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검사, 정치사형수 누르고 '3선' 성공

북강서갑 정형근 당선, “경제회생에 전념할 것”

등록 2004.04.16 01:41수정 2004.04.2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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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정형근, 정형근!”

15일 밤 9시20분께 부산 북강서갑 정형근 한나라당 후보 사무실에서는 승리의 환호성이 터졌다. ‘공안검사와 정치사형수의 대결’로 전국적 관심을 모았던 4월 15일 ‘빅매치’는 결국 전직 공안검사의 힘겨운 승리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애초 정 후보는 SBS 출구조사에서 이철 열린우리당 후보를 2.3% 차이로, MBC 출구조사에서는 불과 1%의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최종 투표 결과 정형근 후보는 4만1547표(51.2%)를 얻어 3만5280표(43.4%)를 얻은 이철 후보를 6찬여 표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를 거뒀다.

a 정형근 한나라당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7일 오후 구포시장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정형근 한나라당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7일 오후 구포시장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형근 "이번 총선은 열린우리당 전체와 나와의 싸움이었다"

개표 전까지 아무도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던 북강서갑에서 첫 번째 희비가 엇갈린 것은 오후 6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 비록 근소한 차이긴 했으나 정 후보에 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철 후보 캠프의 표정은 일시에 어두워졌다.

반면 정 후보의 사무실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철 후보측에서는 출구조사 결과가 뒤집어지기를 바랐으나,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벌어졌고 끝내 결과는 굳혀졌다.

당선이 확정된 밤 9시20분께 사무실에 등장한 정 후보는 당원과 지지자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좁은 사무실을 피해 바깥에서 정 후보를 기다리던 30여명의 지지자들은 정 의원이 나타나자 ‘정형근’을 연호하며 박수를 쳤고, 정 후보는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당선의 기쁨을 나눴다.


이후 정 후보는 사무실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았으며, ‘축하합니다 17대 국회의원 정형근’이라는 글귀가 쓰인 2단 케이크를 자르며 당원들과 승리를 자축했다.

곧이어 가진 당선소감 발표에서 정 후보는 그 동안 어려웠던 선거운동 과정을 토로한 뒤 “앞으로는 경제회생에 전념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정 후보의 당선 소감 요지.

“오늘 아침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 저를 다시 한 번 지지해 주신 주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비록 패했지만 끝까지 선전한 다른 후보, 특히 열린우리당 이철 후보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주민여러분 뿐만 아니라 우리 부산시민, 전국적으로 우리 지역구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렸다. 심지어 일본이나 구라파에서 취재를 오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사전에 이철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정하면서, 지역 토착세력을 미리 다져놓고 선거 때 이철 후보를 내려보냈다. 선거 때 정동영, 김근태, 문재인, 신상우, 조성래, 김혁규, 문성근, 명계남이 매일 같이 오다시피 했다. 노사모 수백명이 거의 매일 지역구를 휩쓸고 다녔다. 이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더 어려웠다. 이번 선거는 열린우리당 전부와 나와의 싸움이었다. 알다시피 우리당은 영남 전 지역에서 한 석도 못해도 정형근만 낙선시키면 10석의 의미가 있다고 해서 모든 역량을 이철에게 집중시켰다. 사형수와 공안검사,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몰아가고, 나를 이기려고 나름대로 전략지역으로 선정해 모든 역량을 다했다.

이번 선거는 또 유감스럽게도 나를 음해하는 세력, 노사모나 친노세력, 사이비 시민단체와 나와의 싸움이었다. 사이버상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나에게 고문당했다고 근거없는 비난을 하고 다녔다. 심지어 박종철의 부친을 폭행했다고 했다. 저는 특히 이번 선거에서 언론, 특히 일부 방송이 편파적이었던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는 언론의 기준을 지켜주시기 바란다.

나는 이번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에게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갔다. 이제는 경제라고 했다. 예결위에서 활동한 경륜과 경험, 식견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면서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열린우리당과 협력해서 해결해야 한다. 이제는 정치적 싸움이 아니라, 민주 대 반민주, 사형수 대 공안검사라는 있지도 않은 낡은 대결에 쏟았던 힘을 경제회생에 쏟도록 해야겠다.”


기사회생한 정형근, ‘다른 의정’ 가능할까?

4월 15일 총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정형근 후보는 ‘3선 의원’으로서 앞으로 다시 4년 동안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정 후보는 지난 16대 총선부터 ‘반인권 전력’을 이유로 시민단체들로부터 연거푸 두 번이나 낙천낙선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단단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북강서갑에서만 세 번째 배지를 달게 됐다.

특히 이번 총선 승리는, 정 후보의 말대로 “열린우리당 전체”와의 싸움이었던 만큼 본인으로서는 ‘기사회생’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정 후보는 그 동안 ‘반인권 전력’ 외에도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저격수로, 폭로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려왔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열린우리당과 협력해서” 경제 회생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17대 국회에서 과연 ‘바뀐’ 의정활동을 펼쳐 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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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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