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 엄살이라면 왜 입당했겠나?
거여견제론은 연이은 독재경험 때문"

[인터뷰] 조기숙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 자문위원장

등록 2004.04.12 08:17수정 2004.04.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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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1일 밤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오전에 입당한 조기숙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자문위원장 인터뷰가 진행됐다.

11일 밤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오전에 입당한 조기숙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자문위원장 인터뷰가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엄살이라면 나처럼 입당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주장하던 사람이 뜬금없이 입당했겠나."

11일 오전 열린우리당에 전격 입당한 조기숙 총선기획단 자문위원장(이화여대 교수)은 "거여견제론이 먹히고 있다"고 불안감을 표시하면서 한나라당의 '엄살론'에 이같이 반박했다. 현실 정치인이 되지 않겠다던 확고한 다짐이 의회교체 '위기론' 앞에서 한꺼번에 무너졌다는 사실로 위기론의 진정성을 확인받고자 한 셈이다.

그는 11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유권자의 입장일 때만 하더라도 거여견제론이 먹혀들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왜냐하면 "어느 나라나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과반을 차지해야 안정과 경제성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 위원장은 거여견제론의 뿌리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지는 독재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한국이 민주화된 이후 "한 번도 해 보기도 전에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PK 지역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서울·경기도 박빙의 접전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한명숙 장관의 지역구인 일산갑의 경우 "본인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진다고 호소할 정도"라고 했고 2위와 2배 이상 차이로 앞서 달렸던 이해찬 의원의 지역구도 "당선을 걱정할 정도"라고 조 위원장은 털어놨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희망은 있다"면서 "그간 빠져나갔던 우리당 지지층이 한나라당으로 간 것이 아니라 부동층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비전을 보여주고 의회권력의 교체를 강조하면서 제도개혁을 하겠다고 하면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은 조기숙 위원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a 조기숙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자문위원장.

조기숙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자문위원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총선기획단 자문위원장을 맡게 됐는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주로 선거 전략이 될 것이다. 그간 노풍(老風)에 정신을 잃어버렸다. 처음부터 이 건이 터졌으면 모르는데, 방심한 탓에 위기관리가 되지 않았다. 선거전략을 마무리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자문하게 된다."

- 현재의 판세를 어떻게 읽고 있나.
"추세가 중요하다. 현재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탄핵 이후 거품으로 올라갔다가 급격한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국민들이 우리당의 독주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되면서 거여견제론이 먹히고 있다. 위기론은 사실이다.


서울은 심각할 정도이다. 5:5 박빙인 상황이다. 문제는 열린우리당은 하락 추세를, 한나라당은 상승 추세를 보면서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전국정당화를 위해 TK는 희망을 잃지 않고 PK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이 얼마나 공을 들인 지역인가. 게다가 부마사태의 진원지로서 진보적인 도시들이다. 민주화 항쟁의 도시가 의회교체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남도 흔들리고 있다. 지금은 서울과 PK의 싸움이다. 한나라당이 이 곳을 석권한다면 의회권력의 교체는커녕 기득권 세력이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정동영 의장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예상 의석수가 110:110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까지 신뢰할 수 있나. 한나라당은 최대 110석을 얻으면 성공이라고 했는데 어느 쪽 주장을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거여견제론이 먹혔다. 나는 처음 유권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논리가 먹힐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 그러냐. 어느 나라나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과반을 해야 안정과 경제성장이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해 보기도 전에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여당이 과반수 의석이 이상을 얻게 되면 대통령이 막할 것이라는 이러 두려움이 만들어졌다. 이건 족벌언론에 의해서이다.

그리고 그 뿌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지는 독재의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당이 커지면 두려운 것처럼 사고한다. 독재시대에 거여견제론으로 설득하고 호소하는 것은 야당의 특권이었다. 하지만 지금 '독재자의 딸'이 이 논리를 들고 나오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

- 여전히 국민들은 '엄살론'과 '위기론' 사이에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엄살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것이고, 이를 또 어떻게 설득해 나갈 생각인가.
"엄살이라면 나처럼 입당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주장하던 사람이 뜬금없이 입당했겠나. 정동영 의장이 오늘 기자회견에서 무한책임을 진다고 했다.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진정성을 믿어도 된다."

