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11

시작된 정의구현 (9)

등록 2004.04.14 12:32수정 2004.04.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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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탁호골의 명에 따라 연신 발사되는 화살로 인하여 천여 명에 달하던 예비대원들의 수효가 금방 칠백 이하로 줄었다.

아무리 고강한 무공의 소유자이고, 제아무리 단단한 병장기를 가졌다 하더라도 하늘이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쇄도하는 화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 상태라면 반각 이내에 몰살당할 그런 상황이었다. 시간차로 쇄도하는 수많은 화살들 때문이었다. 앞을 막는 순간 좌우에서 파고드는데 어찌 막아낼 수 있겠는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고슴도치가 될 정도로 엄청난 공격이었다. 그러니 이런 결과가 빚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이 와중에 한마디 노성(怒聲)을 터뜨리고는 연신 날아드는 화살을 쳐내며 전진하는 인물이 있었다. 초지악이었다.

그는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고, 미친개의 그것과 비슷한 눈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놈들! 모조리 죽여버리고야 말겠어. 빠드드드득!”


예비대원들이 누구이던가! 장차 무림천자성이라는 이름을 걸고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활동을 할 무인들이다. 그들이 있으므로 해서 무림천자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유지되고 운영된다.

그런 그들을 키워내는 것이야말로 초지악의 자랑이었다.


그런데 보는 앞에서 추풍에 낙엽 지듯 선혈을 뿜으며 쓰러지자 분기탱천한 것이다.

“빠드드득! 한 놈도 빼놓지 않고 죽여버리고 말겠어!”

초지악이 나직이 이를 갈며 전진하는 사이 그의 앞길을 막아서는 인영이 있었다. 인자한 모습을 한 비구니, 보타신니였다.
그런 그녀의 뒤에 있던 여옥혜가 물었다.

“사부님! 어떻게 할까요?”
“저 짐승은 본니가 처리한다. 나머지는 너희가 알아서하도록!”
“존명!”

곧 여옥혜가 손짓을 했고, 그것을 본 탑탁호골은 연신 깃발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정의문도들의 시위 역시 연신 당겨졌고, 날카로운 파공음에 이어 단말마 비명이 항룡협에 울려 퍼졌다.

이것은 무림천자성 역사상 최초의 패배였다.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병장기를 소유하였다는 이유 하나로 무림의 모든 문파를 발아래 둔 듯 굽어보며 온갖 거드름을 피웠으며, 자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못하는 짓이 없던 무림의 깡패 무림천자성의 명성에 거대한 금이 가는 사건이었다.

쌍둥이 누각인 세무각 폭파사건이 무림으로 하여금 경악하게 하였다면 와룡곡 궤멸사건은 경악의 차원을 넘어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어쨌거나 마지막 예비대원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순간 초지악은 이름 모를 계곡에서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를 싸늘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여인이 있었다. 손에는 한 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보검이 쥐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보타신검이라 불리는 희대의 명검이었다.

“더러운 계집! 더 이상 치욕을 주지 말고 어서 죽여라!”
“흥! 괜히 당당한 척하지 마라. 이 짐승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속으론 살려달라고 빌고 싶지? 하지만 어림도 없는 수작. 네놈은 결코 살려줄 수 없으며, 쉽게 죽이지도 않을 것이다.”

“뭐라고? 이런, 나쁜 년! 우리는 아무런 은원도 없거늘 어찌….”
“무어라? 뭐가 어째…? 호호! 아무런 은원도 없다? 좋아, 그렇다면 우리 사이에 어떤 은원이 있는지 기억나게 해주지.”
“아아아악!”

느닷없이 보타신검으로 장딴지를 찔린 초지악은 비명을 질렀다. 이 순간 그는 더 이상 무림의 명숙이 아니라 평범한 보통사람이었다. 방금 전 보타신니의 일 장에 기해혈(氣海穴)이 파괴되어 더 이상 무공을 사용할 수 없는 몸이기 때문이다.

“아아악! 아아아악! 이 나쁜 년, 어서 죽여라! 아아아악!”
“흥! 조금 전에 뭐라 하였느냐? 네놈은 결코 쉽게 죽지 못할 것이라 하였다. 이놈! 이 나쁜 짐승! 이잇!”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보타신검이 살을 뚫고 들어갈 때마다 통증을 견딜 수 없다는 듯 이리저리 구르며 발광을 하던 초지악은 어느 순간 마치 깎아 놓은 석상 마냥 그대로 굳어버렸다. 연마혈을 점혈당하여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로도 오랫동안 초지악은 비명을 지르다 혼절하기를 거듭하였다. 보타신니는 분명 자비의 대명사인 불문의 비구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옥에서 생환한 악귀나찰과 같이 냉혹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검을 찔러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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