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고르듯 국회의원 뽑아야죠"
"투표하고 볼 일 보면 4년 개운해요"

[인터뷰] 선관위 홍보대사 가수 장나라 · 비씨

등록 2004.04.14 08:30수정 2004.04.1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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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홍보대사인 가수 장나라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홍보대사인 가수 장나라씨.오마이뉴스 권우성

"젊은층이 본받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인터넷에 정치풍자 패러디들 많잖아요. 패러디 안 되는 국회가 됐으면 합니다. 일단 그런 모습이 패러디 되면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없는 것 같더라구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홍보대사인 가수 장나라(23)씨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하며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밤 10시 여의도에 위치한 장씨의 사무실에서 1시간 가량 이뤄진 이날 인터뷰에서 장씨는 특히 "놀러갈 사람들도 아침에 투표하고 가도 충분하지 않는가, 투표 안하고 가면 뭔가 찜찜할 것"이라고 소중한 한 표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마이뉴스>는 역시 선관위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가수 비(22)씨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비씨 역시 "순간의 선택이 4년 동안 개운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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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 "배우자 고르듯 국회의원 뽑자"

오마이뉴스 권우성
늦은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씨는 인터뷰 뒤 또다른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단체와의 일정, 아버지와의 연기 공부 등 빡빡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터뷰 내내 웃는 얼굴로 성실하게 질문에 답했다.

"공식적인 인터뷰만 30차례가 넘고 비공식적인 것까지 합하면 '투표참여 홍보'는 거의 수백회에 이를 것"이라는 장씨. 집안에서 불문율처럼 '예인으로서 하나님을 믿는다·정치 성향을 내비치지 않는다'는 분위기라고 하지만 '정치'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하면 떠오르는 거요? 아무래도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안 좋은 모습이 많지요. 예를 들면 구두가 날아다닌다거나 명패가 두동강이 난다는 식의 장면이요. 안좋은 모습이 인상에 오래 남는 것 아닌가요. 어릴 때부터 신문에서 봤던 모습들이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장씨는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 역시 어릴 땐 다른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선거날은 쉬는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년 전 선거권을 얻으면서, 동시에 선관위 홍보대사를 맡은 뒤부터는 오히려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물론 연예인이기 때문에 쉬는 날이 따로 없지만 다른 친구들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처음 선거에 참여했을 땐 전 벅찼어요. 물론 18·19살 때 이미 어른인 양 행동했지만 '비로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구나' 생각했죠."

지난 대선에 이어 계속 선관위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장씨는 "선관위 뜰에서 나무를 심으면서 가졌던 홍보대사 임명식은 너무 격식이 차려지고 뭔가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어서 기억에 남는다"며 "선관위 관련 콘서트 등에서 노래로 '투표참여'를 호소했던 것들이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다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으면 홍보활동을 더 잘 할 수 있었겠지만 말을 너무 못해 미안하고 아쉽다"고 말한다. 하지만 선관위는 '홍보대사 장나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002년 대선 때 유권자의 78%가 장나라씨가 선관위 홍보대사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며 "나라씨 효과를 많이 봤다"고 장씨에게 감사해했다.

장씨 주변 친구들(주로 연예인들)은 '총선'에 관심이 있을까? 답변은 '별로 관심 없음'.

"굉장히 의무적이기는 하지만 투표 참여를 (친구들에게) 권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두 가지 반응이 나와요. '가야지'라는 대답과 '졸려!'라는 반응이죠. 안간다고 하면 '그래도 가야지'라고 말해줘요."

이처럼 젊은 층들이 선거에 관심이 없는 이유에 대해 장씨는 "20대 초반은 어른이 돼가는 과도기인 것 같다, 아직까지 선거는 어른들만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나"라며 "그 나이 대를 넘기면서 정치나 선거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까"라고 밝히기도 했다.