- 탄핵의 약발이 이미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만을 거론해 왔다. 일부 지역 유권자들은 탄핵 지겹다라는 말까지 쏟아내고 있는데, 전략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닌가.
"신생정당이고 선거를 치른 경험이 부족해 전략적 실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너무 좋아서 이것만 지키면 된다는 '부자 몸사리기식'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변화하는 척 하면서 움직일 때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아니지 않았나. 거여견제론이 먹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수언론이 거여견제론을 꾸준히 설득한 것도 있고 독재시대의 악몽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a 조기숙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자문위원장.

조기숙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자문위원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현재 예상하고 있는 의석수는 어느 정도나 되나.
"예측불허다. 유세 지역이 빠지고 있다. 수도권, PK, 강원 등에서 그런 추세가 두드러진다. 강원지역은 거의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수도권과 PK 지역은 혼전인 상황이다. 수도권은 반반이다. PK는 열세이고. 대표적으로 한명숙 장관의 지역구인 일산갑의 경우 본인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진다고 호소할 정도이다.

오늘 아침에도 그같은 걱정을 하더라. 현재 3∼5% 차이로 이기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현재의 투표율로 볼 때 5%를 이기고 있다고 하지만 결과는 모른다고 봐야 한다. 20대 투표율일 올라가면 막판뒤집기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열린우리당은 역사의 죄인이 된다.

경기도는 괜찮다. 하지만 지금 우리당은 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주당, 민주노동당과도 싸우는 처지이다. 다만 경기도는 우리당 소속의 좋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나마 우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강원도는 이광재 후보를 빼놓고는 모두 열세인 상황이다. 부산도 비슷하다. 심지어 서울에서는 이해찬 의원이 유종필 민주당 후보가 살아나고 있다며 당선을 걱정하고 있는 정도이다. 알겠지만 이해찬 의원은 2위 후보와의 격차가 두배로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서울은 심각하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당 지지층은 한나라당으로 간 것이 아니라 부동층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비전을 보여주고 의회권력의 교체를 강조하면서 제도개혁을 하겠다고 하면 가능할 것이다."

- 앞으로 선거운동 기간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 어떤 이슈를 중심으로 캠페인을 전개할 생각인가.
"국민들 사이에서 판갈이를 해야 한다는 욕구가 높다. 물갈이는 많이 됐다. 50년 동안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수구 냉전 세력이 여전히 남아있어서는 안된다. 의회권력을 교체해야 한다. 우리당에게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줘야 제도개혁과 여러 국민참여의 장치들이 생겨날 수 있다. 싸움하지 않는 국회, 일하는 국회를 만들 것이다. 정당개혁 부분에서 앞선 정당은 바로 우리당이다. 어느 당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다.

40대가 우리당이 신생정당이라 일을 잘 할 수 있겠느냐고 의심하고 있지만 우리당의 시스템을 보면 될 것이다. 조성준 의원이 중앙위원회의의 부결로 비례대표를 못 받지 않았나. 상향식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정당은 결코 싸움판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비록 현재 우리당의 전략이 떨어지지만 다소 자만한 부분이 있지만 미래를 보도, 대통령에게 일할 기회를 달라. 우리는 이렇게 호소할 생각이다."

- 오늘(11일) 노무현 대통령이 '번개 산행' 도중 기자들에게 "과거처럼 사생결단식 대결정치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뭔가 이제 국민들의 어떤 뜻과 정서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그런 통합의 정치가 시도되고, 실제 성공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어떤 배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보나.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링컨 대통령은 남과 북을 끌어안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 전쟁을 일으킨 대통령이다. 먼저 엄청난 투쟁을 하고 포용의 정치를 한 것이다. 환부를 도려내고 살이 아물길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전쟁에 대해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통합으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 대통령은 그간 너무 소수였고, 약자였고 세가 부족했기 때문에 비타협적으로 나왔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의석이 과반수가 넘는다면 여유를 가지고 포용의 정치를 하겠다는 말로 이해한다.

링컨이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것은 전쟁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잘못된 곳을 드러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과 수구세력과 싸움을 진행한 적이 있듯이 싸워서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나야 통합이 가능하다.

링컨은 남북 전쟁에서 이겼다. 이겼기 때문에 패자를 감싸안을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야당이 과반을 점하게 된다면 끊임없이 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상생의 정치, 통합의 정치는 요원하게 된다.

내가 리더십을 연구해온 학자로서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의 성품은 강한데 강하고, 약한데 약하다. 누가 <조선일보>에 대들 생각을 했겠는가. 과반수를 획득함으로써 부드러운 포용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한 번 맡겨 주면 정말 상생의 정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a 조기숙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자문위원장.

조기숙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자문위원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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