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10

시작된 정의구현 (8)

등록 2004.04.12 10:19수정 2004.04.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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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대원들은 밤사이의 혈전에도 불구하고 원기왕성하였다. 하긴 한참 그럴 나이이니 하룻밤쯤 새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생포를 원칙으로 하되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알겠느냐?”
“존명!”
“와와와! 모조리 죽여라! 와와와와!”


초지악의 명이 떨어지자 예비대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그들 모두는 정식 대원이 되기 위한 수련을 하는 동안 언제 무림의 악을 일소(一掃)하는 임무를 맡나 하는 열망에 잠겨 있었다.

사람의 목숨이 중하기는 하나 악인들의 그것은 전혀 보호할 가치가 없으므로 발본색원하는 것이 최선이라 교육받았다.

다시 말해 악인이라 판단되면 죽여도 된다 가르친 것이다.

이곳 와룡곡에서 이런 교육을 받았기에 강호에서 활동 중인 정의수호대원들이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현재 예비대원 가운데에는 실제 살인을 해본 자가 많지 않았다. 태산 인근, 특히 와룡곡 부근에는 악인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누군가가 공격을 가해온 적도 없었다. 그렇기에 살인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만 하던 터였다. 누군가는 손맛이 짜릿하다 하였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무적도가 살을 베는 느낌은 너무도 황홀하다 하였다.

덕분에 대원들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있던 상태였다.


그래서 언젠가 정식대원이 되면 반드시 악인을 섬멸하는 선봉에 서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하곤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죽여도 좋다는 명이 떨어지자 그야말로 굶주린 매가 병아리를 채려는 듯 쏜살같은 속도로 추격을 시작하였다. 덕분에 유지되던 대오는 한 순간에 흩어지고 말았다. 하나라도 더 죽여보겠다는 욕심의 발로였다.

“와와와와! 모조리 죽여라. 한 놈도 남김 없이 쓸어 버려라!”
“그래, 생포할 필요 없다. 모조리 죽여라!”

함성을 지르며 쇄도하는 예비대원들의 두 눈은 시뻘건 빛이 감돌고 있었다. 집단적 광기(狂氣)에 감염된 듯하였다.

“준비―, 발사!”
쐐에에엑! 쉬이이익! 쓔아아아앙! 쐐에에에엑! 슈우우우욱!

탑탁호골 좌비직이 들고 있던 깃발을 휘두르자 항룡협 말미 좌우에 은신해 있던 칠천여 궁사들의 시위가 일제히 당겨졌고, 곧이어 예리한 파공음이 새벽 하늘을 수놓았다.

“허억! 이건…? 모두 피해랏! 매복이닷! 크으윽!”
“피, 피해라. 놈들에게 속았다! 으윽!”

“아앗! 이게 뭐냐? 허억! 미, 밀지마! 젠장!”
“피, 피할 곳이 없다. 막아랏!”

“이, 이런 교활한 놈들! 챠아아아앗!”
“발사! 발사! 발사!”

쐐에에엑! 쉬이이익! 쓔아아앙! 피이이이잉! 쇄애애액!
타탁! 타타타탁! 투툭! 투투투툭! 타타탁! 투투투툭!

“밀지마! 아앗! 밀리 말라니까. 아앗! 마, 막아랏!”
“아앗! 속았다. 후퇴하라! 후퇴하라! 모두 후퇴하라!”

타탁! 투투투툭! 티티티팅! 타타타탁!
“아아악! 케에엑! 끄으윽! 허억! 캑! 아악! 으으윽!”

쏜살처럼 쇄도하던 예비대원들은 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화살들을 보고는 기겁을 하며 물러서려 하였다.

그러나 좁디좁은 항룡협에 물러날 공간이 어디에 있는가!

살인을 먼저 경험하겠다며 너도나도 달려가던 차였기에 앞서 있던 자는 밀고 나오는 동료들 때문에 피할 곳이 없었다.

들고 있던 무적도를 연신 휘둘렀지만 어찌 한 주먹으로 열 주먹을 당하겠는가!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드는 화살을 막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한 방향에서만 날아들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전면은 물론 좌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날아드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하여 미친 듯이 도를 휘둘러 어떻게든 도막을 만들려 하였으나 정의문도들의 시위는 연신 당겨지고 있었다. 잠시 후 예리한 파공음에 이어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상대가 가까이 있으면 목숨을 내던져서라도 공격을 막아보겠으나 멀찌감치 떨어져 있기에 그마저 마땅하지 않았다.

“발사! 발사! 발사!”
쐐에에에엑! 쉬이이잉! 쓔아아아앙! 피이이이잉!

“아악! 케엑! 크윽! 허억! 아아아악! 으아아악!”
“이런 개 같은…! 빠득, 모조리 죽여버리고 말겠어! 야아압!”

“이놈들! 우드드득! 모조리 죽엿! 허억!”
티팅! 티티티팅! 투투툭! 투투투투툭!
“아아악! 케엑! 끄윽! 헉! 으악! 케에에엑! 끄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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