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수학여행 철이다. 지금 경주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버스와 줄지어 이동하는 학생들의 행렬로 번잡할 때다.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수학여행 명소로 경주만한 곳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가는 곳마다 예스런 분위기로 가득한 곳이 바로 경주가 아닌가. 하지만 수학여행과 같이 단체로 둘러보는 경주는 아무래도 수박 겉핥기에 그치기 쉽다.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느끼는 것보다 일정표 상의 시간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할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다. 그러다 보니 잘 알려진 명소 위주의 관람에 치우칠 수밖에 없고, 경주하면 으레 불국사와 석굴암만 떠오르는 치우친 여행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신라 천년의 찬란했던 문화가 오직 불국사와 석굴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여유를 갖고 찬찬히 둘러보면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걸작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는 곳이 바로 경주다. 큰사진보기 ▲산비탈 위로 장항리 절터가 보인다우동윤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에 있는 장항리 절터도 바로 그런 곳이다. 경주시내에서 감포로 가는 고개를 넘어 추령터널을 지나 조금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토함산을 향해 난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3Km쯤 가다보면 장항리 절터에 닿는다. 입장료가 없는 곳이니 당연히 이정표도 없다. 장항 4교라는 다리를 지나면 바로 오른쪽 산비탈 위로 탑이 보이니 주의해서 봐야 한다. 큰사진보기 ▲정항리 절터 동서쌍탑우동윤 산비탈이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단지 절터 바로 앞에 주차장이 없으니 조금만 숨을 고르며 걸어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편리한 것에만 익숙해 게을러진 우리의 두 다리만 잘 다독이면 되겠다. 햇볕이 잘 드는 산중턱에 자리잡은 장항리 절터는 그리 넓지 않다. 그래서인지 다른 신라시대의 절터에서 보이는 것처럼 금당 앞 동서쌍탑의 양식이 아니라 금당과 동서쌍탑이 같은 선 위에 있다. 큰사진보기 ▲장항리 절터 서오층석탑우동윤 이 곳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서오층석탑이다. 국보 236호로 지정된 이 탑의 1층에는 어깨가 떡 벌어진 인왕상이 사면에 조각돼 있다. 세월의 풍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늠름하고 강건한 표정이 그대로 살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큰사진보기 ▲서오층석탑 1층에 조각된 인왕상우동윤 동탑은 서오층석탑에 비해 작고 뭔가 어색하다. 기록을 보니 역시 도굴의 흔적이다. 1923년에는 사리함을 탐낸 도굴꾼들이 아예 이 탑을 폭파시켜 버렸다고 한다. 부서져 계곡 여기저기에 뒹굴던 것을 최근에 복원해 놓은 것이 지금 동탑이다. 원래는 서오층석탑과 같은 양식의 탑이라 추정된다고 하니 씁쓸함이 더하다. 큰사진보기 ▲입불(入佛)을 모셨던 불대좌우동윤 1923년이라면 일제시대인데, 그때는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지금 같지 않았고, 그나마 도굴꾼들이 설쳐댔으니 그야말로 마음만 먹으면 한몫 단단히 챙기는 것도 쉬웠을 것 같다. 특히 더한 것은 일본사람들에 의해 우리의 문화재가 연구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사실이다. 큰사진보기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된 장항리 절터 석조여래우동윤 금당터 위에는 부처님을 모셨던 불대좌가 남아있다. 역시 도굴꾼들에 의해 깨졌지만 원래의 모습에 최대한 가깝도록 복원해 놓았다. 불대좌만 있고 불상은 없는데 여기에 모셨던 불상은 국립경주박물관 야외전시장에 보관돼 있다. 역시 산산조각 난 것을 시멘트로 붙여 놓았지만 그나마 상반신 밖에 없다. 특이한 사실은 이 석불이 좌불이 아니라 입불이었다는 것인데 이 역시 기록으로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그저 도굴꾼의 어이없는 만행이 규탄스러울 뿐이다. 큰사진보기 ▲금당터우동윤 장항리란 곳에 있어 지금 이 곳을 장항리 절터라고 부르는 것이지 이 절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이정표도 없고, 산비탈을 따라 절터까지 오르는 길도 관람객의 편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것이다. 우연히 토함산으로 향하는 길에 이 옆을 지난다면 모르고 지나치기 쉽고 혹시 멀리 탑 같은 것이 보이더라도 가는 길이 편치 않아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장항리 절터는 그런 곳에 있다. 큰사진보기 ▲불대좌에 조각된 익살스런 사자상우동윤 온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이곳저곳에 흔적만을 남기고 있는 장항리 절터에서 뿔뿔이 흩어진 옛 영화(榮華)를 생각했다. 절은 없고 터만 남아 있는 곳에 가면 항상 무상함을 느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2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우동윤 (dywoo)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고구려사 왜곡 않겠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명태균, 김영선에게 호통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6선... 왜 잡소리냐"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국회 증인으로 나온 박상학 "이거 뭐 최고인민회의야?" AD AD AD 인기기사 1 땅 파보니 20여년 전 묻은 돼지들이... 주민들 경악 2 단감 10개에 5천원, 싸게 샀는데 화가 납니다 3 산림청이 자랑한 명품숲, 처참함에 경악했습니다 4 대학가 시국선언 전국 확산 움직임...부산경남 교수들도 나선다 5 윤 대통령 10%대 추락...여당 지지자들, 손 놨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뿔뿔이 흩어진 옛 영화, 장항리 절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땅 파보니 20여년 전 묻은 돼지들이... 주민들 경악 단감 10개에 5천원, 싸게 샀는데 화가 납니다 산림청이 자랑한 명품숲, 처참함에 경악했습니다 대학가 시국선언 전국 확산 움직임...부산경남 교수들도 나선다 윤 대통령 10%대 추락...여당 지지자들, 손 놨다 '기밀수사'에 썼다더니... 한심한 검찰 '유리지갑' 탈탈 털더니...초유의 사태 온다 해괴한 나라 꼴... 윤 정부의 낮은 지지율보다 심각한 것 3시간 산 오른 고1 아이, 예상치 못했던 그의 소감 윤 대통령 중도하차 "찬성" 58.3%-"반대" 31.1%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