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뭔(?)떼기!" VS "대통령이 보고싶다!"

[현장] 한나라 박진 후보와 우리당 김홍신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종로

등록 2004.04.14 08:39수정 2004.04.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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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2시.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열린 한나라 박진 후보와 지지 유세를 나온 박근혜 대표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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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7시 30분 창신동 한 재래시장. 열린 우리당 김홍신 후보와 2004물갈이 연대가 함께 했다 ⓒ 김진석

D-2일. 정치 접전지 종로엔 마지막 표심을 다지기 위한 양 진영의 공세가 한창이었다. 한나라 박진(47) 후보 진영엔 박근혜 대표가 지원을 나왔으며, 우리당 김홍신(56) 후보 진영엔 2004총선물갈이연대가 함께했다.

“이왕 찍을 거라면 ‘당선’ 될 사람을 찍어야죠. 지지하는 당이야 민주당이지만, 후보는 달라지지 않겠어요? 종로엔 알게 모르게 정통 민주파들이 많습니다. 아는 사람들끼리만 아는 얘기죠. 아마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누구’의 표를 갉아먹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종로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표심을 본 총선의 관전 포인트로 지적했다. 당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한나라와 우리당을 동시에 견제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선택이 양 진영에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뭔떼기? 돈 먹는 건 다 똑같아! 자고로 살림은 하던 사람이 계속해야..”

인사동 남인사 마당.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온다는 소문에 박진 후보의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우연히 종로를 지나가던 나이든 한 유권자가 그들에게 “차떼기를 심판해야돼!” 라고 말을 하자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얼간아!, 니들이 당이냐, 십분의 일은 먹은 게 아니냐?, 보릿고개를 넘겨준 게 니들이냐? 우리 아직 70 안 됐어!”

유세장에 모인 사람들은 ‘차떼기’ 라는 말에 아랑곳없이 ‘뭔떼기’ 로 일관하며 간혹 길을 가다 의문을 제기하는 우리당 지지자들에게 냉소를 보냈다. 그들은 “자고로 살림이란 해 본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나라당이 과오를 정중히 사과하고 깨끗하게 변하려는 진심을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한다”는 나름의 지지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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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박진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한 할머니가 고 육영수 여사의 초상화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 김진석

“여당의 대표가 사죄한다며 당직을 사퇴했습니다! 지금 국민을 우롱하는 겁니까? 우리는 지금 노무현 정권으로 인해 총체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윤리와 도덕이 땅에 떨어져 법과 질서가 도전받고 사회와 안보가 불안합니다. 어르신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십시오!”

집권 여당의 책임을 묻는 박 후보의 유세가 시작되자 곳곳에선 ‘믿을 건 한나라 밖에 없다’, ‘여당은 미친X이다!’ 라는 등의 호응이 이어졌다. 이어 박 후보는 “여당이 총선에선 별을 달라 하고 총선이 끝나면 또 쪼개진다고 합니다. 과연 여러분은 누굴 믿어야 합니까?” 라며 “ 우리 나라의 역사적 ‘전진’과 운명을 위해 투표할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

박진 후보의 유세 내용은 여당의 책임론과 새롭게 태어난 야당의 환골탈태론이 주를 이뤘다. 그는 환호해주는 지지자들에게 힘입어 ‘젊은그대’, ‘서울찬가’, ‘편지’ 등을 열창했다. 이에 모인 유권자들도 즉석에서 춤판을 벌이며 ‘박진’ 과 ‘박근혜’를 연호했다.

예정시간보다 뒤늦게 도착한 박근혜 대표는 “국회의원은 대통령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닌,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 이라고 설명하며 ‘인물’ 과 ‘정책’론을 강조했다. 또 그는 “여당의 흑색선전에 맞대응 하지 않고 한나라당이 참아내는 것으로 정치 문화가 성숙된다면, 한나라당이 계속 상생의 정치를 위해 싸우지 않고 참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대표를 보기 위해 근 1시간30분 이상을 기다린 유권자들은 유세가 끝나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감격을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들의 축제 속에는 한 유권자가 들고 다니는 고 육영수 여사의 초상화가 소리 없이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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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재래시장의 열린 우리당 김홍신 후보의 유세 현장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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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남인사 마당의 한나라 박진 후보의 유세 현장 ⓒ 김진석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1등 국회의원이 누구입니까?”

한나라 박진 후보가 박근혜 대표의 지원으로 힘을 얻었다면, 우리당 김홍신 후보는 2004 물갈이연대 지지 선언에 승리를 자신했다. 지난 12일 김홍신 후보는 우수국회의원, 거짓말 안하는 국회의원(31일 신라대학선정), 물갈이연대지지후보 등의 영예에 이어 2004아줌마물갈이연대로부터 지지후보로 새롭게 선정됐다.

“혼란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안정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1등 국회의원이 누구입니까?”

“김홍신! 김홍신!”

종로 창신 시장 사거리. 유권자들의 호응에 김 후보의 목소리는 한껏 고조돼 있었다. 2004총선 물갈이 연대 이용민(42) 사무처장은 “당에 반하면서까지도 국민을 생각하는 개혁성과 참신성, 의회 활동은 물론 입법 활동까지도 활발히 하는 성실함” 을 지지 선언 근거로 밝혔다.

유세장은 평소 김 후보와 친분이 있는 많은 방송인들이 몰려 주민들의 사인공세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일용엄마’로 유명한 방송인 김수미(52)씨는 “옳고 그름이 철저해 보기 드문 ‘옥’ 같은 사람”이라며 “결과를 떠나 남을 비방하지 않는 선거 운동 방식 또한 다른 후보들이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우리당이 국민을 배반하는 당이 된다면 그 누구보다도 제가 앞장서 가장 먼저 비판하겠습니다! 오직 국민에게만 순종하겠습니다. 종로 주민의 자존심을 지켜드리겠습니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이 서울의 심장인 종로를 지켜보고 있다”며 “종로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유세장에 모인 사람들은 ‘믿습니다’, ‘대통령이 보고 싶다’라는 등의 말로 화답하며 김 후보에게 힘을 보탰다.

“4월 15일 자라날 후손들과 미래를 위해 위대한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행복해지는 그 선택 속에 누가 있습니까?"

창신동 재래시장엔 월드컵 박수에 장단 맞춰 ‘기호 3번’과 ‘김홍신’을 연호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한참 울려 퍼졌다. 이에 김 후보도 자신감을 표하며 “반드시 승리해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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