장씨는 최근 <문화일보>에 9차례 걸쳐 연재한 '총선편지'에서 그만의 언어로 투표참여를 호소해 관심을 모았다. 장씨는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총선편지 중에 '배우자 고르듯 일꾼 뽑으세요'라는 내용이 있는데 선거 참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태도인 것 같아요. 배우자를 고를 때 돈이 많다거나 소문이 좋아서 하지는 않잖아요. 여러 가지 정보를 보고 신중히 생각한 뒤 소중한 한 표를 던졌으면 합니다."

비 "투표하고 볼일 보면 4년이 개운"

선관위 홍보대사 가수 비씨.
선관위 홍보대사 가수 비씨.JYP엔터테인먼트
선관위는 이번 총선에는 장나라씨와 함께 가수 비씨까지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선관위는 비씨에 대해서도 이미지 재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일정상 서면 인터뷰에 응한 비씨 역시 지난 대선이 첫 투표권을 행사한 선거였다고 한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는 이번이 처음이고요. 나라를 위해 올바른 일을 하실 분을 뽑는다는 것에 대해 긴장도 되고 두근두근하기도 합니다."

비씨는 오는 주말 소속회사의 공연과 팝스타 어셔와의 쇼케이스 공연을 앞두고 연습 강행군을 하고 있다. 총선인 15일 당일에도 마찬가지. 하루종일 연습 계획이 잡혀 있지만, 그는 "8시에서 9시 사이 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새롭게 선거권을 얻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모두 저와 비슷한 또래들일텐데요. 날씨 좋다고 너무 놀러만 가시지 마시구요, 놀러가실 분들도 할 일이 있으신 분들도 저처럼 오전에 투표하시고 볼 일 보시면 마음도 개운해지실 겁니다. 앞으로 4년 동안 말이죠."

비씨가 이번 선거에서 맡은 역할은 '공명선거 사이버 홍보대사'. 선거 홍보 공연과 사이버 홍보 등에 참여했던 비씨는 홍보대사 활동과 관련해 "자랑스럽기도 하고 뿌듯한 마음도 컸지만 최근에 해외 프로모션이나 공연 등 바쁜 일정들로 인해 보다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해 아쉽다"며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새로 뽑힐 국회의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전했다.

"국민들의 손으로 뽑히는 위치이신 만큼 늘 국민들이 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또 대중음악 업계의 여러가지 어려움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주시면 감사드리겠구요."

"투표 안하려면 이민가서 돌아오지 마!"
3.12 탄핵가결 이후 동요 일었던 록·인디 음악계

"투표참여 안하는 사람들은 국회의원들과 똑같은 가해자다.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정치에서) 빠지는 게 아니라 가해진영으로 들어가는 거다. 정치가 이모양 이꼴이 되도록 방조한 것 아닌가. 가끔 음악하는 후배들에게 후진국에서 태어났으면 거룩하게 자기 음악만 생각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투표 포기할 권리가 없다. 민주주의를 포기할 권리가 없다."

'넥스트' 신해철씨는 위와 같이 말하며 "투표하지 않으려면 두가지 결심이 서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이민 갈 결심, 그리고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결심이 그것. 그는 "5년 뒤 돌아와 '이 나라가 왜 이 모양이냐'고 불만할 자격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3·12 탄핵가결 뒤 가장 동요가 많이 일어났던 분야 중 하나가 록·인디 음악계였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했던 대중음악인들의 분위기도 탄핵 이후 '투표하자'는 쪽으로 모아졌다고 신씨는 전했다.

VJ 출신으로 대중음악기획사 마스터플랜의 이종현 대표는 "이전엔 뽑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정치가 먼 얘기로만 보이지 않고 후보들의 면면을 보니 괜찮은 사람도 보여 선거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디씬 역시 이런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밴드 '재주소년'의 유상봉·박경환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었다, 정치는 정말 너무 모르지만 탄핵가결 되는 걸 보고 꼭 투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힙합 뮤지션인 데프콘씨 역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이기 때문에 (투표를) 해줘야 자라나는 새싹들이 보고 올바른 선거풍토라든지 문화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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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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