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만세"와 '싹쓸이 반대 해단식'

[현장] 투표 하루전 대조적인 대구의 두 풍경

등록 2004.04.14 23:21수정 2004.04.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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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14일 대구는 지난 총선에 이어 또다시 한나라당의 '싹쓸이'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두 가지 대조적인 풍경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14일 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역구인 달성군 방문에 앞서 남구 봉덕시장에 들러 수백명의 지지자와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지난 11일부터 단식에 들어간 수성갑·을 출마자인 김태일·윤덕홍 후보가 해단식을 가지면서 '싹쓸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해단식에서 후보들과 지지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a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탄 차량이 나타나자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탄 차량이 나타나자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400여명 인파, 박근혜 대표 차량 에워싸고 "만세"

대구 남구 봉덕동 봉덕시장 선주약국 앞.

14일 밤 9시 30분 박근혜 대표의 방문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나라당 지지자와 지역주민 400여명이 유세차량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군중들은 박 대표가 도착한다는 소식에 도로 1차선까지 몰려나와 박 대표를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검은색 랙스턴 차량을 타고 등장한 박 대표는 썬루프 위쪽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박 대표의 차량을 에워싼 군중들은 왕복 6차선을 완전히 점거한 채 박 대표를 향해 "박근혜"를를 연호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박 대표의 손을 잡기 위해 차량으로 바짝 달라 붙어 박 대표를 태운 차량이 멈춰서기도 했다.

왕복 6차선 '점령'한 채 열렬 환영


5분 정도 벌어진 '소란'은 경호원들이 박 대표의 차량 앞을 막고 선 지지자들을 밀어내고 차량이 급속도를 내며 '휑하니' 빠져나가면서 진정을 되찾았다.

박 대표는 사라졌지만 지지자들의 환호는 계속됐다. 한 지지자는 방송국 카메라를 향해 "대구는 무조건 1번 입니다. 참신하고 깨끗한 박근혜 때문에 한나라당을 지지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짧은 만남이 아쉽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지지자(58세)는 "한 정당의 대표가 얼마나 바쁜데 박 대표가 대구를 찾아주신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방문할 예정이던 봉덕시장에선 이해봉(달서을) 후보와 곽성문(중남구) 후보가 유세를 벌이기도 했다. 곽 후보는 "열린우리당이 200석 이상을 차지하면 나라가 망한다"면서 "이번 선거는 경제를 살리는 박근혜냐 정치싸움을 부추기는 노무현이냐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눈물바다' 된 해단식... "이번엔 지역주의 극복할 줄 알았는데"

a 열린우리당 윤덕홍 후보가 해단식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호소하자, 지지자들이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열린우리당 윤덕홍 후보가 해단식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호소하자, 지지자들이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에 앞서 지난 11일부터 '한나라당 싹쓸이를 막아달라'며 단식에 들어간 열린우리당 윤덕홍(수성을) 후보와 김태일(수성갑) 후보는 14일 오후 7시 30분 황금네거리 임시 단식장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이날 해단식에는 양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인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이 참석했다. 해단식은 참석한 100여명의 지지자와 주민들이 '아침이슬' 등을 부르며 숙연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먼저 눈물을 보인 것은 김태일 후보였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이후 우리는 대구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하지만 또다시 지역주의 망령이 대구에 드리워졌다"면서 울먹였다. 김 후보가 울먹이자 참석자들은 "힘내세요"라며 격려했다.

김 후보는 "절망의 끝에 희망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 절망의 끝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내일 4월 15일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대구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절망의 끝자락이지만 희망을 가지고 첫 걸음을 떼자"고 호소해 박수를 받았다.

단식에 지쳐 링거 바늘을 꽂은 채 마이크를 잡은 윤덕홍 후보도 "김태일 후배와 제자들에게 감사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절망의 끝은 너무나 고통스러워...하지만 희망을 가지자"

윤 후보는 "그동안 대구시민들은 한나라당에 할만큼 했다"면서 "지역주의 투표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한나라당만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가 지금의 대구 현실이고 더 이상 망할래야 망할 것도 없는 대구의 경제현실이 한나라당이 대구시민에게 보내준 화답"이라고 꼬집으며 "이제는 한나라당과 대구는 갈라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해단식에는 지난 12일부터 함께 단식에 들어간 두 후보의 대학 제자들인 영남대·대구대 학생들이 함께 했다. 학생들은 '부패정치 청산' '지역주의 타파'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두 교수들의 뜻에 동참했다.

이날 두 후보의 해단식은 한나라당 싹쓸이를 우려하는 안타까움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격려의 말들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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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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