고 했더니 동네 돌아다니는 못 생긴 수캐 한 마리가 있지 않느냐면서 그 못생긴 놈하고 짝짓기를 하기에 쫒아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럼 짝짓기가 제대로 안 된 거냐고 하니까 새들이는 됐다고 하고 새날이는 안 됐을 거라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